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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C Lab Jun 28. 2021

“잘했어!” 칭찬 한마디가 나를 미래로 이끈다

[인터뷰] 에스앤씨랩 윤애리 과장



보통 명사 앞에 ‘첫’이란 관형사만 붙여도 왠지 마음이 두근거리고 참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이를테면, ‘첫 학기’, ‘첫사랑’, ‘첫 작품’, ‘첫 수확’, ‘첫 아이’......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새로운 ‘첫’(들)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사회 ‘첫’ 관문인 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며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깍듯이 인사하며 들어서던 그 순간의 긴장과 설렘, 열정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겁니다.

지난 5월 21일 에스앤씨랩에서도 ‘첫’을 붙인 특별한 행사가 있었는데요. 이름하여 <2021 에스앤씨랩 장기근속상 시상식>이 그것입니다. 이번 시상식의 ‘첫 수상자’는 2016년도에 에스앤씨랩에 입사해 5년째 디지털 서비스 구축팀을 이끌고 있는 웹 디자이너 윤애리 과장입니다. 그를 만나 수상 소감을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수상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 주시죠!

제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회사의 ‘첫’ 시상식의 수상자가 되었다니.(웃음) 우선 저를 이만큼 성장하게 했고 지금도 성장시켜주고 있는 고마운 회사, 부족한 저인데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응원해 준 고마운 동료들 덕분에 계속 일해온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꿨지만, 이 길이 제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웹 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직업 전문학교에 들어가게 됐는데, 입학식 날 사실 저는 디자인과가 아니라 카지노 딜러과에 줄 서 있었어요. 고향이 강원도인데, 당시 직업 전문학교에선 카지노 딜러 교육 과정도 있었거든요. 카지노 딜러가 연봉이 높다고 들어서요. 근데 그날 마침 초등학교 동창생을 거기서 만난 거예요. 너무 반가웠죠. 그 친구가 자기는 디자인을 배우기로 했는데 같이 배우면 좋겠다길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저도 디자인과로 바꾼 거예요. 아마 그때 과를 안 바꿨으면 지금 딜러가 돼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흔히 ‘웹 디자이너’ 하면 미적 감각이 뛰어나야 하고, 컴퓨터에도 흥미가 있어야 할 것 같이 생각되는데요. 과장님도 어릴 적에 그러셨나요?

제가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니까 286 컴퓨터 때였죠,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 주시면서 컴퓨터에 흥미를 갖게 해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그룹 ‘신화’를 엄청 좋아해서 다음(daum) 카페에서 팬클럽 활동을 했었는데, 신화 오빠들한테 축전 같은 걸 예쁘게 만들어 보내고 싶어서 집에서 컴퓨터로 포토샵을 열심히 했죠.(웃음) 흥미는 그렇게 해서 생긴 거 같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이쁘고 좋은 걸 보는 눈은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웹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열심히 배웠어요. 편집 디자인, 북 디자인도 배웠는데 다 재미가 있더라고요. 툴을 어렸을 때부터 다뤄서 그런지 과제를 받으면 이제 갓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보다 곧잘 결과물을 만들어 냈어요.
나만의 포트폴리오도 열심히 만들었어요. 열심히 하고, 또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어느새 자신감이 붙었죠.



“에스앤씨랩에서의 새 출발이 웹 디자이너로서의 마음가짐을 바꿔놨어요.”


웹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어땠나요?

스물한 살 때 처음 사회에 나왔어요. 전자상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이었는데, 배우고 갈고닦은 실력을 이제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학생일 때는 툴을 잘 다뤄서 칭찬도 많이 받고 제법 자신감에 넘쳐 있었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첫 직장 생활이라 모르고 헤매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죠. 더욱이 제가 그 회사의 유일한 여성 직원이었던 데다 다들 저보다는 연배가 높으시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에스앤씨랩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요?

