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착)향료가 만든 자연의 환상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2장. 냄새로 유혹하다 _후각이 지배하는 소비심리
(5) 과일주스 100%, 정말 과일 100%일까
마트 냉장 진열대에 줄지어 선 ‘100% 오렌지 주스’. 선명한 주황빛과 ‘신선한 착즙’, ‘리얼 오렌지’라는 문구는 건강함을 약속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상상과 꽤 다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100% 오렌지 주스’라는 말은 주스의 모든 양이 생오렌지를 직접 짜냈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는 정제수를 제외한 과즙 원료가 100% 오렌지로만 배합되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주스에서 농축과즙 비중은 약 18% 수준이다. 나머지는 가공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농축액은 대규모 설비에서 착즙 후 산소를 제거하고 가열해 수분을 날려 보관한다. 이때 오렌지의 천연 향은 대부분 사라진다. 그래서 판매 직전, 인위적으로 만든 향을 다시 첨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향이 ‘천연향료’로 표기된다는 사실이다. 오렌지 껍질 오일이나 감귤류에서 뽑은 성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천연’이지만, 본질은 산업적 복원이다.
겉보기엔 모두 비슷해 보여도, 오렌지 주스는 사실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 과일향 주스(혼합 음료)
과즙이 거의 없거나 1% 미만으로, 물·감미료·산미료·향료만 들어간다.
성분표에 “과즙 1% 미만, 천연향료, 혼합음료”라는 표기가 보인다.
주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향 나는 음료수’다.
* 농축 환원주스(Concentrate)
농축한 과즙에 물을 다시 섞어 원래 농도로 환원한다.
대부분의 100% 주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농축 과정에서 향이 사라지므로, 복원된 향료가 추가된다.
* 착즙 주스(NFC, Not From Concentrate)
농축·복원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즙 후 바로 살균·냉장 유통한다.
과일 본연의 맛과 향에 가장 가깝지만, 가격이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다.
* 진짜 과일(Whole Fruit)
껍질을 까서 직접 먹거나 갈아 마시는 원물이다.
향·맛·영양이 모두 살아 있지만, 유통과 보관은 불편하다.
‘천연향료’라는 말은 법적으로 안전성을 인증받았지만, 소비자가 기대하는 ‘자연적 경험’을 그대로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가공 과정에서 빠진 향을 다시 조립해 넣은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100%”라는 말 한 줄에 속아 전혀 다른 주스를 고를 수 있다. ‘상큼한 착즙 느낌’이라는 혼합 음료, ‘신선하게 갈아 넣은 듯한’ 농축 환원주스 모두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은 향과 문구가 만든 환상이다.
천연향은 자연과 과학 사이에 서 있는 모호한 존재다.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식품 문해력, 즉 성분표를 읽고 해석하는 힘이 더욱 중요하다.
“100% 주스”라는 네 글자를 믿기 전에, 과연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진짜 과일을 마시는 길은, 결국 직접 까고 직접 짜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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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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