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1 공유 2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Tunes
by snoopdonn Jan 09. 2017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과 뮤지컬 해밀턴

역사라는 컨텐츠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다


지난주 토요일, 2016년의 마지막 무한도전 에피소드는 2달여간 진행되어온 힙합과 역사를 접목시킨 테마, <위대한 유산>의 본 공연무대였다.


요 몇년간 무한도전을 챙겨보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힙합으로 역사를 노래했다고 하길래 뒤늦게 챙겨봤다.


힙합을 본격적으로 TV에서 다루기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할수있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등을 보며 느낀점은, 방송이 시청율을 위해 자극적이고 이슈 메이킹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나로썬 방송에서 힙합을 다룬다고 하면 '힙합의 이미지가 또 이런식으로 팔려나가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일단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힙합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국내 유명 연예인들(하하는 제외,정준하와 박명수는..음..)이 힙합 X 역사를 한다고 들었을땐 흥미가 생기면서도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힙합은 이번에 어떤식으로 방송에서 다뤄질까.


-나는 공연무대만을 봤기때문에 이 공연 전까지 방송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포스팅에서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니 차치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았다. 실력있는 젊은 랩퍼들인 비와이,지코,송민호,딘딘, 최근에 가장 핫한 랩퍼 도끼, 한국 힙합계의 레전드인 개코까지(오혁을 포함한 다른 뮤직 게스트도 물론 멋졌다.) 나와 열정적인 무대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주제로한 멋진 라임들을 보여줬다.


신기했던점은 무대를 보는 내내 내가 본 힙합 무대보다 곡의 주제가된 역사에 더 집중이 되었다는 점이다. 절대 지루하고 볼거리가 없던 무대가 아니었음에도 힙합이라는 음악은 역사를 전달해주는 매개체 정도로만 느껴질정도로 역사를 주제로한 가사가 다른 모든 요소들을 압도했다.


이순신, 세종대왕, 안중근,윤동주,독도... 이를 주제로 한 힙합.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접할수 없던 경험이기에 더욱 강렬했고 이 기획과 참여 아티스트들 모두를 칭찬할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역사를 주제로한 힙합이라는 점이 작년 미국여행에서 본 뮤지컬 해밀턴(Hamiltom)을 연상하게 했다.



해밀턴을 처음 접하게된건 2016년 2월 그래미 시상식 이었다. LA에서 생중계를 하던 그래미 시상식 화면이 뉴욕으로 넘어가더니 근대시대 복장을한 배우들이 서있는 무대를 잡아줬다. 그리고 나온 충격적인 무대.


해밀턴의 그래미 시상식 공연 링크

시상식 화면을 그대로 녹화하여 화질이 안좋은 영상을 링크하는걸 양해바란다.(심지어 녹화하는 사람의 기침소리까지..) 이상하게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해밀턴 뮤지컬의 그래미 시상식 공연은 안나온다.


위 영상의 음악은 해밀턴의 오프닝 곡인 <Alexander Hamilton>이다. 꽤 많은 뮤지컬을 봤지만 이렇게 뮤지컬 스코어 하나를 관통하며 랩으로 가사를 전달하는 곡은 처음이었다. 정말 뮤지컬 배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연진들이 랩을 잘한다. (특히 라파예트!!) 이 곡 다음다음에 이어지는 뮤지컬의 3번째 스코어 <My Shot>역시 해밀턴역을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의 쉴새없는 랩 속사포(!)를 들려준다. 이 곡들이 정말 센스 넘치는건 가사 중간중간에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라임들을 따라하며 삽입했다는 점이다.


해밀턴 오리지널 캐스팅진의 백악관 공연 영상중 <My Shot> 링크

(다른 뮤지컬들도 마찬가지지만 해밀턴은 특히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공연영상들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유튜브상에 해밀턴 공연영상은 거의 찾아볼수 없다.)


