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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y 14. 2024

[100-2] 무지개색 더미들

아트 한 스푼 feat. 셰일라 힉스

Sheila Hicks 셰일라 힉스

Atterrissage 착륙


벽 속의 또 다른 틈(Another Break in The Wall, 2016)


몇 해 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그녀의 푹신푹신해 보이는 거대한 색깔 더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사람들이 앉아서, 또 누워서 쉴 수 있는 그런 색더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셰일라 힉스(Sheila Hicks, 1934년 출생) 미국의 예술가다. 그녀는 기분 좋아지는 색들과 섬유 및 다른 천연 소재들을 가지고 실험적이고 조각적인 작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4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했고, 그 이전에는 멕시코 게레로에서 지냈다고 한다.


예일대 학생이었던 그녀는 처음에는 회화작업을 했었는데, 어느 날 미라를 감싼 천에 매료되어 섬유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건축가들을 만나 섬유로도 건축적인 조각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이 부분은 자료를 다시 찾아봐야 해서 노트)


섬유, 직물예술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태피스트리 정도, 장식미술 정도로 여겨졌지만, 힉스는 이 부드러운 천들을 거대하게  관람객들의 눈앞에 세워놓았다.


착륙(Atterrissage, 2014)
착륙(Atterrissage, 2014)


구불구불 내려오는 무지개 색의 실들이 ‘현재’에 '착륙'했다. 실들이 막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어디로 더 흘러 내려갈까. 그래서  어떤 곳에 어떻게 스며들까. 문득 궁금해진다.


talking stick

토킹스틱의 기원은 인디언 이로쿼이 연방 원주민들로부터였다고 한다. 여러 부족이 모여 있었는데도 분쟁이나 다툼이 별로 없었는데, 회의나 논쟁을 할 때 추장의 지팡이를 든 사람만이 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토킹스틱을 천으로 실로, 그리고 중간중간 가죽도 숨겨놓고,  단추도 숨겨놓고 그렇게 만들어 두었다.


전시공간에 따라 이 토킹스틱은 자유롭게 설치된다고 한다. 토킹 스틱이니 보통은 세워져 있다. 그런데 해당 전시가 진행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면적이 작아 마치 회화작품처럼 보이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렇게 재미있게 붙여 두었다고. 각각의 막대기들이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참 예쁜 색들을 잘도 모아두었다. 색을 쓰기가 참 어려운데, 색 공부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못내 부러워지는 작품들이다. 언젠가 한번 사용해 봐야지. 막대기를 든 사람이 말하기! 그리고 나머지는 쉿! 잘 들어보기. 듣는다고 들리는 것도 본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서있었다. 작품은 고작 세 점. 아주 딱 좋다. 조금 눈치는 보이지만 그냥 민둥 하니 머무른다. 그러다가 눈에 밟힌 그물들이다. 그물 모양도 색도 다르다. 어떤 매듭을 사용한 걸까. 낚싯줄로 엮은 걸까. 저걸 다 어떻게 엮었을까? 내내 궁금했다.  




셰일라 힉스의 작품은 수작업으로 짠 미니어처, 중간 크기의 얕은 돋을새김 패널, 부드러운 소재의 조각물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설치물들을 모두 아우른다. 오래된 텍스타일 기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창조해 온 힉스는 천연 섬유, 합성 혼합물, 유기물, 그리고 산업 재료를 활용하며 그녀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고안해 냈다. 힉스는 오랜 시간 모더니즘에 대한 학습,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 그간 경험한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그녀의 작품들은 주변의 건축물과 항상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프로그램을 통해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 착륙(Atterrissage, 2014)과 벽 속의 또 다른 틈(Another Break in The Wall, 2016)을 선보인다. -전시 리플릿 설명 중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컬렉션 소장품 전시.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2024년 4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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