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의 풍경들

by I요

이 빛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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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졸업해서 지금은 내가 사는 곳과 호수가 가깝지 않으나, 이 거리가 결코 멀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호수의 바닥을 보는 듯하다. 수 개월 단위로는 느끼지 못하겠으나 수 년 단위로는 느낄 듯하다. 호수의 수심이 얕아지고 있다는 카더라통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오는 얘기다.

호수의 물 속을 보니 아주 깨끗하진 않은듯하다. 항상 그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는 듯 보인다. 물 속의 시설물인 길다랗고 동그란 관은 제법 선명하게 보이는데 물고기의 움직임은 물 표면쯤에서나 보이는 걸로 봐선 3급수는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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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의 평일 낮과 주말 낮의 운동 인파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깜짝 놀랐을 정도다. 토요일,일요일,공휴일에 롯데월드 어드벤쳐의 각종 놀이기구가 움직이고 호수 서편 카페의 노천 테이블에 사람들로 바글거린다는 차이만 있을 뿐. 걷기를 하러 일부러 나온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았다. 마치 마스크 착용 단속에 걸린 경험이 한 번이라고 있었다는 듯이, 다들 마스크를 찰썩 쓰고 있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안 쓴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두어명 정도는 있겠지 싶어서 자세히 보니 그런것도 아니었다. 날씨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이번 겨울에는 예년에 비해서 소아과, 내과에 감기 환자가 줄었다고 한다. 마스크의 위력 때문에. 이것과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호수에 있는 공연장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분들이 많았는데 이들도 마스크를 다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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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놀란 게 있었다. 평일 이날은 일부러 왔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보지 못하는 건가..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일방통행을 하고 있었다. 한 방향으로만 돌고 있었단 말이다. 보행길은 구청에서 걷기 방향 표시를 별도로 해 두었지만 휴일에 이걸 지키지 않고 역방향으로 가족끼리 걸어가는 걸 수도 없이 봤다. 근데 이 날은 거짓말처럼 그런 사람이 없었다. 휴일에 사람도 많은데 단체로 역방향으로 천천히 산보를 하면 주변인들한테 피해가 간다. 바로 옆에 아파트들이 많고 주택들도 많아서 이 곳에 빨리 걷기를 하러 일부러 나오는 주민들도 많고 나 빛도 빨리걷기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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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비싼 간식을 판매하던 상점은 이미 없어지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나무로 구조대를 세우고. 공원 인근에 따릉이가 3군데였던가.. 최근에는 서울시 따릉이 말고 카카오따릉이까지 가세를 한 걸 봤다. 없어서 못타는 따릉이다보니 카카오따릉이까지.. 이것도 없어서 못타는 지경이 되면 또 다른 따릉이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ㅋㅋㅋㅋㅋ 호수의 숲에는 사람이 적었으나 걷기운동을 하는 인파는 토요일의 80% 수준이랄까 아무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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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서편의 유료주차장에서 송파구청까진 약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구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구청사 위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거란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구청이라도 구의 재정에 따라서 공무원들의 월급이 차이가 많다고 한다. 강남,서초지역은 땅값도 비싸고 큰 빌딩도 많기 때문에 부자 동네답게 골때리는 민원,진상 민원, 악성 민원이 많은 만큼 세금 걷는 액수가 워낙 커서 다른 구에 비해서 직원들 월급이 많다고 들었다. 카더라가 아니라 믿을만한 곳에서 들은 것이다. 월급이 많은 대신 일이 힘들지만 그만큼 승진이 빠르다고도 들었다. 이들 구에 비하면 좀 덜할지 모르지만.

