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시 외곽의 낡은 아파트로 119구급대가 출동했다. 구급대는 의식을 잃은 초등학생 A군의 심장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아홉 살 아이의 얼굴 곳곳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당황한 표정이었는데 계속 어딘가로 전화만 했다. 구급대는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살릴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사인을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 손상 및 합병증’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은 아이가 죽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아이의 엄마 아니 정확히는 계모와 그녀의 친아들 B군을 조사했다. 아이의 아빠는 출장 중이었다. A군의 이름은 김연우였다. 연우와 같이 있었던 B군의 진술은 다음과 같았다. B군은 연우와 같은 나이였다.
“점심 때쯤에요. 연우가 게임기를 훔쳐 갔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일렀는데요. 엄마가 연우한테 가서 게임기 내놓으라고 했어요. 근데 자기한테 없다고 하는 거예요. 엄마가 화나서 연우를 때렸어요.”
“그렇구나. 엄마가 어떻게 때렸니?”
“전설의 매로 손바닥을 때렸어요.”
“전설의 매?”
“연우 때릴 때 쓰는 나무 막대기요.”
“아, 연우가 자주 맞았어?”
“거짓말할 때마다요. 연우가 거짓말을 자주 해서 엄마가 기를 죽여 놔야 한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가 진짜, 연우를 캐리어에 가뒀어?”
“말해도 돼요?”
“그래, 사실대로만 말하면 돼. 괜찮아.”
“거짓말했으니까, 캐리어에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랬구나. 얼마나 오래 들어가 있었어?”
“모르겠어요. 엄마랑 같이 마트에 갔다 왔는데 냄새가 났어요.”
“냄새?”
“연우가 오줌 쌌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엄마가 더 작은 데 들어가라고 했어요.”
“정말? 연우가 들어갔어?”
“아니라고 막 울었는데, 엄마가 화내니까 들어갔어요.”
연우가 처음 들어간 캐리어의 크기는 가로 50cm, 세로 71.5cm 정도였다. 그다음 들어간 캐리어는 가로 44cm, 세로 60cm로 더 작았고, 너비도 24cm밖에 되지 않았다. 연우의 어깨너비는 30cm 정도였다.
“연우가 뭐라고 했니?”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 숨이 안 쉬어져요, 이랬어요.”
“근데, 왜 안 열어줬어? 연우가 숨이 안 쉬어진다는데.”
“또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진짜면 어쩌려고….”
“아니에요. 엄마가 지퍼 열어서 물어봤어요.”
“뭐라고 물었어?”
“진짜 숨 안 쉬어지냐고요. 거짓말 아니냐고요.”
“그랬더니 연우가 거짓말이래?”
“네. 거짓말이지? 했더니 작은 목소리로 거짓말이에요, 하고 말했어요. 진짜예요.”
“그랬구나, 언제까지 그렇게 있었어?”
“몰라요.”
“혹시 저녁때까지 그랬어?”
“저녁 먹는데 깜짝 놀랐어요. 연우가 지퍼를 뜯어서 손을 내밀었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