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면 장땡이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게임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그동안 했던 다양한 게임들을 떠올리며 게임의 장점을 생각해보았다. 글에서 특정 게임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내가 떠올린 게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각자가 재미있게 즐겼던, 애정하고 있는 게임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될 듯하다.
1. 머릿속이 비워진다(두뇌가 리프레시가 된다).
현대인은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모두가 하루 종일 너무 바쁘다. 지식의 홍수 속에서 넘쳐나는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발달을 하자 각종 메신저, 온라인 게시판 등으로 소통 수단이 늘어났다. 과잉 커뮤니케이션에 시달리다 녹초가 되곤 한다.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해 정보, IT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는 상황이다. 창의력, 정보력,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사고가 중요해지면서 학교, 회사, 집 어디에서든 두뇌는 풀가동 중이다.
게임은 하루 일과, 평일 중에 탈탈 털린 한 사람의 어린 영혼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고작 기계 속 프로그램일 뿐인데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한 번이라도 푹 빠졌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게임을 켠 뒤 집중을 하다가 몰입을 하는 순간이 오면 세상의 온갖 번뇌와 잡념, 고민은 언제 있었냐는 듯 씻은 듯이 날아가버린다. 생각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채 맴돌던 문제들이 싹 사라진다. ‘나는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의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 리프레시다.
2. 재미있다.
게임은 그래픽도 예쁘고 사운드도 좋고 스토리는 흥미롭다. 가장 좋은 점은 재미다. 재밌으면 장땡이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인생은 고난으로 가득하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회를 구성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어쩌면 대부분의 시간을 좋아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좋아하는 일조차 수많은 귀찮고 번거롭고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토록 험난하고 ‘재미없는 것’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재밌다’라는 사유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통제 가능하고 빠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사람이 태반인 세상에서 게임 속 캐릭터는 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얼마든지 조정을 할 수 있다.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설정하고, 만일에 잘못되었을 경우 다시 로드해서 나은 상황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미션을 수행하면 어떤 형태로든 바로 보상이 주어져 성취감을 느낀다. 게임 속 미션은 다양하며, 난이도는 적절하게 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과 비교하자면 매우 잦은 빈도와 빠른 속도로 성취감을 얻는다.
3.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게임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느꼈던 첫 번째 사례는 ‘심시티’다. 여러 시도 끝에 이번에는 공해가 없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층빌딩과 각종 편의시설이 즐비한 IT, 금융 첨단 도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친환경 행복 도시를 꿈꿨건만…… 도시 재정이 적자를 거듭하자 도시 운영에 가장 기본인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겼다. 나의 좋은 의도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채 시민들은 바로 집을 버리고 떠나버렸고, 도시는 회생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공략집을 읽다가 나의 중대한 실수를 알게 되었다. 도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 공업 기반이 잘 다져진 상태에서 각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을 맺고 있어야 했었다. 세상에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당연한 말이긴 한데 게임도 하다 보면 노하우가 쌓여서 실력이 향상된다. 최근에 각 단계마다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면 엔딩이 나오는 게임을 했다. 고전게임이라 게임 운영 방식과 규칙은 정말 단순한데 단계마다 난이도가 적당히 높아져서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해 중독성이 엄청났다. 처음 엔딩을 보고, 두 번째 같은 엔딩을 또 보고, 세 번째 같은 것을 다시 보았다. 신기한 건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서 엔딩까지 가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숙련이 된 것이다. 몇 날 며칠의 게임 몰입 상태를 마친 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꾸준함과 반복’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고단한 일상으로 돌아와 꾸준하고 반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경영/전략 시뮬레이션에서 세계의 역사, 지리, 위인, 돈의 중요성 등을 배우게 된다.
4.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분노감이 정화가 된다).
