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의 딜레마, 독점규제와 AI 윤리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인간 노동자와 로봇의 공존이 좋은 말이긴 하지만 결국 기술이 일자리를 삼킬 것인가에 대하여 늘 의문이다. 아마존이 AI로 플라이휠을 다시 돌리기 시작한 순간, 동시에 ‘거인’으로서의 딜레마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2026년 현재 미국 소비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기관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을 상대로 본재판을 준비 중이다. 2023년 제기된 독점 소송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지배력 남용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판결이 예상된다. 독일 연방카르텔청도 아마존의 가격 통제와 불공정 수수료를 문제 삼아 대규모 벌금과 시정 명령을 내렸다. 유럽 연합 EU 역시 디지털시장법(DMA)으로 아마존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루퍼스’와 베드록 플랫폼을 정조준하고 있다. “AI 투자 자체가 독점 강화 수단”이라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앤디 제시는 이를 ‘Day 1의 또 다른 시험’으로 규정하며, 내부적으로 “규제는 피할 수 없지만, 고객에게 돌아가는 가치를 극대화하면 이길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AI 윤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알렉사+가 집안 전체를 감시하는 ‘공간 지능’이 되면서 프라이버시 우려가 폭주했다. AI 기반의 쇼핑 도우미인 루퍼스가 개인 취향을 너무 정확히 읽어내는 바람에 “아마존이 내 삶을 너무 많이 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가짜 리뷰 차단 AI는 99%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소수 의견을 억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마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디바이스 처리’ 비중을 70% 이상 끌어올리고, 고객이 언제든지 데이터 삭제·투명성 보고서를 요구할 수 있는 ‘AI 윤리 대시보드’를 2026년 전 기기에 배포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자기 규제로는 부족하다. 외부 감사 기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존은 여기에 대해 “우리는 고객 집착 기업이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 철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회적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처절한 딜레마는 인간 노동자와 로봇의 공존이다. 2025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33년까지 미국 내 6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물류센터 75%를 로봇화하면, 판매량이 2배 증가해도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이미 2024에서 2025년 사이에만 25만 대의 로봇이 추가 투입됐고, 전 세계 물류센터의 로봇 수는 100만 대를 넘어섰다. 스패로우, 프로테우스, 디지트 같은 협동 로봇(cobot)은 인간과 나란히 일하며 무거운 짐을 들고, 정확한 피킹을 수행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대체’가 아닌 ‘협업’ 전략을 공식화했다. 로봇이 단순 반복 노동을 맡으면 인간은 로봇 관리·예외 처리·고객 경험 설계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한다. 실제로 2025년 이후 로봇 도입 물류센터에서 평균 시급이 15~20% 상승했고, 로봇 유지보수 기술자 채용은 급증했다. 내부 연구에서도 “인간과 로봇 협업이 단순 대체보다 경쟁 우위를 더 오래 유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일부 정치권은 “결국 5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자동화로 절감된 비용을 고객 가격 인하와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에 재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6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로봇 리터러시’ 무상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모든 딜레마는 아마존에게 ‘Day 2’의 유혹이다. 규제를 피해가며, 윤리를 뒤로 미루며,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면 단기 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조스가 남긴 ‘고객 집착’과 ‘긴장감’은 그런 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앤디 제시는 2026년 주주 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거인이지만, 여전히 첫째 날에 서 있습니다. 규제와 윤리,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할 때만 진정한 AI 제국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에너지와 칩으로 무장한 기술력, 그리고 규제·윤리·노동이라는 삼중 딜레마에서 이 전쟁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에 따라 아마존은 단순한 ‘성공 기업’을 넘어 ‘인류의 AI 인프라 운영체제’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과거의 거인’으로 남을지가 결정된다. 제국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그리고 그 진화의 가장 무거운 짐은, 바로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아마존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