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는 죄가 없다
성교육 컨설팅을 의뢰받고 청소년 성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찾기로 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여러 가지 성에 관한 관심 주제들이 많지만, 그중 하나 ‘자위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오나니즘(onanism)이라는 어원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오난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어원이다.
구약 칭세기의 내용인 즉, 맏형이 죽자 집안에서는 장남의 대를 이어야 하기에 풍습에 따라 오난은 형수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난은 형수와의 관계에서 정액을 바닥에 흘리는 질외사정으로 형에게 후손을 남겨 주지 않으려 하였다”(창세기 38장 9절). 이것이 신의 눈 밖에 나서, 오난은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고대시대 자위는 '신의 선물 '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이전에는 자위행위는 신의 선물이라 여기며 숭배 행위로 여겨지기도 했다. 수음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은 풍요의 상징으로도 의미 됐다.
고대 신화 속에도 ‘정액 숭배’에 대한 내용이 곳곳에 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에는 문명의 젖줄이 되어 준 것은 바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이 선물한 비옥한 토지였다. 그리고 이 강을 만든 건 엔키 신의 ‘자위행위’로 부터라고 까지 전해진다.
“물의 신 엔키가 자신의 물건을 꺼내더니 흔들기 시작했다. 절정의 순간, 그곳에서 봇물이 터져 강을 이루었고 후대인들은 이를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 불렀다.”
수메르 사람들이 얼마나 ‘수음’을 경건한 행위로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이집트의 창조신인 아툼 역시 자위행위를 통해 탄생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또한 자위를 자연스럽고 건강한 행위로 여겼다. 그들은 도자기에 정령 사티로스를 그려 넣으면서 자위행위를 묘사하곤 했다.
기독교가 불러온 ‘자위혐오’
자위행위가 하나의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라 '원죄'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다. 자위행위가 저주를 받기 시작한 건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이다. 중세부터 근세까지 유럽에서 자위는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기독교가 유럽의 종교로 자리 잡은 이후, 정욕=원죄’와 같은 것이었고, 성적 욕망이란 어떻게 해서든 통제해야 하는 어떤 것이었다. 거기다 부부간의 성관계가 아닌, 오직 쾌락만을 위한 자위행위로 큰 죄악으로 간주하였다.
‘자위’는 악마의 속삭임과 같았다. 독일 보름스 지역의 신학자였던 부르카르트가 11세기 편찬한 ‘교령집’의 내용에도 “수음한 남자는 10일에서 20일간 빵과 물만 먹는 참회 고행을 하여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계몽의 시대에도 자위 혐오는 거세졌다 ‘자위행위’를 비난하는 일련의 책들이 유럽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이었다. 1712년, 영국의 출판계는 ‘오나니아- 혹은 극악무도한 자기 오염의 죄’라는 책 때문이었다. 한 외과 의사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책에는 자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들이 그득했다.
“자위행위를 즐기는 이들은 간질, 히스테리, 턱관절 질환에 시달릴 것이다. 정자가 퇴화한 나머지 병든 아이를 낳거나, 자살하게 된다.” 책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 갔다. 특히 가톨릭의 성적 방종을 비판하면서 태동한 개신교 국가에서 더욱더 큰 인기를 얻었다. 종교개혁의 아버지인 루터는 “자위는 낙태와 같다”라고 했고, 지롤라모 사보나롤라도 자위를 대죄라고 여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책은 1730년까지 1만 5000부가 팔려 국제적 ‘베스트셀러’로 발돋움하였다.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에 퍼져 나갔을 정도였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까지 퍼졌다.
사무엘 티소 : 자위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위스 출신의 사무엘 오귀스트 티소 박사가 이를 계승하여 ‘오나니즘: 자위를 통해서 유발되는 질병에 관하여’이다. 오난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형사취수 문화에 따라 죽은 형을 대신해 형수와 결혼했으나, 피임을 한 죄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티소 박사는 이렇게 적었다.
