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제국의 재설계

- 아마존의 AI 설계에 대하여 -

by 범생

들어가면서....

아마존은 지난 수십 년간 인류가 발명한 가장 강력한 성공 방정식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플라이휠(Flywheel)'로 상징되는 그들의 성장은 고객 경험을 개선해 트래픽을 모으고, 이를 통해 판매자를 유인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낮춘 비용을 다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선순환의 표본이었다. 이 공식 위에서 아마존은 거대한 물류 센터를 짓고, 전 세계의 유통망을 장악했으며, AWS(Amazon Web Services)를 통해 전 지구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제국을 건설했다. 그들은 1997년 상장 이후에 오늘날까지 30여년 만에 4,800배의 성장을 했고, 전세계 2억 5천만명 이상의 우군, 프라임 맴버십을 가지고 있고, 근 10년 동안은 매해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고 유지를 해왔던 인류기업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폭발적인 팽창을 한 기업이다.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에게 위기라는 단어는 외부의 시선일 뿐, 내부적으로는 확고한 승리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말,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생성형 AI의 폭풍은 아마존이 쌓아 올린 철옹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화려한 AI 모델을 발표하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할 때, 아마존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였다. 시장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커머스의 제왕 아마존은 AI 시대에 길을 잃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었다. 그 이상으로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마존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아마존은 단 한 번도 남들의 눈에 띄는 화려한 기술 과시형 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그들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프라'를 장악하며 승기를 굳혀온 기업이다. 2013년 6월,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내용으로 당시 잡지는 아마존을 ‘보이지 않는 제국(The Hidden Empire)'라고 명명하며, 제프 베이조스가 설계한 아마존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확장성을 경고 섞인 찬사로 풀어낼 정도였는데 기업의 철학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즈니스 또한 조용하고 보이지 않으며 은밀하게 확장해 나아가는 성향을 보이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기업이었다.


다만, 이렇게 성장에 성장을 더해왔던 기업, 아마존이 지금 처한 상황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의 위기가 아니라 '생존의 위기'가 닥쳐왔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었던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나 효율 중심의 물류 최적화는 이제 모두의 기본 사양이 되었다. 이제는 생성형 AI가 고객의 구매 여정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으며,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의 헤게모니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느냐'에서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실행하느냐'로 급격히 이동했다. 여기서 밀려난다는 것은 단순히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덤 파이프(Dumb Pipe, 지능 없는 통로)'로 전락함을 의미한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찬사를 받던 아마존의 비즈니스가 단순 반복 서비스 제공, 마치 박스 비즈니와 같이 전락하며 순식간에 구시대적 유물같이 취급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존은 지금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AI 쇼케이스 대신, 거대한 인프라의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하는 '조용한 혁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도 조용하고 은밀하며 빛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며 장악하고자 한다. 그들의 DNA 자체가 그러하기에 오픈AI나 구글처럼 하나의 모델로 세상을 놀라게 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답게 누구나 AI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황금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을 파낼 수 있는 '삽과 곡괭이'를 택한다. 때문에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자체 칩을 개발하고, 모든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는 플랫폼인 베드록을 구축하고, 그리고 물류 현장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피지컬 AI를 위한 로보틱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불확실한 대목이 있다. 아마존이 현재 추진 중인 '앤스로픽(Anthropic)'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자체 칩(트레이니엄, 인퍼런시아) 개발이 과연 엔비디아와 MS의 강력한 결합을 단기간에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아마존이 가진 데이터의 폐쇄성이 개방형 AI 생태계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AI의 춘추전국 시대에 과연 확실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기에는 승리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쟁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결국 아마존이 어떻게 자신의 기존 성공 방정식을 부정하고, AI라는 새로운 엔진을 이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아마존에게 AI는 선택이 아니라, 거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자 공격 무기다. 여기서 이야기를 통해 화려한 기술의 수사 뒤에 숨겨진, 생존을 향한 빅테크의 가장 처절하고도 치밀한 인프라 전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의 'Day 1' 정신이 AI라는 전장에서 어떻게 다시 숨 쉬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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