<My Shot>, 이 한곡안에 몇곡의 90년대 힙합 명곡들을 살짝 바꿔서 숨겨놓았을까? (답은 해밀턴 뮤지컬 관람기에서 공개하겠다.) 난 이 곡을 처음 듣자마자 해밀턴은 단순히 흑인음악이 대세인 현대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뮤지컬이 절대 아니라는걸 느꼈다. 단순히 힙합과 R&B라는 장르를 이용한것이 아니라, 그 음악 장르에 대한 진실함과 엄청난 이해도가 곡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밀턴 제작진은 실제로 해밀턴 음악을 바탕으로 힙합 믹스테이프를 제작했다. 작년12월에 발매하여 빌보드차트 1위까지 기록한 <Hamiltom Mixtape>. 그들의 힙합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밀턴 이전에도 몇몇 뮤지컬들이 힙합 뮤지컬을 표방하며 많은 시도를 했었다. 대표적으로 2Pac의 곡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 <Holler If Ya Hear Me>. 하지만 <Variety>지의 한 평론가는 대놓고 'Music is terrific / lyrics are almost unintelligible'이라며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흥행도 엄청난 참패, 심지어 뮤지컬 스코어가 담긴 앨범이 발매 되지도 못했다.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그냥 2Pac을 무덤에서 나오게 하려는 프로젝트 정도..


너무 길어질거 같아 자세한 감상기는 곧 별도로 포스팅 하겠지만, 해밀턴을 보러가기 며칠전부터 힘들고 피곤하지만 매일 밤마다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와 뮤지컬 해밀턴에 대한 정보, 음악, 가사들을 읽고 보고잤다.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레 미제라블>등의 오래된 전설적인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팅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 될 뮤지컬을 대충 노래만 듣고 끝내기는 아쉬울것 같았다.


이분이 해밀턴. 대통령이 아님에도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진 두 인물중 하나(한명은 벤자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와 뮤지컬을 보며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미국의 역사임에도 굉장한 재미를 느꼈고 음악과 무대,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 여러가지로 흠잡을곳 없던, 평단의 찬사와 대중들의 열광적인 인기가 이해가는 뮤지컬이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커튼이 쳐졌을때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부러운마음이 엄청나게 크게 들었다. 그토록 보고싶었고 기대하던 뮤지컬이 끝났는데 신나고 들뜬다기 보다는 하염없이 부러웠다.


미국 탄생의 역사 중심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산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중 한명인 해밀턴의 삶을 힙합과 R&B위주로 그리며, 동시에 그 음악 장르에 대한 진실함과 엄청난 이해도를 보인다니, 정말 대단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역사를 이렇게 엄청난 컨텐츠로 만들고 즐긴다는것이 부러웠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치욕스러운 순간들을 배웠다.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서도 피가 끓고 분노하게 되는 그런 암울하고 어두운 시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시절이다. 하지만 근현대사를 그래도 재밌게 공부할수 있던건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외 적으로 유례없을만큼 격동적인 시기인지라 흥미진진하게 교과서를 읽을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근현대사 이전의 역사도 중요하고, 재밌을 것이다. 단지 내가 그 이전은 잘 모르는 관계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에도 알렉산더 해밀턴 못지않게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아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지낸 위인이 많다. 비록 국가가 분단되며 남과 북에서 각각 다르게 평가받고 배척받는 위인들이 많아 제대로된 사료를 접할수 있는 위인은 한정되어 있지만.


역사는 강력한 컨텐츠이다. 정말 강력한 컨텐츠이다. 어렸을적에는 <허준>과 <용의 눈물>등 수없이 많은 사극을 보며 느꼈고 지금은 뮤지컬 해밀턴을 보며, 무한도전의 <위대한 유산> 에피소드를 보며 느낀다. 역사라는 컨텐츠를 주제로 재생산할수 있는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아무리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없는 개인이라도 한 국가에 속한 국민이라면 국가와 민족을 관통하고 이어주는 끈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모두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라는 컨텐츠가 비교적 덜 다뤄진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극 드라마, 영화는 계속 나오지만 뭔가 심심한 느낌? (안중근의사를 주제로한 뮤지컬 <영웅>이 조금이나마 달래주긴 했다.)


그래서 이번 무한도전의 시도는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고 이를 계기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중요성과 그속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역사를 주제로한 컨텐츠의 양과 질이 더 좋아지고 언젠간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 해밀턴같은 작품이 나오겠지.

keyword
magazine Tunes
류승돈의 브런치 입니다. 
스포츠와 다양한 서브컬쳐를 즐기고 좋아합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