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족여행지 추천! 뷰:티풀 코란도와 함께한 경주 역사 여행
우리는 숙소를 나와 첨성대로 향합니다. 그것은 대릉원 건너편 계림과 반월 성터 북쪽에 위치하는데요.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라 선덕여왕 재위 기간인 기원후 632에서 64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문과 일기 관측을 위해 세워졌다는 기록에 위해 그 용도는 알았지만 정확한 사용법은 지금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곳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무료로 빌려주는 신라 복식을 입고 원화와 화랑처럼 서서 첨성대나 계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첨성대와 주변 궁궐터는 무료입장입니다. 하지만 월성 주차장(폐쇄) 옆 신라왕궁 영상관까지 왕복 운행되는 비단벌레차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또 어린이의 경우 1,000원의 차비를 받습니다. 이는 천마총에서 출토된 허리띠 장식에 이 곤충의 날개가 사용된 것에 착안한 것이랍니다.
비단벌레차의 운행은 09시 10분, 9시 45분, 10시 30분, 11시 15분, 13시, 13시 45분, 14시 40분, 15시 30분, 16시 20분, 17시로 하루 총 10회가 기본이고 주말이나 특별 기간에는 오후 5시 25분에 첨성대 앞에서 11회, 막차가 출발합니다. 각 회당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예매하고 출발시간에 타는 방법으로 운영되는데요. 출발 5분 전에 탑승하지 않으면 예약된 표는 무효가 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 첨성대는 오후 10시까지만 열지만 담 밖에서 야경을 구경할 수는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몇 년 전 사고 이후 주변 목책이 높아지고 더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림은 풀어쓰자면 ‘닭의 숲’인데요. 경주 김가의 시조인 김알지가 달걀에서 태어난 설화의 배경 장소입니다. 또 인근 신라왕궁 영상관 벽에 붙은 통일신라시대 경주의 전경을 보면 이곳은 궁궐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주춧돌 있던 자리 표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성과 동궁 터는 지금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고 간간이 신라시대에 다듬어진 석재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월성 터를 따라 보문 단지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주국립박물관과 월지가 보입니다. 나는 오래전 월지를 다녀간 후 이곳의 야경을 보고 싶어 했는데요. 이제서야 그 소망을 이룹니다. 야간 경관조명은 하절기에는 오후 7시에 켜지만 당일 상황에 따라 다소 조정됩니다. 이날 우리 가족은 마침 점등 30분 전에 입장해 날이 저물기 전 모습과 야경 모두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예전에 나는 오릉에서 대나무숲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를 듣고 그것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동궁의 대나무숲은 보잘것 없는데요. 대신 딸아이와 직접 대나무를 흔들어 그 소리를 만들면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동궁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태자가 머물던 곳입니다. 또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문무왕 14년 서기 674년에 건립됐다고 하는데요. 동경잡기(東京雜記)에는 월지가 먼저 만들어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른 뒤 동궁은 사라지고 연못만 남아 안압지로 불렸는데요. 1974년 11월, 연못 주변 정화공사 중에 신라시대 와당과 기와 조각 등이 다량 출토됩니다. 이에 1975년 3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대대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는데요. 이를 통해 월지의 원래 형태와 동궁 터가 발견됩니다. 참고로 동궁과 월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 무효로 운영되고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입니다. 주차장은 따로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동궁과 월지 탐방을 마치고 숙소 근처에서 경주에서의 첫 끼로 쌈밥을 먹습니다. ‘향토 음식하면 전라도’라고 하지만 다른 지역에도 나름의 향토음식이 있는데요. 경주는 음식이 아닌 간식이 유명합니다.
황남빵 또는 경주빵으로 불리는 단팥을 가득 넣은 이것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이곳이 본산입니다. 1939년 당시 황남동에서 최영화라는 사람이 처음 개발했다고 합니다.
경주 쌈밥은 일종의 한정식인데요. 주 요리는 육고기로 만든 음식입니다. 식당마다 그 구성과 조리방법이 제각각입니다.
