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명함을 버리다

키워드 1 : 꿈 -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by 서효봉

형이상학자이자 강연자로 알려져 있는 네빌 고다드는 1955년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혼잣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먹는 것, 마시는 것을 그만두기가 혼잣말을 그만두는 것보다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혼잣말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런 대화의 속성과 방향을 조절하는 것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내면의 대화가 우리 삶의 환경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마음에서 생각하는 대로, 그 모습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처럼 우리의 생각은 우리 내면의 대화가 세워놓은 트랙을 따르고 있습니다.”

꿈꾼다는 것은 ‘되고 싶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결국 현실로 나타납니다. ‘마음에서 생각하는 대로 그 모습이 된다.’라는 네빌 고다드의 말처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네빌 고다드는 변화하기 위한 세 가지 단계 중 첫 번째 단계로 “자아 관찰”을 이야기합니다. 즉,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제가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초기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겠지만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중요한 건 생각보다 현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과의 여행이 익숙해져 갈 무렵 사회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교의 교육과정도 변화를 거쳤습니다. 이로 인해 체험학습이 확대되었고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지요.


그러자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떠나는 단체가 하나 둘씩 늘어났고 여행지에 가서도 자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몇 가지 차이는 있었지만 겉보기엔 똑같은 활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영락없는 체험학습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할 것도 없이 이미 큰 틀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저 또한 그 속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체험학습교사’라는 직업이 별로라고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을 제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제가 하던 일이 선택하지도 않은 직업으로 분류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누가 저에게 ‘당신 직업이 뭐요?’하고 물었을 때 적당히 표현할 방법이 없어 ‘굳이 말하자면 체험학습교사요~’ 하고 대답하긴 했으나 스스로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저는 회의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흔히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체험학습교사가 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건 분명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하는 고민에 빠져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고, 그에 걸 맞는 능력을 갖추려고 교육대학원까지 다녔습니다. 대학원을 마치고 임용시험을 함께 준비하자던 사람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몇몇 사립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제안하기도 했고, 지인이 교사로 있는 대안학교에서 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교사가 되는 것 또한 제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어려서부터 하고 싶어 했던 일이었지만 제가 접한 학교 교육의 현장은 상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지요.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주말에는 아이들과 꾸준히 여행을 다녔습니다.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고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만났던 아이들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여행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여행으로 교육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컨셉은 ‘여행 교육’이었습니다. ‘여행으로 교육한다.’는 뜻입니다. ‘교육여행’이라 해도 되지만 저는 여행보다는 교육을 더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여행교육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체험학습교사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제 모습을 명확하게 이끌어 줄 새로운 정의에 힘이 솟았습니다. 마음 속에 새로운 정체성이 싹을 틔었습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인 박용후는 그의 책에서 가치와 차별성을 만드는 나만의 ‘identity’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identity란 정체성을 말하는데 이게 왜 필요한 걸까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다름(difference)을 슬기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은 흔히 “저는 회계사인데요.” “저는 학생입니다.” 또는 “저는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구별한다. 하지만 이것은 ‘one of them’, 즉 자신이 ‘특정 부류’의 사람임을 드러낸 것일 뿐 identity라고 볼 수 없다. (중략) one of them으로 존재한다면 그냥 먹고 살 수는 있다. 그러나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고, 자신이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 우리는 대체가 되지 않는 사람, 자부심이 있는 사람, 특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identity의 참다운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 박용후, 『관점을 디자인하라』중에서 -

‘여행교육전문가’라는 말을 누가 저에게 이름 붙여준 것도 아니고 제가 갖다 붙인 것이니 낯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낯부끄럽다고 제가 원하는 걸 다른 걸로 대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정한다면 더 이상 낯부끄럽지 않은 일이 되겠죠. 저는 네빌 고다드의 말처럼 ‘마음에서 생각하는 대로 그 모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낡은 직업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꿈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 생각을 포기하고 원래대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저는 꾸준히 노력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와 함께 여행했던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