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20140829 - 집단의 광기
공부 관계로 서울에 갔다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뉴스를 크게 틀어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마침 세월호에 관련된 뉴스였는데 기사님이 세월호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소위 경제가 안 되는 둥 돈이 안 돌아 퍽퍽하고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누그러 뜨리고 한참을 가다가 입을 열었다.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유족이 원하는 것이 그것인데 그걸 막고 있으니 사람들이 계속 시위를 하는 것인데 이 정권에서 밝혀지겠냐고, 아마도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은 밝혀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씁쓸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더더욱 그렇다. 지하철에도 중년의 사람들이 두런두런 하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들릴 때면 멀쩡한 면상이 추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디 세월호 때문에 돈이 안도는 것인가? 잘못짚어도 한참을 잘못짚고 있고, 엉터리 언론의 선동질에 눈먼 결과일 뿐이다.
부모가 돌아가셔도 그 슬픔이 오래일 진데 자식이 떠나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 했다. 생 떼 같은 자식이 하루아침에 두 눈 버젓이 뜨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간 것을 왜 그렇게 죽게 버려두었는지 그 진상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을 하고 순례를 하고 탄원도 하고 온갖 방법을 다해 처음에 약속한 대로 꼭 진상 규명을 한다고 했는데 수 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에 책임 회피에 거짓말에 서서히 그냥 덮어버리려는 낌새가 보이자 극단적인 단식으로 아픈 가슴에 식음을 전폐한 채 하소연을 했건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런 일에는 분노하지 않고 애먼 유가족을 나무라는 행태에 사람이 어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통탄할 일이다. 아버지 돌아가셔서 불쌍하다고 뽑아줬으면서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게는 왜 그렇게들 모질게 비수를 꽂는 언행들을 하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특별법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다느니 전례가 없다느니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남용된다느니 하는 모든 일들 그렇게들 게거품을 물고 뭉그적거리며 법 제정을 회피하고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행태의 원인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나눌 수 없다는 발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지도자들의 처신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들을 더더욱 분통 터지게 한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 정치에 관심 갖지 못하게 하고 누가 뭐라 하든 벽을 높이 쌓아 자신들의 영역에 한 발자국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명박산성을 쌓더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경찰 버스를 동원한 버스 장벽과 상명하복의 명령에 비인간적인 복종을 강요받은 권력의 시녀노릇 하는 검찰과 경찰들이 법과 공권력을 국민을 향해 겨누고 있다.
1960년대 한창 학생운동이 미국 대학가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하버드 법대의 한 학생이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대학 가는 반란과 난동을 부리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이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게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법과 질서가 없다면 이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것은 한참이나 그칠 줄 몰랐다. 시국이 어수선한 중에도 하버드 법대 졸업생의 소신에 찬 뜨거운 졸업사라는 반응이었다. 박수가 가라앉을 무렵 이 학생은 조용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한 말은 1932년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 내용이었다."(하워드 진 “오만한 제국"중에서 인용)
이번 사건이 1973년 한성호 침몰사건과 무능한 대처나 구조자 없는 것이나 당시 대통령의 알 수 없는 행보가 너무나도 흡사하다 한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찌하여 40여 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지. 법과 질서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 법치가 아니라 지도자와 정권을 잡은 이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이 올바른 법치라 하는데 이 나라는 점점 싫어하는 북쪽을 닮아간다. 그런 역사를 어느새 잊고 우린 또 힘없는 이들의 몸부림을 향하여 이러쿵저러쿵 집단의 광기로 비수를 던진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선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로… 추석이 코앞인데 도무지 감사보다 애끊는 마음만 속을 태운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팽목항의 가족들, 진상규명을 위해 목숨을 건 투쟁에 지친 이들, 함께 노란 리본을 달고 기도하며 아파한 수많은 이들에게 어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소식이 명절 전이라도 나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