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어금니

by 시연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 치료했던 자리였다. 잇몸이 붓고 통증이 심해 ‘이제 임플란트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담당 선생님은 잇몸만 치료하면 좀 더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 다시 잇몸이 붓고 여지없이 통증까지 따라왔다. 열심히 관리한 결과 통증은 사라졌지만 흔들림이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내 치아가 나을 거라는 마음에 버텨보려 애썼지만, 쓰임을 다한 어금니는 때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이제는 ‘안녕’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치과에 가야겠어.”

하교한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치과에 갔다.

“지난번 치료했던 어금니가 쓰임을 다한 것 같아요.”

X-ray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40년 넘도록 함께 한 어금니와의 이별이라니, 코끝이 찡했다. 마취바늘이 잇몸을 찌르는 감각이 몇 번 스쳐갔고, 발치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마취가 잘 됐으니 뺍니다. 아프면 손드세요.”

동그랗게 구멍 난 초록색 천이 얼굴 위를 덮는 순간, 나는 말했다.

“잠시만요. 발치 후 그냥 버리지 말고 보여주세요!”

감각이 사라진 자리에 힘이 전해졌고, 이내 물로 헹구라는 말이 들렸다. 끝났다. 두 동강 난 치아가 핏기 가득한 뿌리와 함께 보였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작게 흔들었다.

‘안녕, 고마웠어. 더 잘 관리하지 못해 미안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어금니 뺐을 때 기분이 어땠어?”

운전하던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 낮지만 부드럽게 말했다.

“음… 난 그냥 손톱이나 머리카락 같은 거라고 생각해. 왜, 마음이 아파?”

“응.”

조수석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를 뺐는데 마음이 아파?”

“응… 마음이 아파. 영구치잖아. 다시는 새 이가 나지 않거든.”

순간, ‘너는 지금 내 마음을 모를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으며 시선을 창밖으로 옮기는데, 엄마와 함께였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불과 몇 년 전, 나도 그 마음을 몰랐다. 치아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를 모시고 치과에 갔던 날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지만 결국 발치만 하고 돌아왔다. 쇠약해진 몸으로는 힘들 거라는, 어금니 하나 없어도 식사에는 무리가 없을 거라는 동생의 말에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 크게 권하지 않는 의사의 태도가, 거리낌 없는 동생의 답변이 다행이라고 여겼을까.


실은 엄마의 의견이 제일 중요했는데 나는 왜 지레짐작하여 엄마의 의견을 묻지 않았을까. 어쩌자고……. 십중팔구, 엄마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예민한 엄마는 겁도 많고 엄살도 많은 사람이니까.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음식을 씹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안쪽의 어금니라 웃을 때 드러나지 않더라도, 나의 일부가 쓰임을 다해 빠져나간다는 건 매우 속상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묻고 함께 나눴더라면, 꼭 안아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어금니 자리는 채워졌지만, 그날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생긴 빈자리는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모양과 색은 다르더라도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이거다 싶은 게 있지 않을까. 언제 빈자리였나 싶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