시사IN / 심리학관
[황정은 소설가와
허태임 식물분류학자의 교환 일기 / 시사IN]
1. 허태임 (식물분류학자)
2026.02.08 / 시사IN 959호
보름달이 뜬 밤에 작가님은 제게 편지를 쓰고 계셨지요. 그때 저는 제 몸속의 피를 몸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월경주기가 저는 보름달이 뜨는 주기와 엇비슷합니다.
몸 돌볼 겨를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도 달이 차는 걸 보면 알게 됩니다. 아, 내 뱃속 깊은 곳에서 자궁내막이 허물어지고 있구나. 여자의 신체 변화와 자연의 주기가 일치하는 건 참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엄마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는 듯 당신의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멘스’라는 단어를 사춘기를 통과하던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월경이나 생리보다 그 말을 먼저 가르쳐 준 거였어요.
멘스는 생리를 말하는 의학 용어
‘Menstruation’의 줄임말로
<달>을 의미하는 라틴어(mensis)와
그리스어(mene)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인간이라는 종이 존속되려면
모름지기 생리가 있어야 하는데
일부 인간은 왜 아직도
그 거룩한 의식을
금기시하고
불순하다고까지 여기는 걸까요.
생리가 없었다면
우리 인간 모두는
존재하지 못했겠지요.
재밌는 것이 고대에는 월경주기가 달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과학은 그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매듭지었습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밝히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를 맞닥뜨릴 때야말로
과학을 독실하게 믿는 제가
있는 그대로 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찰나입니다.
2. 황정은 (소설가)
2026.03.03 / 시사IN 963호
선생님의 답신에서 월경 이야기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초경 이야기가 제 것과도 닮았어요.
저도 초경이 있자마자
쉿, 하고 말을 삼가는 법을 배웠고
생리, 혹은 월경을
굳이 '멘스'라고 부르는
또래나 어른들 틈에서 자랐습니다.
학생들끼리는 '멘스'라고 말한 적도 많지 않았어요. "나 이거야"라고 하면서, 양손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대문자 M 사인을 만들어 보이곤 했습니다. M이 되려면 손목을 꺽어야 하니까 M이라고 치고, W를요. 그것마저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 중에는 월경이 시작되었다는 이유로 제게 "여자가 되었네" "이제 어른이네" 같은 말을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월경을 한다고 여자가 되고 어른이 된다니, 그럴 리 없을 텐데요.
당시엔 너무 어려서 그런 걸 잘은 몰랐어도, 저 어른이 뭔가 그릇된 말을 아무렇게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여자네, 어른이네, 하고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그들의 눈으로 제 몸을 볼 수밖에 없었고 그게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로 내 몸을 내 몸으로 보게 되는 일이 싫었고, 동시에 내 몸이 아니게 된 것 같다고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