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관 Jul 08. 2024

내 말은 어떤 감촉을 지녔을까?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수업 / 심리학관

Q.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대의 말에서 느끼고자 하는 감촉은?

A. '따뜻함'


Q.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오가는 말들의 온기는 어떨까?

A. 따뜻한 음식은 나누더라도, 따뜻한 말을 나누지는 않는 듯함


(ex) 명절에 가족들이 서로 만나 나누어야 하는 말은

* 와 줘서 고맙다 / 만나서 반갑다 / 모두 모여 행복하다

* 준비해 줘서 고맙다 /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BUT) 일상 생활에서 따뜻한 말은 생략되기 일쑤

-> 꼭 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

-> '그걸 뭐, 꼭 말해야 아나? 말 안 해도 다 알잖아!'


<말의 온기를 앗아 가는 태도>

(듣는 사람)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함

(말해주어야 하는 사람) 다른 이의 수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속으로는 감사해도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함

-> 바로 이런 태도가 말의 온기를 빼앗아 가고, 사람들로 하여금 따뜻한 말 말한마디를 그립게 만듬


Q. 그렇다면, 우리는 해야 하는 따뜻한 말 대신, 어떤 말을 서로 나누고 있는가?

A.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선을 넘는 질문 / 잔소리와 불편한 관심

-> 배가 그게 뭐니? 살 좀 빼라! / 너무 말랐다. 운동 좀 해라! / 옷이 그게 뭐니? 머리 좀 잘라라!

-> 졸업하고 뭐 할거니? 취업은 안 하니? / 만나는 사람은 없니? 결혼은 안 하니? / 연봉은 얼마니? 승진은 언제 하니? / 애는 안 갖니? 둘째 계획은 없니?


Q. 매일 마주하는 밥상 앞에서 오가는 말은?

A1. 차린 음식이 맛있으면 말이 사라짐 -> 수저만 바쁘게 오갈 뿐

A2. 차린 음식이 맛이 없으면 말이 많아짐 -> 간이 안 맞는다 / 반찬이 이게 뭐냐?


고맙다, 맛있다, 수고했다와 같은 따뜻한 말은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

-> 내게 괜찮으면 말은 사라지고, 내게 안 괜찮으면 아픈 말이 피어남


따뜻한 감사와 칭찬의 말은 안 해도 그만.

내게 불편한 것과 상대의 부족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 따뜻한 말 한마디는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말이지만,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말은 아닌 듯

* 듣고 싶어 한다면 누군가는 해줘야 하는데


Q. 모두 따뜻한 말을 들으려고만 할 뿐, 따뜻한 말을 하려고는 하지 않는 이유는?

A. 따뜻한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여 말을 할 때, 자신이 익히 듣고 배워 온 말들을 그대로 하는 경향이 있음

-> 즉, 학습에 의해 언어적 반응이 굳어져서 마치 조건반사처럼 나오는 것


특히, 자주 접해서 익숙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많이 들어왔던 말을 하게 됨

-> 심지어 자신이 듣는 입장일 때는 너무 듣기 싫었던 말이라도, 말하는 입장이 되면 저도 모르게 그냥 내뱉게 되는 것


<따뜻한 말의 새 길을 내려면>

* 익숙하게 다니던, 발에 익은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내려면 불편함을 견뎌야

* 말의 새 길도 처음의 불편함을 견디고 계속 시도를 해야


(1) 설령 상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 익숙하지 않은 말은 하기만 불편한 게 아니라, 듣기도 불편함

* 안해본 사람만이 아니라 안 들어본 사람도 부자연스러움과 쑥스러움을 느낌


* 설령 말한 사람의 온기가 상대에게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 '뭐야, 갑자기 오글거리게'라는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음

* (BUT) 상대가 받아주지 않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은 내 문제가 아님

-> 기대와는 다른 온도의 말을 듣고, 당황스럽고 쑥스러워 내 말을 적절히 받아 주지 못하는 상대의 탓


(2) 듣고 싶은 그 말을 나부터 시작하자

*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내가 냈던 용기를 생각해보면

* 그 말에 반응하는 사람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자


* 그러니 나는 나의 용기에 집중하면 된다.

* 상대의 용기 없음으로 나의 용기가 꺾여서는 안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계속 따뜻한 말을 표현하고,

상대가 적절한 반응을 해보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수업>

관계의 거리를 좁히는

말하기의 힘

"언어에도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행복한 관계 맺기를 위한 따뜻한 소통법부터

시대와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알아야 할

품격의 언어까지

* 저자 : 신지영 언어학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매거진의 이전글 팀원이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낙담할 때, 리더의 대응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