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30살의 일기
사람들이 많이들 걱정하더라.
핸드폰과 라이터, 담배, 전자담배까지.
가져온 물건은 그뿐이었다.
어차피 군대에서 다 지급해 준다고 해서,
그리고 사실 내 물건이랄 것도 없어서.
그래서 아무 불편 없이 중앙에 제출했다.
하는 건 크게 없어도 시간은 잘 갔다.
언젠가부터 시간은 나를 두고 멀리 앞서갔다.
집에 있을 때도, 군대에 있을 때도.
군대가 더 편하다고까지 생각해 버렸다.
밥도 주고, 수면시간도 보장해 주고,
돈 내지 않아도 침대에 이불까지 지원해 주니까.
핸드폰이 없으면 많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불편함이 없었다.
게임도 재미없고, 친구들과 지인들 단톡방도
다 나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는 다 채워줘서
정말로,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불편함 없이 지냈다.
나보다 어린 조교들이 반말해도 상관없었다.
나이 많으면 화내는 사람이 많다던데
나는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보다 내 미래가 더 걱정이 많아서 그럴지도.
인적성 검사는 솔직하게 체크했고,
부모님이 이혼했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
내 어릴 적 불행들까지.
대략적으로 적기만 해도 쓸 내용이 많았다.
전부 적지 않아도 그 칸을 전부 꽉 채웠다.
전부 적을 생각도 없었지만.
나, 이렇게까지 불행했었나.
하긴, 뭐 어때.
이제는 말해도 상관없으니까.
남의 일 얘기하듯 술술 적고,
3급인 이유로 우울증과 불면증인 걸 적고.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나 위험해요’라는 게
동기들에게도 보였겠지.
1주 차, 시간이 지나 역시나 소대장과 면담을 했다.
과거 일부터 약 복용 관련으로까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말하기 힘들만한 얘기들도 그냥 얘기했다는 것.
내 얘기를 하는 게 이렇게까지 쉬웠던 건가.
예전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질 못했었는데.
내가 왜 내 얘기를 못했더라.
내 반응을 보며 소대장은 인적성만 보고 걱정 많이 했는데, 실제로 대화해 보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나, 정말 우울한 게 맞나?
나는 내가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도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정도로 우울한 사람은
보통 죽고 싶어 하지 않나.
자해를 하지 않나.
자살 시도를 하지 않나.
아닌가. 너무 극단적인가.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약 때문인 건가? 모르겠다.
다만, 나는 하얗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인사과 중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그때부터 다시 나는 다시 작은 희망을 붙잡았다.
안개가 핀다.
초록 광장 하늘 위로
검붉은 구름이 흘러가는
여느 때의 날,
바다에 빠져 시야는 온통
검정, 초록, 탁한 흑빛의 장소
스며들다 마침내 멀리
흐려진 시야로 관망하면
끝내 시간은 느리게 멈추고
보이는 건 여전히 온통
검정과 초록과 뿌연 안개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