송파구청과 그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듯. 다른 곳으로 정기전보를 가기 전까지는 이 곳에 근무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많이 느낄 것이다. 인근에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국내를 대표하는 교보문고까지.. 대형 세수들이 깔려있는데. 점심먹고나서 가벼운 산보하기 딱 좋고 퇴근후에 잠깐 롯데마트라도 들러서 장보거나 자녀들과 잠깐 즐기기를 하긴 딱 좋은 여건이다. 송파구청의 자랑거리일 거 같기도 하다. 이 인근의 땅값은 이들 기관 때문에라도 팍 팍 오르기만 할 것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인근에 있는 약국,음식점 다른 상점, 남쪽에 위치한 레이크 빌,여흥,미켈란,경남 레이크파크,동쪽에 위치한 레이크 파크. 외에 더 있다. 여흥 뒤에는 준공된지 30여년 이상으로 보이는 평수가 작고 저층의 아파트가 여러 동 있었다. 최근에 짓는 아파트들은 대리석 같은 재질을 활용해서 겉으로보면 사무실인지 주거용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더라..아무튼 이들의 사진을 찍긴했으나 카메라 초점이 흔들려서 건물 이름을 알아볼 수 없는 게 있다. 주거성격의 빌딩들등.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이들 기관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들이 있을 것같다. “내가 장사하는 곳 옆에 O가 있어. 그래서 땅값이 놓고 임대료도 쎄지.. ”이렇게 말하면서 혹 자신을 하대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고 하지 않을까. 딱 좋은 구실이다. 아파트 거주민들은 이 기업의 마크를 활용해서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O가 있어요. 그래서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어요. 아마 팔면 적게는 수십억이죠.” 할 거 같다. 롯데월드가 약 30년전에 들어선 곳인데 그때 이미 인근의 땅값이 대거 올랐을테고 떨어질수가 없는 곳인데 주민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수도 있는 곳이겠다싶다.. 옆에 있는 기관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더 높이는 데 이용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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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 빛의 생각에 반발하고 싶으세요? 생각과 표현은 자유다. 이 곳의 자영업자들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방역 시스템 때문에 영업의 제한을 받아 매출에 영향이 있겠지만.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리는 음식점이 많이 보이더라. 그러니 말도 안된다고 이 곳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시비를 걸진 못할 것이다. 방역에도 불구하고 흥하는 것은 버티고 망할 곳은 망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사는 곳 바로 옆에 판자촌이 있거나 100년 된 10층짜리 허름하고 낡은 건물이 있다면, 있는데 아직 재개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것들 때문에 내가 사는 곳의 땅값이 제대로 오르지 않는다면 누가 이런 환경을 타인들한테 자랑하고 싶겠는가. 자신의 위상도 떨어지게 되는데. 판자촌이 신세계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 혹은 이마트로, 100년 된 건물이 대리석으로 만은 사무용 오피스텔로 혹은 지식산업센타로 바뀐다면. 얘기는 당연히 홀라당 바뀔 것이다. 상향여과가 이럴 때 쓰기 좋은 말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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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동편 한쪽에는 쿨링포그Cooling Fog 3개 1열로 나란히 있다. 수돗물을 고압으로 분무하여 작은 물방울이 증발하면 주위의 온도를 낮추는 시설인데 여름철에만 운영하는 물건이다. 주말에 호수를 여러 번 왔으면서도 빨리걷기만 해서 그랬는지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다. 호수를 상징하는 시설이 아니니 신경쓰지 않았던 거겠다. 시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논의 비닐하우스에서 비닐을 제거하고 하우스의 기둥만 앙상하게 남은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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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다보니 내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게 보였다. ‘9호선 초역세권,올림픽 공원을 품은 명품 민간 임대아파트. 각종세금,자격조건,청약통장,주택 수는 무無 - 10년간 내 집처럼 살아보고 분양시점에 10년 전 확정 분양가로 분양받자!! 02-OOOO-OOOO’ 포그 주변에 있는 키가 내 무릎 정도까지 오는 시설물에 붙어있는 부동산 전단지였다. 3발자국만 더 나가면 이런 전단지 붙일 수 있는 전봇대가 있는데. 구지 부착이 금지딘 공웜내의 시설물에...녹색 테이프로 붙인 거라서 마음만 먹으면 뗄 수 있을테지만, 혹시 아는가. 이 부동산 대표가 인근에서 보고 있을지.. 떼어내면 영업 방해라고 할 게 뻔하지 않을까. 그런 시비에 휘말리긴 싫어서. 선전지를 붙인 대표의 인성이 엿보인 건 어쩔 수 없겠다. 설령 이 곳에 이것을 붙였다는 걸 대표가 모르고 있을경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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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자전거 도로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트리. 이런 게 있었다니.. 이 곳에 오면 거의 보행길인 빨간색 길만 걷다 호수 동편으로 올라가다보니 몰랐다. 아직 개화하지 않아서 동그랗게 오므리고 있는 꽃봉오리 모양이었고 약 16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를 가졌다. 내부는 사각형 모양의 구멍으로 형성된 판들로 구성됐다. 구멍에 자물쇠를 채웠다. 어쩜 자물쇠의 색깔이 그리 다양할 수가 있는지.

*봉우리:봉오리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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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다니는 데 뜬금없이 호떡 생각이 났다. 호떡 트럭이 있을 거 같은 분위기인데도.. 우쨔 없냐공.. 혹시나 좀 더 들어가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호수 서편에서 방이동 방향으로 길을 건너서 상점들 사이를 뚫고 계속 걸어가도 없다. 포기하고 걸어 온 방향으로 나갔다. 다른 음식점이 많이 있는 길거리는 ‘점포임대’들이 더러 보이던데 여긴 없었다. 내가 못보고 지나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내 눈의 착시현상일까요? 호수의 물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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