주로 소 불고기, 돼지 제육, 너비아니 등이며 거기에 생선과 집 된장국 또 각종 나물을 내놓는데 일정한 규칙이 없고 간혹 독특한 상차림이 있는 걸 보면 이것은 경주의 토속음식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만들어진 관광지 음식입니다.
이것 역시 황남동이 메카인데요. 심지어 대릉원 담장 왼쪽 골목은 쌈밥 거리로 불립니다. 가격도 집집마다 다르지만 대략 1인당 15000원 선이고 관광지이다 보니 주문 조건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황리단길 뒷골목을 걷다가 오랜만에 사진 자판기 부스에 들어가 가족사진을 찍습니다. 이것은 요즘 이곳의 새로운 분위기를 알려주는 아이콘 같습니다. 그 동안 인근 문화재 때문에 개발 제한에 묶여 쇠락하던 곳이 도보 여행자들이 모여들면서 유명해지고 연쇄작용으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됩니다. 지금은 멋진 2층 기와지붕 카페와 망한 목공소가 공존하고 폐가 옆에는 독특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내 고향이기도 한 삼청동에 살면서 그 시작과 끝을 봤기에 이 동네의 변화가 더욱 궁금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옥 카페 처마에 걸린 신라의 달이 아름다운 밤입니다.
* Gentrification : 원래 의미는 낙후된 구 도심이 개발되면서 특별한 가게들이 입점하고 이로써 상업지역으로 활성화되고 이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높이는 등의 문제를 말함.
5시간 가까운 이동과 갑자기 많이 걸은 것이 부담됐나 봅니다. 평소에도 오후 11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우리 가족이지만 이날은 9시가 안되어 잠들어 버렸습니다. 이어서 다음날 아침 6시부터 2일차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특히 나는 차를 몰아 계림과 대릉원 주변을 돌아다니고 국립경주박물관 뒷길을 통해 반월성, 월성을 지나 교동까지 아침 드라이브를 즐깁니다.
교동은 이곳에 위치한 향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요. 여기에는 근 현대 한국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경주 최부자 댁도 위치해있습니다. 어린 시절 제사상에 오르는 술 중에도 비싼 축이던 경주법주의 본산이기도 하고 최근에 사바하라는 이름의 대형 카페도 들어섰습니다.
우리 가족은 애초에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불국사로 향하려고 했습니다만 딸아이가 주인집 아이와 마당에서 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합니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직접 보고 김대성의 스토리가 어린 석굴암을 만나보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또래와 노는 것입니다. 게다가 마당에는 사람 잘 따르는 강아지들까지 있으니 오죽할까 싶습니다. 이참에 나도 아이들 놀이를 거들고 잠깐의 골목 탐험에도 동행합니다. 그렇게 오전 10시까지 있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 숙소를 나섭니다. 하지만 차는 그대로 두고 걸어서 대릉원으로 향하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황리단길이라고 불리는 포석정로 박물관 방향은 이미 차들이 더 드게 진행 중입니다. 이는 주차공간이 빌 때마다 한대씩 움직이는 상황인데요. 유난히 춥고 흐렸다는 어제와 달리 이날은 기온도 오르고 날이 맑습니다. 게다가 주말이니 당연한 상황입니다.
대릉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 무효로 운영되고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입니다. 또 주차장은 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까지 개방되는데요. 주차비는 전일제로 대형 4000원, 소형 2000원이고 경차 등 할인 대상은 1000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받습니다. 반면 노상주차장에 차를 세울 경우에는 30분당 500원입니다. 하지만 휴일에는 오전 9시 전에 이미 만차입니다.
대릉원은 24기의 신라시대 무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 이름은 미추왕을 대릉에 모셨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따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73년에 관광자원 개발 목적으로 개장된 천마총입니다.
