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의 공통분모

쉴만한 물가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20120914 - 역사인식의 공통분모


역사(歷史, 문화어 : 력사)는 오랜 역사, 지난 시대에 남긴 기록물, 이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 등을 가리킨다. 또 인간이 거쳐온 모습이나 인간이 행위로 일어난 사실을 말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역사라는 말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기술의 두 측면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레오폴트 폰 랑케는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를 밝혀내는 것이 역사가의 사명이라고 하여 객관적 사실을 강조하였다. 이에 비해 에드워드 헬릿 카는 과거의 사실을 보는 역사가의 관점과 사회 변화에 따라 역사가 달리 쓰일 수 있다고 하였다. (중략) 역사가는 역사의 관찰자이자 동시에 참여자이므로 그들이 쓰는 역사서는 역사가 본인 시대의 관점이나 그들의 미래에 대한 교훈을 염두에 두고 쓰인다. 베네데토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이상 위키백과 인용)


이상의 글을 비롯하여 책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두루 다니며 역사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 모 대선후보가 공공연하게 ‘역사에 맡긴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를 보고 드는 생각은 세상 참 편하게 사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런 입장은 결국 역사인식의 부재 내지는 책임회피이며 결국 자신의 잘못된(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생각이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싫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역사의 주체로 살고 있고, 현재에 있으며 그것이 내일을 결정하는데 대체 어떤 역사에 맡긴다는 것인지...


지금 우리 모두는 공공의 역사와 자기만의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역사의 현재에 서 있으며, 그런 역사관을 가지고 미래도 만들어 간다. 개개인들은 다양한 사건과 객관적 역사의 사실들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습득한 후에 개인이 이해하는 역사관을 형성하게 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해자와 피해자, 주류와 비주류,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 빈민층 등등의 입장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서 극단적인 견해차가 분명히 나올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이나 호불호나 선과악, 긍정과 부정은 그 사회의 주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객관적인 역사관이 후손들에게 교육된다. 적어도 민주와 법치국가에서는 법을 통해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객관적 역사 평가로 수용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 정리되지 못한 역사의 한 부분이 여전히 주류와 권력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상식적인 역사인식도 문제가 되거나 매도되거나 반역 또는 빨갱이 또는 반국가 세력 내지 역사에 반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풍토가 짙다. 이미 법적으로 판결된 사항마저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력의 향방에 따라 비상식적 발언들이 난무하는 판국을 당황스럽게 보고 있자니 숨이 막혀온다.



이해할 수는 있으나 용납하기 힘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자니 앞날이 걱정되고, 역사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불합리함이 피부로 와 닿는 현실 속에서 적어도 공공의 역사라도 바로 세워보자는 갈망이 마음을 태운다. 상대주의적 세계관이 절대적 가치를 부인하는 세태 속에서라도 분명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식적 역사인식의 공통분모마저 무너뜨리는 일이 없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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