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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를 찾아

by 서효봉

인천국제공항.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영국 남자가 팔짱을 끼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입고 있던 검은 코트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져 전화를 받았다.

“마스터는?”

“위치가 변경되었습니다.”

“뭐?”

“제주도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다른 정보는?”

“없습니다.”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면목 없습니다.”

전화를 끊은 미카는 제주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카페에 들렀다. ‘아무거나’ 달라는 그의 말에 직원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내어주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잔을 바라보다 결심한 듯 잔을 들어 커피를 들이켰다.

“으앗!”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미카를 쳐다봤고, 그는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점원이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손님.”

“아, 아니요. 아, 네.”

“네?”

“괜찮아요.”

미카는 그 검은 음료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때마침 제주행 비행기 탑승안내 방송이 나왔다. 11번 탑승구로 이동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 미카는 품에서 볼펜처럼 생긴 물건을 꺼냈다. 그 물건의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주변 모든 것이 멈췄다. 옆자리에서 과자를 먹던 아이도, 복도를 지나던 승무원도, 귀에 거슬리던 비행기 소음까지도.

“설마?”

미카가 물건의 버튼을 다시 누르고, 품에 집어넣자 잠시 멈췄던 것들이 다시 진행되었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빌렸다. 어떤 차를 빌리겠냐는 직원 말에 역시나 ‘아무거나’라고 대답했더니 파란색 모닝을 배정받았다. 차에 오른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렌트카에 비치된 제주관광지도를 펼쳐 훑어보던 미카는 한라산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재는 또 뭐지?”

1100고지 휴게소에 주차한 그는 이상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봤다. 처음엔 화장실로 뛰어가더니 조금 있다 뭔가를 찾으려고 난리였다.

“부모를 찾는 모양이군.”

차에서 내린 미카는 부모 잃은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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