첫 직장에 다니다가 우연히 에스앤씨랩의 전신인 “썬앤컴퍼니”에서 웹 디자인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어요. 면접을 봤죠. 그런데 이직을 바로 한 게 아니라 약 7개월 정도 다니던 회사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에 썬앤컴퍼니에 가서 야근을 같이 하면서 일을 배웠어요. 다니던 회사와도 거리가 멀지 않았고, 썬앤컴퍼니에서도 선뜻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썬앤컴퍼니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07년 10월에 썬앤컴퍼니로 아예 적을 옮기게 됐죠.


2012년 에스앤씨랩이 법인 사업체가 될 때까지 거의 창립 멤버(?)로서 5년을 함께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네. 그런 셈이죠.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저도 같이 성장한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성과가 확실히 보이고 그걸 체감할 수 있으니 일하는 게 더 즐거웠죠. 지금 봐도 그때 제 입사 3-4년 차 때 포트폴리오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제가 한 디자인에 제가 만족스럽다고 느끼면 고객도 만족스러워했죠.


그런데 이직을 하셨어요.

5년 차쯤 접어드니까 매너리즘이 왔던 것 같아요. 반복되는 사이클에 점점 일에 대한 흥미를 잃고 스스로 새로움을 주문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2013년에 회사를 뛰쳐나가요. 흐흣.


그리고 다시 에스앤씨랩으로 컴백하셨어요. ‘퇴사했던 회사에 다시 돌아온다?’ 보통은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이직한 회사에서 제 미래를 보지 못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이 일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얼마든지 많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굳이 저만의 독창성이 필요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 거죠. 이직한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한 시점에 정말 운명적으로(?) 딱 에스앤씨랩 대표님의 러브 콜을 받았어요. 돌이켜 보니 제가 필요한 곳이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게다가 ‘첫정’이 있잖아요. 같이 일궈 나갔던. 대표님도 그러시고. 인간적인 유대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올빼미형이거든요. 에스앤씨랩은 탄력근무제여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웠던 게 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좋았어요.


컴백하셨을 때의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사실 암담했어요. 그 사이 웹 환경이 엄청나게 변해 있었어요. 웹 접근성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죠. 다시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어요. 그때 초심으로 돌아갔던 것 같아요.


힘든 순간도 있으셨겠네요. 그땐 어떻게 하셨어요?

늘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하는 일이 재미가 있어요. 웹 디자인은 창의적이면서도 소통하는 작업이거든요. 내가 직접 만들고 그린 걸 누군가가 사용한다는 것도 그렇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잘 듣고 그걸 수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요. 느슨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 일의 즐거움을 더 생각하려고 해요.


그러고 다시 5년을 달려오셨네요. 지금은 후배들도 많이 생기셨죠? 후배들을 보면서 혹시 ‘라떼’를 생각할 때는 없나요?

물론 그럴 때도 있죠. 근데 저도 직설 화법은 싫어해서요.(웃음) 올해 새로운 후배들이 여럿 들어 오면서 에스앤씨랩에 멘토링제가 생겼어요. 저에게도 두 명의 멘티가 있어요. 저도 신입이고, 후배였던 때를 생각하면서 ‘~해’ 명령형이 아니라 ‘~하는 건 어때?’ 청유형으로 의견을 물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주도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후배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많이 들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음...또, 무엇보다 칭찬 효과를 믿어요!


그래도 선배로서 ‘슬기로운 직장 생활 노하우’를 한 수 알려 주신다면?

“야근하라!” 하하하. 사실 이 말 하면 ‘꼰대’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잠시 정식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 조용히 따로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야근하라’고 말한 거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보통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엔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든 해내는 것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게 마련이잖아요. 숲을 보듯이 조직적인 차원에서 넓게 자신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는 거죠. 그래야 전체적으로도 성장하고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안 좋은가요?

