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90% 무지방 vs 10% 지방

프레임 마케팅, 숫자와 언어의 착각

by 조은희

3부 What’s Choice _ 속지 않는 선택의 기술

7장. 마케팅 해석 ― 기업이 주입하는 메시지 (3)


같은 사실도 다르게 들릴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

‘90% 무지방’과 ‘10% 지방’은 수학적으로 같은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건강식품처럼 긍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지방이 많은 음식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표현의 틀(frame) 이 인식의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숫자가 아닌 ‘느낌’을 파는 마케팅

1970년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같은 선택도 표현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참가자들은 '생존율 90%'에는 안심했지만, '사망률 10%'에는 불안함을 느꼈다. 수치는 같아도 감정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식품 마케팅은 이 원리를 정교하게 이용한다.

‘무첨가’, ‘저지방’, ‘제로’ 같은 단어는 ‘결핍’이 아니라 ‘안전함’의 상징으로 쓰인다.

‘덜 있다’가 아니라 ‘더 안심할 수 있다’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이다.


문장이 바뀌면, 믿음이 바뀐다

[MSG 무첨가]는 ‘넣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다른 형태의 조미료로 대체됐을 수도 있다.

‘무첨가’라는 말은 ‘부재의 사실’보다 ‘존재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내는 언어다.


비슷하게 [당 줄이기], [나트륨 30% 감소] 같은 문구도, 감소 전 제품이 어떤 기준이었는지를 명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더 건강하다'라고 믿는다. 프레임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을 설계한다.


소비자는 계산하지 않는다

‘지방 10%’는 부담스럽지만, ‘90% 무지방’은 안심을 준다. ‘10g 당류’보다 ‘무설탕’이 더 달콤하게 들린다.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느낌이다.


소비자를 위한 언어 해독 팁

‘%’보다 기준값을 먼저 확인하자.

'30% 감량'은 무엇으로부터 줄였는지가 핵심이다.

‘무첨가’는 대체 첨가물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제로’, ‘라이트’, ‘헬시’ 등은 감정 마케팅 용어일 수 있다.

‘1회 제공량’ 표시는 실제 섭취량과 다를 수 있다.


프레임은 정보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방식’을 바꾼다.

따라서 진짜 현명한 소비는,

'좋게 보이는 말’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부분’을 읽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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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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