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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Jan 04. 2024

[공유] 심리상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건강관리 / 심리학관

심리상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돌봄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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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래 글은 서은경 한국상담심리학회 제46대 부학회장(상담심리사1급전문가 제319호)님이 2023년 1월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작년 1월에 이 글을 읽고 마음이 개운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심리상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지만 아래의 전략 6가지는 심리상담의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새해 마음을 가다듬으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4년 건강하시고 성장과 사랑이 가득한 한 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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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심리상담자로서의 길을 고려해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심리상담이라는 일은 여러 면에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일이니 이타적이고 보람찰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직업을 고려하는 많은 사람은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만 하면 금방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 심리상담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입문했을 때,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순조롭게 성장과 성취를 맛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빠른 속도로 깨닫게 될 때가 많습니다.

상담자로서 적합해 보이는 인성적 자질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전문적인 심리상담은 일상의 대인관계와는 다릅니다. 심리상담은 고도로 발달된 전문적 영역이기에, 그에 수반하는 전문적인 자질을 획득하는 발달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문 초반에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일상영역에서 발휘하였던 유능성을 제대로 적용하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상담에서 다루게 되는 주제는 인간 환경의 모호한 복잡성과 불확실성인 경우가 많고, 그에 대한 명확한 객관적인 정답도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직업보다 심리상담 분야에서의 전문성 발달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아주 많은 노력을 요합니다. ‘3년만 하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지?’, ‘5년만 일하면 전문가가 되겠지?’ 라는 조급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 직업에서 좌절을 경험하게 되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안정된 상담자의 정체성과 유능감은 오랜 시간 공들여 삶의 연륜을 쌓고, 심리상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실제 상담경험을 축적해나가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상담자 전문성 발달은 길고 느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인내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상담자 소진 예방과 회복을 위한 건강한 대처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상담자로서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상담자가 소진하게 되는 원인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다. 그러나 소진 원인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25년간 심리상담 현장에서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며 인간과 관계에 대한 많은 경험적 학습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심신의 소진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름 터득한 소진 대처 전략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전략 1. 상담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비난 및 혐오반응을 중지하고, 모든 삶의 고난을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도록 합니다. 상담자의 자기비난과 자책의 소리는 내담자를 잘 돕고자 하는 선하고 위하는 마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잘 돕고 싶은데 마음만큼 되지 않음에 대한 좌절의 마음을 표현하는 비난과 자책의 소리일 때가 많습니다. 그저 ‘돕고자 하는데 마음만큼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나구나!’라고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전략 2.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구합니다. 상담자도 인간이기에 ‘혼자’라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또다른 누군가와 연결되어 위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해결하려 애쓰다 ‘해로운 외로움’에 심신이 상하지 않도록 ‘연결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략 3. 상담자의 삶은 배우고 익히며 이어지는 시간임을 수용합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과 습득된 지식과 기술로 스스로 충분히 통제 및 조절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외부 자원들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합니다. 이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서 인간에 대한 풍부한 이론적 지식을 쌓는 것, 상담자로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상담 실제 기술들을 탄탄하게 익히는 것, 상담자 자신이 내담자, 집단원, 피검사자 등의 경험을 가져보는 것, 동반성장을 위한 지지집단을 확보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전략 4.  의미부여와 의미추구의 의지를 불태우고, ‘상담 결과중심적 시각이 아니라 상담 과정중심적 시각’을 가집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늘 존재하는 것처럼, 상담목표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담 실제는 간극이 있게 마련입니다. 상담 초반은 더욱 그러합니다. ‘언제 내담자와 함께 세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 이즈음 되면 목표에 근접해 있어야 하는데 제자리인 것 같다’ 등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상담 처음과 끝의 비교가 아니라 매 회기마다 내담자의 작은 반응들, 상담자-내담자의 관계의 질 등을 면밀히 관찰하다 보면 그 속에는 분명히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결실들이 보일 것으로 믿습니다.

전략 5. 건강한 상담자만이 도울 수 있습니다(Skovholt & Jennings, 2004).

‘건강한 상담자’라는 말이 참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점점 수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은 ‘관계’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회복과 치유과정이기에 상담자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내담자의 어려움을 안정적으로 나누고 담아내고 버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자기이해, 수용 및 확장을 위한 개인 및 집단상담, 동료상담자 집단으로부터의 피드백 듣기 등의 노력을 권합니다. 둘째, 하루 중 일부를 ‘뒤돌아보는 시간’으로 확보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자기 위로와 지지 활동을 부지런히 합니다. 셋째, 어지럽고 탁한 마음을 환기시켜 줄 만한 곳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넷째, 업무 이외의 다른 흥밋거리-여가 및 취미생활, 상담이론 이외의 공부 등-를 만들어봅니다. 상담자로서의 삶은 자기 삶의 일부분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다섯째, 새롭고 다양한 상담 개입법을 안내해줄 수 있는 유능하고 안전한 수퍼바이저를 찾습니다. ​

전략 6.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의 강점은 반영해주고 취약점은 감싸주려 노력합니다. 상담자들이 서로의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을 때, 동반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사례개념화 역량이 우수한 상담자들입니다. 내담자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역량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사용하는 역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담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취약점을 보완해주려 노력하는 상담자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의 동료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고, 다소 보완하면 더 좋을 것 같은 부분은 돌보는 마음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처음부터 타고난 상담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훈련되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존재’입니다. 그저 묵묵히 누군가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상담자 자신을 스쳐간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재 수준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임을 인정하는 자기수용의 자세를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상담자의 전문적 자질보다는 인성적 자질이 더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으로 내담자의 메시지를 경청하며 따라가는 과정 속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존엄함과 온전함을 발견해나가고 세세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삶의 곳곳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상담자의 소진을 예방하는 핵심은 상담자 자신도 존엄하고 온전한 존재임을 깊이 수용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글: 서은경 한국상담심리학회 제46대 부학회장(상담심리사1급전문가 제319호)

원문출처 : 한국강사신문(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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