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결사

by 서효봉

여기는 또 어딜까?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 단지 이번엔 날씨가 정말 흐릿하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겠다. 아니다. 이게 날씨가 흐릿한 건지 공기가 탁한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거리의 풍경은 아무리 봐도 유럽이다. 유럽 중에서도 대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리고 역사도 아주 깊은 도시 느낌?


인재는 거리를 걷다 말발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마차다. 달깍달깍하는 소리를 내며 마차가 인재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스쳐 지나가다 멈췄다. 그리고 마차에서 신사 한 명이 내려 인재를 향해 손짓했다. 인재는 자신을 향한 손짓인지 아니면 뒤에 있는 누구를 향한 손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연신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신사가 손짓으로는 모자랐는지 이번엔 휘파람까지 불며 어서 오라는 몸짓을 취했다. 인재는 얼떨결에 그 마차로 다가갔다. 신사가 인재에게 말했다.


“이봐, 왜 이리 굼떠? 빨리 타라고!”


처음 보는 인물이 자신을 아는 듯 부르더니 다짜고짜 마차에 타라고 했다. 또 그걸 홀린 듯 탔다. 1분쯤 뒤 정신이 돌아온 인재는 신사에게 말했다.


“혹시, 저를 아세요?”

“당연히 모르지. 근데 이건 아네. 그런 복장으로 거기 계속 그렇게 어리바리하게 서 있었으면 뭘 당해도 당했을 걸세. 친구.”


마치 구원해 줬다는 듯한 그 신사의 말투에는 이상한 힘이 실려 있었다. 뭔가 묘한 설득력이 느껴졌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건가요?”

“기다리면 저절로 알 수 있네.”


잠시 후 다시 마차가 섰다. 그 신사가 또 누군가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마차에 올랐다.


“아니?”

“어?”

“와우.”


희경과 루키였다. 루키가 신기해하며 말했다.


“이번엔 엄청, 빨리 만났네요?”

“그러게요. 제 생각엔 굳이 만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거 어디로 가는 거죠?”


그 말에 신사가 끼어들어 말했다.


“사건 현장으로 간다네. 피비린내 나는. 자네들이 오늘, 날 좀 도와줘야겠어.”

“사건 현장이요?”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마차가 멈췄다. 신사가 내렸다. 인재, 희경, 루키도 덩달아 내렸는데 그 앞에 키 작은 인물 하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사가 그 인물을 향해 말했다.


“왓슨, 손님 데리고 왔네. 자네가 말한 그자들이 맞는가?”


왓슨이라 불린 인물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네. 아마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걸세.”


키 작은 인물, 그러니까 인재가 알기로는 민정이라는 꼬마인데 여기선 왓슨이라 불리는 그 인물이 세 사람을 향해 윙크했다. 그 신사를 따라 어느 어두운 건물의 계단을 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다시 열린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