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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r 18. 2023

나만의 헬스장 마련하기

배달이 언제 올까?

방글라데시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었다. 근처에 헬스장이 없으니 작은 방 안에서라도 운동을 해야만 했다. 주 6일 맨몸 운동을 진행했다. 나와의 약속이었다. 팔굽혀펴기, 맨몸 스쿼트, 버피 테스트를 하면서 별로 없던 근육들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맨몸 운동이 지루해지면 때로는 물구나무 연습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탄력밴드를 창틀에 묶어 팔과 등에 자극을 주는 운동들도 함께 해줬다. 단지 매달릴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맨몸 운동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턱걸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턱걸이를 하지 못하니 점점 운동이 단순해졌다. 매일 비슷한 운동을 비슷한 무게,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하다 보니 내 몸은 금방 적응했다. 운동의 자극은 줄어들었고 지루해졌다. 턱걸이를 제외한 맨몸운동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운동기구를 내 방에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운동 기구를 마련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도시로 가서 직접 사 오는 방법, 다른 하나는 온라인 배송을 시키는 방법이었다. 무려 7시간을 걸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덤벨과 바벨을 사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온라인 배송이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온라인 배송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먼 시골 마을까지 배달이 오는지 확신이 없었다. ‘다라즈’라는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체계적이지 않은 배달 서비스로 악명이 높았다. '잘못된 상품이 왔다', '한 번 배달을 못 받으면 무기한으로 기다려야 한다' 등 불만 가득한 리뷰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온라인 배송을 이용해야만 했다.


생각보다 다라즈 사이트에 여러 운동 기구 업체들이 입점해 있었다. 그만큼 선택지 폭도 넓었다. 앞으로 10개월 간 동고동락 할 친구들이기에 신중하게 선택했다. 3개월 만에 하는 온라인 쇼핑이라 그런지 운동 기구를 고르는 동안 행복했다. 체대를 다니는 친구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나의 카트에 운동 기구들을 담았다. 최종적으로 5kg 바벨 4개, 2.5kg 바벨 2개, 바벨 바 세트를 선택했다.


물건을 주문하고 나니 예상 도착일에 관한 알람이 왔다. 생각보다 체계적이어서 놀라웠다. 그 후로도 나에게 알람이 꾸준히 왔다. ‘물건이 택배사에 맡겨졌다’, ‘배송이 시작되었다’ 등 배송에 관한 알람들을 볼 때마다 심장이 떨렸다. 처음에 기대하지 않았기에 알람이 뜰 때마다 기대는 급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갔다. 하지만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알람을 끝으로 3일간 알람이 오지 않았다. 나의 커졌던 기대는 풍선 바람 빠지듯이 사라졌다.


거의 기대가 사라질 때쯤 다시 알람이 왔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가이반다에 물건이 도착했고 최종적으로 배송될 것이라고 말이다. 3시간 뒤 다시 알람이 왔다. 배송이 미뤄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짧았던 3시간 동안 나는 오늘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했다. 기대와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지니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다음 날 다시 배송이 온다는 알람과 함께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상대방은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를 내 귀에 쏟아냈다. 나는 외국인이기에 영어로 말해줄 수 있냐고 요구를 했다. 상대방도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아차렸는지 10초 뒤 ‘GUK?’라고 말을 했다. 그 단어를 듣고 ‘Yes’를 세 번 정도 연달아 말했던 것 같다. 다라즈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I come to guk office and call you at 11am, okay?’


진짜 배달이 올 것만 같았다. 일주일 동안 이 문자만을 기다렸다. 문자 그대로 11시에 맞춰 전화가 왔다. 그동안 생겼던 다라즈에 대한 불신들이 사라졌다.


택배를 받고 내 방으로 가져와 포장지를 뜯어 기구들 상태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제대로 된 물건들이었다. 비록 먼지가 많아 일일이 닦아줘야 했지만 행복했다. 먼지를 닦으면서 ‘어디다가 놓으면 될까?’, ‘어떻게 놔야 편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1년을 함께할 친구들이기에 꼼꼼히 닦아주었다. 다 닦은 바벨을 바벨 바에 껴보고 운동도 깔짝깔짝 해봤다. 드디어 내 방에 작은 헬스장이 마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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