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묵, <K를 생각한다>를 읽고
MZ세대는 정말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는가. 한편, 1990년대생인 현재 우리나라 20대는 실제로 불행한 세대인가. K-방역은 정말 성공했는가. 중국의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일 확진자는 공식 자료대로 진짜 10명 내외일까? 한국인은 타인에게 개방적인가 배타적인가.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 이제 더는 팔로워(follower)가 아니라 리더(leader)인가. 386 세대는 정말 꿀을 빤 세대일까?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은 왜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전락했을까. 대학 입시에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 더 공정한가. 대학 교육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으면서 왜 명문대 입학 경쟁은 더 치열해졌을까.
<K-를 생각한다>는 무엇이 대한민국의 이러한 모순적인 현상과 변화를 초래했는지 근원을 파헤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X, Y 축으로 그어진 그래프상 한국은 어느 위치에 포진해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예상한다. 수저계급론을 내세운 헬조선을 외치다가 돌변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한국인이지만 요 몇 년 새 많은 혼란을 느낀다. 이 책은 좀처럼 정의 내릴 수 없었던 1990년대생이 이와 같은 모순적 국가관을 갖는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 오히려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최근 고민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저자의 주장을 관통하는 큰 틀은 이중경제체제이다. 우리나라는 재벌을 비롯한 대자본이 관여하는 소수가 속한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 훨씬 많은 이들이 속한 저임금 체제와 고된 노동조건을 감수하는 저부가가치 산업군으로 나뉜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후자에 속하는 영역에는 더 낮은 임금을 감내하는 자신이 경험한 이주노동자의 사례와 국내에서 이들의 노동력에 의존 경향이 커지는 점을 들어, 보통 떠올리는 코즈모폴리턴 엘리트가 속한 다국적기업이 이끄는 세계화와 더불어 존재하는 이중의 세계화라고 정의한다.
개선될 여지가 없는 이중경제체제를 맞닥뜨린 대다수 90년대생은 지위 상승을 얻는 주류 경쟁에서 배제되고, 스마트폰을 켜면 쏟아지는 각종 콘텐츠에서 대리 만족을 얻는다. 개인주의적이라기보다는 가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모든 책임과 간섭을 거부하는 양상을 띠며, 장류진 소설 <달까지 가자>의 세 주인공처럼 코인 열풍에 올라타 인생 역전을 노리는 한탕주의를 꿈꾼다. 이중경제체제가 굳어가는 상황에서 효용성에 상관없이 좋은 학벌을 획득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더욱이 1980년대에 대학 입학 후 특권층을 형성해온 386세대의 부와 지위 즉, 계층이 세습되는 현실에서 이들 자녀는 학벌 경쟁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 모든 복합적인 문제가 2019년 조국 사태로 터져 나왔다.
저자는 90년대생이 유난히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해서가 아니라, 그나마 능력주의에 기반한 국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기기 때문에, 이를 교란하는 행태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암기 위주 시험을 무의미한 지식 경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수시보다는 정시가 더 공정하며, 2020년 인천국제공항 직원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하다고 하는 입장을 고려하면, 90년대생을 가치의 퇴조 세대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타당하다.
개방성과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의 승리라고 자부하는 K-방역의 성공도 본질적으로는 정반대의 가치인 권위적인 병영 국가 시스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초기 집단감염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시(戰時)를 대비한 정부의 절대적인 정보 수집과 자원 동원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개인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감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상이 저자가 다룬 90년대생, 방역과 국가, 민족과 다문화, 386 세대, 입시와 교육 - 다섯 개의 주제를 이중경제체제 관점에서 풀어낸 핵심 내용이다.
한국전쟁 이후 똑같이 가난한 평등한 시대에서 과거의 계급 사회처럼 다시 계층이 세습되면서 다수가 불행한 부유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민주주의 가치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세상을 서로 비교하면서 ‘노력한 대가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를 향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하기를 바란다면 어렵더라도 공정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논해야지 불공정을 솎아내는 일을 반복한다면 소모적일 뿐이다. 이 책은 소수 독점 사회 대한민국을 타파하고 다수가 누리는 세상으로 바꿔가려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