이것은 돌무지 넛덜무덤으로 5에서 6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모도 큰 편이라 그 밑 둘레가 152미터, 높이가 15.7미터에 이릅니다. 또 출토된 껴묻거리 중에는 금으로 만든 의례용 모자를 비롯한 장신구와 마구들이 많아 왕의 무덤으로 예상됐는데요. 최근에는 그 주인이 소지 마립간과 지중왕 중에 하나일 거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천마총은 부장품 중에서 발견된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 덕분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장니는 말의 양쪽 아랫배 가리개인데 이것에 천마 그림이 그려져 있고 특이하게도 이것은 고구려 벽화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대릉원 관람 후 우리 가족은 숙소 옆에 위치한 카페에 잠시 들릅니다. 앞서 소개한 황남빵을 사기 위해서인데요. 더불어 찰보리 빵도 구입했습니다. 전자는 개봉 전까지는 상온에서도 며칠간 보관할 수 있지만 후자는 포장된 상태에서도 하루가 지나면 반드시 냉동 보관했다가 먹기 직전에 상온에서 해동시켜야 합니다.
이어서 차를 타고 불국사로 향합니다. 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요. 이미 황남동의 도로와 주차 상황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더하면 더 했지 덜 할리 없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불국사를 5킬로미터 남긴 상황인데도 이미 차들이 길에 서 있습니다.
저는 재빨리 덜 막히는 다른 경로를 찾았는데요. 마침 코란도의 AVN 화면에 이차에 탑재된 풀 미러링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띄어두었기에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커넥티드 카 기술은 정보 갱신주기가 빠른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량에 없거나 업데이트가 상대적으로 늦은 기능과 정보를 보완하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선택한 경로는 정체는 덜하지만 진짜 문제는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차를 세울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불국사 공용주차장 주변 2에서 3킬로미터 내 도로 양쪽은 이미 차로 가득합니다. 차라리 공용주차장 앞에서 입차 순서를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해 보일 정도인데요. 그 줄 마저도 2킬로미터가 넘습니다.
이에 저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포기하고 아예 더 멀리 감포를 방문한 후 귀갓길에 오르기로 결정합니다. 바다를 본 것이 오랜만이고 특히 동해는 10개월 만이라 그리웠나 봅니다.
감포 인근에는 동해고속도로 동경주 나들목이 불국사 인근에는 남경주 나들목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차로 35분 가량 소요됩니다. 하지만 토함산 자락을 넘어가는 차령재 코스를 이용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후자의 경우 40분 가량 걸리는데요. 이는 굴곡이 심한 차령재 옛길 양쪽 입구가 터널로 관통되고 이어지는 차령대교가 개통된 덕분입니다.
이 고갯길은 차령터널 개통으로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옛길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경사 길이지만 간혹 구불구불하면서 고저차가 급하게 변하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신형 코란도는 그곳도 가뿐히 통과할 수 있는데요. 이차에는 1.6리터 소형 엔진이 달렸지만 낮은 RPM에서도 높은 추력을 내도록 설정된 덕분에 전혀 힘에 부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교적 높은 하체 강성으로 인해 다소 격렬하게 코너를 돌아도 차량의 흔들림이 덜합니다.
감포에 도착해서는 인근 문무대왕 수중릉은 물론이고 감은사지, 주상절리 구경도 포기하고 심지어 감포항도 멀리하여 이 지역에서 용구멍이라 불리는 한적한 자갈해변에서 바다만 바라봤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리단길과 천마총도 좋았지만 예부터 세월을 낚는다던 강태공들 사이에서 게으름 피우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는 주변에 지천인 매끈한 자갈을 연신 바다에 던지며 재잘거리고 아내는 강의 때 쓴다며 넓적한 자갈을 모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감포 인근 동경주 나들목을 통해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이후 조금 복잡한 경로를 이용해 서울로 향했는데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차에 달린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보조 또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이 첨단 기능들을 이용하면 운전 피로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운전 스트레스는 줄이고 여행의 즐거움은 키워주는 고마운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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