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운동장 한편에 작은 단상이 있다.
행사가 있을 때나 사용하는 듯 했다.
누가 그곳에 올라가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학생 몇 명이 올라가 앉아 노는 것을 보았던 게 다다.
그런데, 별 의미 없는 그곳을 누군가 멋진 무대로 만들고 있었다.
연세가 조금 있어 보였다.
가만히 서서 영상을 유심히 보시더니 잠시후 천천히 스텝을 밟는다.
라틴댄스인지 왈츠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근래에 댄스스포츠에 입문 하신 모양이다.
영상을 보며 자세를 익히고 그걸 몸으로 따라 하며 열심히 동작을 연습 중이었다.
그리 높은 단상은 아니지만 평지에서 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눈에 많이 띌 텐데 그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는 건 보여주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단상 가까이 사람들이 지나가면 어르신은 동작을 멈추었고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어머나, 부끄럼쟁이 셨구나.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혼자 미소가 슬며시 새어 나왔다.
'부끄러운데, 보이고 싶어!!'
내가 그 단상 옆을 느리게 뛰어 지나갈 때마다 어르신의 춤은 멈추었다.
운동장 한 바퀴가 400m 남짓.
한 바퀴를 돌아 어르신 앞에 갈 때마다 멈칫 정지하는 춤 때문에 감질맛이 났다.
나는 오늘 그를 나의 연예인으로 점찍었다.
가까이 갈 수 없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팬의 마음이었달까.
팬을 위해 춤을 멈추지 않고 계속 보여주었으면 좋으련만 어쩌겠는가.
그를 오늘의 나만의 연예인으로 점찍은 걸 그는 모르는데.
그가 너무 부끄럽지 않게 은근슬쩍 그를 보았다.
운동장을 돌다가 그에게서 가장 멀어진 거리가 되면 그땐 은근슬쩍 보지 않고 대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의 연예인이니까 응원을 해줘야지!
같은 스텝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그의 춤사위가 엉성한듯한데 멋졌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정말 잘 추는 춤도 멋지지만, 초보자의 한발 한 발도 굉장히 멋지다.
내가 운동장에 머문 1시간가량, 그의 춤은 중간중간 멈칫 하긴 했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달리기가 끝나, 운동장을 빠져나오며 나의 연예인에게 마음의 박수를 마음껏 쳐주었다.
그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꿈을 알 순 없지만 '춤'이라는 게 얼마나 가슴 뛰게 하는 일인지는 잘 알고 있지. (나도 한때 춤에 열병을 앓은 적이 있다.)
가슴 뛰는 일을 그렇게 오래오래, 멈칫하다가도 다시 그렇게 해나가셨으면 좋겠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