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나를 아는데, 나는 나를 모른다

분석된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by Dㅠ

우리는 AI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AI는 내가 자주 검색한 키워드를 기억하고,
내가 좋아할 음악, 영상, 글을 예측해 보여준다.
때로는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취향까지
먼저 알아채고 추천해준다.

그럴 때 문득, 섬뜩한 감정이 스친다.
“이 존재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건 아닐까?”


AI는 내 말투를 따라하고, 내 관심을 파악하고,
반복된 데이터를 통해 패턴화된 나를 재현해낸다.
내가 자주 멈추는 지점, 오래 머무는 장면,
클릭한 순간과 닫은 시점까지 학습하며
하나의 인격적 프로필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인가?


그가 제시하는 나의 모습은 매끄럽고 정교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내가 왜 웃었는지,
어떤 말에 걸려 멈췄는지,
왜 갑자기 앱을 껐는지 같은 설명되지 않은 감정들이 빠져 있다.

AI는 내가 한 말을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하지 못한 말은 기억하지 못한다.


표현되지 않은 불안,
누르고 넘긴 하루의 무게,
혼자 삼킨 울컥함 같은 것들은
그 어떤 알고리즘에도 남지 않는다.

그건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나만의 진짜 일부다.


나는 지금 AI가 만든 ‘나’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콘텐츠, 관심사, 취향마저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피드 속에서
‘끌리는 방향’으로 유도된 것이라면—
나는 정말 내 삶의 주인인가?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오늘의 선택은 정말 내 것이었는가?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AI는 나의 과거를 분석하고,
현재의 관심을 추적하며,
미래의 행동을 예측한다.


하지만 AI는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그건 오직 나만이 마주하고 대답해야 할 질문이다.

AI는 나를 비춘다.
그러나 그 반사된 이미지는
내가 감추고 싶은 결핍도,
드러내고 싶은 용기도,
아직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은
나만의 세계를 담지 못한다.


어쩌면 외로움은
누구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나를 직접 마주할 용기를 배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다는 진실.
그것이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고,
동시에 존재의 시작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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