‘1. 머릿속이 비워진다’와의 차이점은 1이 과도한 두뇌 활동을 멈추고 머리를 식히는 역할이라면, 4는 온갖 개소리(멍멍아, 미안해. 관용적인 표현이라서 어쩔 수 없구나), 쓰레기 같은 말인 줄 알면서도 온갖 이해관계, 권력관계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밥벌이를 위해 쌓아 버린 감정 불순물을 처리하고 정화하는 역할이다. 게임방의 두더지 게임, 농구 게임, 자판을 마구 두드리는 게임, 사격 게임, 드럼 비트 게임, 펌프, 자동차 게임에 이어 마지막 코인 노래방까지! 이토록 유쾌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만 원을 오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꾼 후 남은 동전을 세어가며 다음에는 어떤 게임을 할지 고르는 순간조차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만 같다. 안타까운 점은 물가가 많이 올라서 만 원 이어도 두 명이서 위에 언급한 게임을 다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만 원은 가능할지도. 새로운 도전 목표다.
5. 게임은 예술이다.
이건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거다. 연애 초기부터 그는 ‘요즘 게임은 영화에 버금간다. 자신은 스토리, 영상 구현 측면에서 게임이 영화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영화보다 게임 트레일러나 게임 플레이 동영상을 보는 게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라고 말을 했다. 나는 게임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그래 봤자, 게임이 게임이지. 얼마나 대단하겠어.’라고 코웃음을 쳤었다. 우선 그는 게임 트레일러 몇 편을 보여줬다. 내가 생각했던 수준의 트레일러가 아니었다. 이건 그냥 감동적이면서도 마음이 아린 짧은 영화 한 편이었다.
결혼 후에는 책상 위에 그와 나의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있어서 그가 스토리가 있는 게임 플레이 동영상을 볼 때 가끔씩 흘겨본다. 잠깐씩 보는데도 저 정도의 영상미에 스토리 라인이 갖춰진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서 게임을 마쳤을 때를 생각해 본다. 전지적 관점으로 이미 다 만들어진 스토리를 보는 영화와 달리 게임은 내가 게임의 일부분으로 참여를 해 선택한 옵션에 따라서 스토리가 달라지니 직접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이런 게임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상황이나 사건에 더 몰입을 하고 오랜 잔상이 남아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은 여운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도 게임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게임은 친교 활동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초등학생 때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486 도스 컴퓨터로 친구들과 집에 모여서 신나게 너구리 게임을 했다. 오른쪽 아래에 등장한 너구리가 사과도 먹고, 레몬도 먹고, 큰 압정 같은 장애물을 점프해서 계단에 도달하면 층별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 왼쪽 위까지 도착하는 게임이다. 그 친구들과는 20년도 넘는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만난다는 건 게임으로 단합한 것 외에 많은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다.) 명절에 어른들 틈에서 사촌 오빠와 같이 할 놀거리를 찾지 못했을 때는 2인용이 가능한 고전 게임의 존재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과 친구들과 다같이 PC방에 가서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친목을 도모했다. 어색한 사이에서 부담 없이 같이 즐기기에 게임만 한 게 없다.
게임은 전략적 사고를 키워준다. 내가 어깨너머로 중계 영상을 보면서 이해한 게 맞다면 전 세계 남성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가 대표적인 게임일 거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배틀에 참여하는 각 캐릭터(몇몇 웹문서를 찾아보니 LOL에서 이를 챔피언이라고 일컫는 듯하다.)의 능력치와 특성을 이해하고, 맵의 특장점을 파악하고, 프로 게이머의 경우에는 실제로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강약점까지 알고서 5대 5로 팀을 이뤄 전략을 짜고 협력을 해야 한다. (게임과 회사 업무는 결코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점을 찾아보자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 참여자의 특성, 업무의 성격을 파악을 하고,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을 하고 함께 협력하는 전략적 사고인 거다.
*장땡 [명사]
1. 화투 노름에서, 열 끗짜리 두 장을 잡은 제일 높은 끗수.
2. 가장 좋은 수나 최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연관 포스트
왜 게임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걸까?
: 게임이 지닌 가치보다 폄훼 되는 이유
https://brunch.co.kr/@smilepearlll/27
남편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해요!
: 서로의 개인 시간을 존중하기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