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길에 엔진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였다. 차는 속도를 줄이더니 도로를 벗어난 공터에 멈췄다. 은수가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분명히 이 근처였는데.”
“제대로 본 거 맞아?”
“블로그에 그렇게 나와 있어. 이거 봐 사진에 이거, 저거잖아.”
은수는 휴대폰으로 정우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바로 앞에 보이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정우는 표지판과 사진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어, 그렇네. 근데, 다음은?”
“다음은 없어. 사진을 못 찍었대.”
정우와 은수는 어둠 속에서 엔진을 겔겔거리는 차에 다시 탔다. 차창으로 습기가 차올랐다. 실내등이 서서히 꺼졌다. 정우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캐나다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지. 좀 더 검색해 보자.”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검색만 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은수가 포기했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창문을 내리자, 정우가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외쳤다.
“일단, 가보자. 아까 그 블로그에서 가다 보면 나온다고 했잖아.”
“그게 말이야, 방귀야. 가다 보면 나온다니! 애초에 앞부분만 보고 판단한 내 잘못이야.”
“괜찮아. 찾으면 돼. 근처니까 대충 보일 거야.”
두 사람은 옐로나이프 공항에서 차를 빌려 메켄지 하이웨이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로, 이 먼 곳까지 왔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정우는 길가에 서 있는 승용차를 보고 그 주변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남자가 창문에 팔을 걸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둥글넓적한 얼굴의 아저씨였다.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있어 캐나다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마가 훤한 육십 대 초반 정도의 아저씨였다. 정우는 그에게 영어로 길을 물었다. 그는 한국말로 대답했다. 잠시 후 차로 돌아온 정우가 은수에게 말했다.
“희한하네. 이런 데서 한국 사람을 다 만나고.”
“한국 사람이었어?”
“응.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인데, 어디서 봤더라.”
“여행 왔나 보지. 길은 물어봤어?”
“여기 주소랑 손으로 직접 그려준 지도도 받아 왔어!”
“근데 이거 믿어도 될까? 그 사람이 뭘 알까?”
“모르겠네. 근데 어쩌겠어. 믿어보는 수밖에.”
“그래, 일단 가자.”
두 사람은 차를 몰아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다시 또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닿았다. 정우는 지도를 계속 들여다보다가 은수에게 넘기며 중얼거렸다.
“젠장, 제대로 좀 그려주지. 다시 가서 물어볼까?”
“됐어. 여기 적어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보자.”
“내비게이션이 있었어?”
“그래, 이거잖아. 이거.”
“이거라고?”
정우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보다 더 작은 화면이 내비게이션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저 오디오인 줄 알았는데 은수가 버튼을 누르자 그 작은 화면에 깨알 같은 글씨와 지도가 나타났다. 다시 희망을 찾은 두 사람은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차를 몰아 달렸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내비게이션은 도로를 벗어난 곳으로 안내했다. 운전하던 정우가 당황해 은수에게 물었다.
“이거 왜 이래? 이쪽으로 가라고? 정말이야?”
“응. 맞아. 이쪽이야. 이쪽.”
도로를 벗어나 흙길을 달리자, 어둠 속에서도 먼지가 일어나 헤드라이트 불빛에 안개처럼 비쳤다. 오 분 후 그들 앞에 표지판이 하나 나타났다. 표지판에는 위험하니 되돌아가라는 경고문구가 적혀있었다. 은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하다는데? 가지 말자. 앞도 깜깜한데.”
“근데 내비게이션 보니까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보자.”
차는 계속 달렸다. 아까 봤던 표지판이 다시 나왔다. 내비게이션에는 목적지까지 1.7킬로미터가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때 은수가 들뜬 목소리로 하늘을 가리켰다.
“여보, 저것 좀 봐! 오로라! 저기!”
“어디? 어디? 어? 정말이네?”
“저쪽으로 가보자. 진짜 오로라야.”
차는 표지판을 지나, 가던 길을 계속 달렸다. 길은 이미 도로를 벗어난 순간부터 암흑 속에 잠겨 있었다. 오직 헤드라이트 불빛에만 의존해서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기울기 시작했다. 정우가 순간 당황한 목소리를 내질렀다.
“이거 왜 이래? 아, 정말!”
“왜? 펑크 났어?”
“그런가 봐. 젠장!”
차에서 내린 정우는 휴대폰 플래시에 의지해 펑크 난 뒷바퀴를 들여다봤다. 그러더니 차로 돌아와 다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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