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마케팅, 숫자와 언어의 착각
3부 What’s Choice _ 속지 않는 선택의 기술
7장. 마케팅 해석 ― 기업이 주입하는 메시지 (3)
‘90% 무지방’과 ‘10% 지방’은 수학적으로 같은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건강식품처럼 긍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지방이 많은 음식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표현의 틀(frame) 이 인식의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1970년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같은 선택도 표현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참가자들은 '생존율 90%'에는 안심했지만, '사망률 10%'에는 불안함을 느꼈다. 수치는 같아도 감정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식품 마케팅은 이 원리를 정교하게 이용한다.
‘무첨가’, ‘저지방’, ‘제로’ 같은 단어는 ‘결핍’이 아니라 ‘안전함’의 상징으로 쓰인다.
‘덜 있다’가 아니라 ‘더 안심할 수 있다’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이다.
[MSG 무첨가]는 ‘넣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다른 형태의 조미료로 대체됐을 수도 있다.
‘무첨가’라는 말은 ‘부재의 사실’보다 ‘존재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내는 언어다.
비슷하게 [당 줄이기], [나트륨 30% 감소] 같은 문구도, 감소 전 제품이 어떤 기준이었는지를 명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더 건강하다'라고 믿는다. 프레임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을 설계한다.
‘지방 10%’는 부담스럽지만, ‘90% 무지방’은 안심을 준다. ‘10g 당류’보다 ‘무설탕’이 더 달콤하게 들린다.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느낌이다.
‘%’보다 기준값을 먼저 확인하자.
'30% 감량'은 무엇으로부터 줄였는지가 핵심이다.
‘무첨가’는 대체 첨가물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제로’, ‘라이트’, ‘헬시’ 등은 감정 마케팅 용어일 수 있다.
‘1회 제공량’ 표시는 실제 섭취량과 다를 수 있다.
프레임은 정보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방식’을 바꾼다.
따라서 진짜 현명한 소비는,
'좋게 보이는 말’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부분’을 읽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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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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