좋은 점요? 대표님하고 이사님께서 눈만 깜빡거려도 의중을 안다? 사실 생각해 보세요. 성인이 된 이십 대 이후에 가족보다 더 오래 같이 지낸 분들이에요.(웃음) 그리고 오래된 고객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실 때 보람을 느끼죠. 안 좋은 점이라... 익숙함? 그러다 보니 또 자꾸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는 거??


이번에 장기근속 포상으로 휴가도 가시잖아요? 휴가 계획 세우셨어요?

맞아요! 빼 먹었네요. 2주 휴가를 받았어요. 나눠서 띄엄띄엄도 못 쓰게 돼 있어요. 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다 내려놓고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삼으라는 취지신데, 저는 일 걱정이 앞서는데 어떡하죠?(웃음) 탁 트인 바닷가에 가고 싶어요. 제주에서 한 1주일, 부산에서 한 1주일 보내고 싶어요. 제가 웹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보통 이직할 때 몇 달 혹은 몇 주 쉬고 이직을 하는데, 저는 쉴 틈이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거든요, 이번 계기를 통해 열심히 달려온 저 자신에게 보상하고 싶고,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잘했어!”, “인정해! 이 길이 네 길이야!”, “할 수 있지? 그럼, 할 수 있어!”


13년 차 경력자신데, 일하시면서 직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책임감이 커졌달까요. 처음엔 웹 디자인이라는 게 단순히 시각적으로 이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웹 패러다임이 바뀌고, 기술이 진화하면서 웹 화면을 디자인할 때 웹 접근성, 사용성, 사용자 경험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누구나 홈페이지를 이용할 권리를 갖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웹 디자이너가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거더라고요. 한정된 ‘누구’가 아니라 장애인, 비장애인, 노소를 떠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끔 웹을 디자인하는 것이 진정한 웹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나름의 디자인 철학이 있으세요?

특별하게 철학까지는 없지만, 공감하는 문구는 있습니다. 
“Logic will get you from A to Z, Imagination will take you everywhere.
(논리는 A부터 Z까지 데려다주지만, 상상력은 어디든 데려다준다)” - Albert Einstein,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 Dieter Rams.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으로 디터 람스처럼 완성하는 것!


요즘에 새롭게 관심 가는 것이 있으신가요?

휴식?! 제가 생각하는 휴식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요. 휴식도 자기 관리의 일환인 것 같아요. 짬짬이 쉬어주어야 일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듣고 보니 일을 쉰 적이 없으시네요.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니 어렵네요. 음…글쎄요. 지나온 나한테는 칭찬해 주고 싶어요. “잘했어!” 그리고 방황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약간은 그런(?) 지금의 나한테 “인정해! 이 길이 네 길이야.”라고 말해주고 싶고, 그렇게 해서 흔들림 없이 걸어갔을 거라고 믿는(?) 미래의 나한테는 “(이번에도) 할 수 있지? 그럼, 할 수 있어!” 응원해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윤 과장님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오늘도 부지런히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좀 전에 제가 했던 말과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요. 남이 해 주는 칭찬도 칭찬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름대로 힘겨운 걸음을 내디디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하는 칭찬도 필요한 것 같아요. “잘했어!”,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꿈을 잃지 말고! 잘할 수 있지? 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인터뷰 내내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어가 오히려 불편해하지 않도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러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 진중함을 실어 대답하는 윤애리 과장을 보면서 ‘시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또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는 것도요.

또 항상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긴장시키고, 지금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겸손히 말하는 그를 보면서 이런 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중략)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정채봉, 「첫 마음」 중에서 부분 발췌)


늘 첫 마음을 유지하며 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마음이 처음만 같지 않아 아쉬워하고 속상해 다시 의지를 다지는 한 각자 인생의 “N 주년”은 계속되겠지요. 윤 과장의 말처럼 여태껏 잘해 온, 지금도 잘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의 N 주년을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인터뷰 진행 - 에스앤씨랩 브런치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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