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글쓰기.
성수역 골목길의 어느 한 카페.
낯선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빛을 뿜어내는 방식도 그 빛을 둘러싸고 있는 종이의 형태도 새롭고 낯설어 보였다. 등이 예뻐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일어서서 등을 감싸고 있는 종이를 만져봤다.
따스했다.
겨울인 바깥날씨완 다르게 빛을 감싸고 있는 종이는 따스했고 바스러지지 않을 만큼 두껍고 단단해 보였다.
어떤 종이엔 하트가 그려져 있었고,
또 어떤 종이엔 사람의 형태가 그려져 있기도 했고,
글로 가득 찬 메모가 있기도 했다.
빛을 중심으로 그 거리감에 따라 어떤 종이는 어두웠고, 또 어떤 종이는 뜨거웠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우리의 삶도 저 빛을 둘러싸고 있는 메모처럼 다양한 경험과 사건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게 문득 느껴졌다.
나라는 빛을 둘러싼 어떤 종이는 아직 하얀 백지일 테고,
또 어떤 종이는 빛에서 멀리 떨어져 어쩌면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우리의 삶은 다양한 삶의 방식과 모습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을 테고 메모를 둘러싼 저 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형태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을 하고 있던 그 테이블 아래 저 등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내 한 페이지도 작성되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