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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셔어리 May 04. 2021

아들 검정고시 도시락을 쌌다

아들 검정고시 도시락을 쌌다










                                                  

유학간지 한 달 반 만에 5킬로가 빠져 돌아온 아들 얼굴을 보고 만사 제쳤다.

곧장 집밥부터 걷어 멕였다. 지구 곳곳 코로나 확산 세와 감염자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백신 접종 방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휴학은 하고 왔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불투명한 미래 앞에 아들도, 부모인 우리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중졸 검정고시 원서마감이 낼 이였다.

     



“ 중졸 검정고시 시험이 4월 8월 두 번 있어요. 한 달이 체 안 남아서.... 음... 다 친다고 생각해두셔요. 절반 패스하고 다음 시험에 나머지 패스. 이렇게요. 물론 빡세게 하면 한 번에 올 패스도 하고요. ”

공부 빡세게 와 거리가 먼 녀석이라 욕심을 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정고시 학원 안내 데스크 앉아 듣는 상담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한 귀로 들어오자마자 한 귀로 그대로 빠져나간다. 그래 뜻이 있으면 길이 있겠지.. 그렇게 한 달이 체 안 남은 기간 예정에 없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검정고시 공부는 시작되었다.    

 

마음 비우고 눈앞에 일부터 하나씩 하자. 중졸 검정고시도 엄연한 국가고시. 시험 전날 긴장하는 아들의 서성임이 전해졌다. 오전 시험 치고 점심시간 도시락 먹고 남은 오후 시험까지다. 급식과 외식이 흔한 요즘 집 도시락은 싸는 사람 먹는 사람 다 오랜만이다.    

  

한 입 쏙쏙 김밥이 편하겠지. 새벽에 일어나 밥을 짓고 있는 재료 준비해 다른 날보다 더 아귀힘 꽉꽉 줘가며 김밥을 말고 썰어 가지런히 도시락에 담았다.   

   

* 김밥 도시락 - 김 깔고 밥 펴고 재료 하나씩 얹어 꾹꾹 눌러 말았다. 수행하듯 천천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원서, 청소년 증, 마스크, 검정 사인펜, 도시락, 생수. 준비는 끝났다. 아침 일찍 인데도 시험장 모라중학교 앞은 사람들이 많았고 차도 밀렸다. 아들은 뒷좌석에 앉아 끝까지 프린트 물에서 눈을 떼지 않다가 드디어 내릴 준비를 한다.      


“ 마음 편하게 치고 와. 침착하게 끝까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잘 될 거야. ”

“ 네. 다녀올게요. ”  

   

차에서 내려 시험장 교문 입구로 걸어가는 녀석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했다. 사춘기 자식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고 걱정되며 안쓰럽다 가도 또 막상 얼굴 보면 화딱질 난다. 하루에도 몇 번 아들의 반항과 엄마의 잔소리가 교차하며 어떤 분기점에서 터지고 아물기를 오갔다.  

   

주위 사람들 말마따나 부모도 답답하겠지만 자신, 본인이 지금 젤 답답하다는 걸 안다. 뭔가 뜻한 바 있어 그 멀리까지 혼자 꾸역꾸역 갔을 텐데 맘처럼 잘 안되고 자꾸 주저앉게 만드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했을까.


그래.. 인생 계획대로, 생각대로만 되면 식은 죽 먹기지. 돌고 돌아가는 길이 제대로 찾아가는 길 일지도... 집에 들어갔다가 남은 부엌 뒷정리를 하며 평소처럼 했다. 마치기 한 시간 전쯤 근처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오후 시험이 끝났다. 중학교 운동장까지 마중 나갔다. 푸른 하늘 아래 봄 햇살이고 또 하나의 도전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저 멀리 또래 아이들 사이 걸어 나오는 아들이 눈에 띈다. 반가움과 안도감에 빤히 쳐다보는데 가슴이 찌르르하더니 이유모를 눈물이 났다.

  

* 앞집 할머님이 해주신 잡채 - 살 빠져 돌아온 녀석을 보고 머라도 멕여야제 하시며 주셨다



   

실컷 새벽에 김밥 잘 싸서 도시락 들려 보내고, 등 두드리며 응원해줬으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 치워놓고... 끝날 때쯤 마중 나와 손을 흔드는데 멀리 보이는 아들 모습이 그냥 짠했다.


옆에 서서 손을 열심히 흔드는 남편다. 우린 이제 그만 내려도 되는 손을, 굳이 번쩍 들고 가까이 올 때까지 흔들고 또 흔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사진 - 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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