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서없이 주절주절 넋두리에 불과한 글.
울고 싶은 날이다.
소리내어 울고 싶은데, 울 곳이 없다.
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고 울 순 있겠지만,
터져나오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참느라 목끝이 매이고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눈물과 함께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감정도 쓸려가면 좋겠는데,
오히려 얼굴만 벌개져서 더 난감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내가 울면 나보다 엄마가 더 울 것 같다.
그래서 울지를 못하겠다.
지난 4월, 우연히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공모전>에 관한 글을 읽게 됐다.
매일 반복되고, 귀로 듣기에 쉬운 글, 비슷한 글만 쓰는 것 같아서,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렁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동화 공모전>을 접하게 됐고, 나는 망설임 없이 아이에게 읽어주기만 했던 동화 공모전에
도전하게 됐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동화라는 틀에 갇혀 글이 임팩트 없이 마냥 착하기만 했던 탓.
꼼꼼하게 자료조사를 하지 못한 탓. 아이의 눈높이를 정확히 맞추지 못한 탓.
무엇보다 동화를 만만하게 본 탓이 가장 컸겠지 싶다.
그런데 이렇게 포기하고 '나는 안되나봐' 하기에는 미련이 남아서
아동문학, 동화, 청소년 문학 공모전은 죄다 찾아보았다.
이 세상엔 정말 많은 공모전이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탈락은 쓰리지만, 기회는 움직여야 찾아오는 것이기에
나는 다음 동화공모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리기 전에 역대 수상작이나 다른 동화들을 잡히는 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딸이 이런 말을 했다.
공모전을 심심해서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갑자기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뭐? 공모전이 심심해서 하는 거라고?" 빽 소리쳤다.
아침부터 큰 소리를 낸 나를 보고, 딸은 움찔하더니 학교로 후다닥 뛰어갔다.
괜히 속이 상했다.
누구보다 우리 딸만큼은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준다고 믿었는데,
엄마가 머리 쥐어뜯으며 글 쓰는 게, 심심해서 하는 것처럼 보였던걸까?
생각해보면 우리집은 '글'에 대해서 굉장히 과소평가를 하는 집안이다.
아니, 과소평가 정도도 아니고 굉장히 하대한다.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글을 후룩후룩 써내니까, 너무 쉬운 일이라고 오해한다.
후룩후룩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료검색과 뉴스를 봐야하는지.
그 시간이 제일 오래걸린다는 걸 우리 가족은 잘 모른다.
(휴대폰으로 뉴스 본다는 걸 모르고, 그저 휴대폰 보면서 논다고 생각한다. 또르르...)
글을 쓰면서 상황에 따라, 내가 일을 몇가지 하느냐에 따라, 한달에 오백을 벌고 천을 벌고
글로 벌어먹고 살아도, "글 쓰느라 고생했다."는 말은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다만 방송 때문에 일주일 내내 일한 경우. 지방으로 출장간 경우에는 "고생했다"는 말을
간혹 들을 수 있었다. 이건 한마디로 내 몸이 고생했다에 대한 말이었지.
글 쓰느라 고생했겠다는 사실상 아닌 듯 싶다.
프리랜서의 삶이 그런 것 같다.
머릿속에 영감이 떠오르면 밥도 굶어가며 글 쓰는데 여념이 없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날이면,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어도
커피도 마시고 싶고, 젤리도 먹고 싶고, 마카롱도 먹고 싶고...
글에 대한 얘기보다는! 드라마 얘기, 넷플릭스 얘기... 시시콜콜한 얘기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팔자 좋게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 집...!!
그래서 나는 '두고봐. 두고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 날도 많았다.
그런데 오늘, 우리 딸의 한마디로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물론 며칠 지나면 나는 또 마음의 탑을 다시 하나하나 쌓아올리겠지만,
지금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실망스럽고 서운한지...
공모전 탈락 때문일 수도 있고, 딸의 말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 정확히는 나 때문일 것이다.
나 라는 사람 앞에 붙는 수식어.
지금은 못난 나. 한심한 나. 부족한 나. 글 못쓰는 나. 자책하는 나. 등등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가장 밑바닥까지 기여코 가는 1인...)
(다음에 이 글을 보면 이불킥 날릴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글 밖에 기댈 곳이 없는 오늘..)
휴-
위로가 필요한 오늘.
괜찮다는 둥근 말이 듣고 싶은 오늘.
두서없이 주절대는 이 글을 브런치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