“자위는 소화기와 호흡기의 약화, 불임, 류머티즘, 종양, 임질, 음경 지속발기증, 실명, 정신이상의 원인.” 티소 박사는 한 환자의 뇌를 관찰하더니 “뇌가 말라버려 썩은 호두알처럼 굴러다니는 소리가 난다.”라고 진단하였으며 그 원인을 자위로 인한 정액의 과도한 유실로 규정하였다.
‘루소’와 ‘디드로’도 자위 혐오론자
당대의 유명한 계몽 철학자 루소와 디드로가 그 뒤를 이었다. 디드로는 저서에 “수음은 손을 통한 범죄”라고 명시했다. 루소 역시 ‘에밀’과 ‘고백론’에서 “자위는 정신적 강간”으로 규정하였다. 당시는 계몽주의가 유럽 전역에 퍼지던 시기였고, 교훈적 수필집이 열광적으로 팔리던 시대였다. 오늘날 전문가들의 자기 계발서가 퍼지던 것처럼, 자위는 구원받기 힘든 존재로 여겼다. ‘자위행위’는 끔찍하고, 교정되어야 할 것이며 성적으로 보수적인 청교도들이 세운 미국. 그중에서도 더 보수적인 이들이 모였다는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은 법령으로 자위 행위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까지 명시하였다. 그들에게 자위행위는 ‘신성모독’ 혹은 ‘동성애’와 같은 중죄였던 셈이었다.
이 시기 유럽에서도 자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조대가 끊임없이 개발되었고 코르셋 모양으로 성기를 조여주는 게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칼날이 성기를 둘러싸 음탕한 생각을 원천 봉쇄하는 정조대도 있었다.
청소년들의 자위를 막기 위한 사회적 운동
스카우트 설립자인 로버트 베이든 포웰은 1914년 스카우트 소년을 위한 책자에서 자위행위에 위험에 대한 경고하는 구절을 적어 넣었다. 그는 “신체 활동을 왕성히 함으로써 유혹에서 도망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 구절은 16년 후인 1930년에 삭제되었다.
“자위는 죄가 없다.”
생물학자 해브록 엘리스(성을 연구한 영국 의사)는 1897년 “건강한 개인이 어느 정도 자위행위를 한다고 해도 해로운 결과가 반드시 뒤따르지는 않는다”라고 선언하였다. 그 후 성 과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는 현대인의 성생활을 조명한 1948년 ‘킨제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자위행위는 남성과 여성에게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학협회(1972년)의 자위행위를 “정상적인 것”으로 선언했다.
킨제이의 일대기와 그의 연구 업적을 철저한 고증으로 취재·기록한 책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에 따르면, 킨제이는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통해 남성 5,300명과 여성 5,9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보고서에선 미국 남성의 92%, 여성의 62%는 자위행위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고, 은밀한 성(性)이라는 존재가 낱낱이 모습으로 드러나 일대 문화적 사건이 되었다.
자위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1. (성적 자극이 없는) 음악을 들어 머리를 비우자.
2. 작은 목표들을 설정해 보자. 3일간 자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자.
3. 저녁에 매일 운동을 하면, 밤에 지치게 된다. 자위행위는 주로 밤에 하기 때문에, 몸이 지쳤을 경우, 자위보다는 잠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4. 침대에 앉아 있는 것을 피한다. 책상이나 의자를 사용하고,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앉는다.
5. 충동이 매우 심할 때는 찬물로 샤워하자! 이는 정신을 차분하게 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과 에너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6. 자위 충동이 든다면,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을 해보자. 충동이 들 때 항상 자신을 스스로 바쁘게 해 보자.
7. 특정한 생각, 충동이 들거나, 음탕한 생각이 든다면, 그 즉시 야구나 축구 등과 같은 다른 생각을 해보자.
8. 연애를 하여 당신의 애인이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수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이 영화를 보고, 쇼핑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가보자. 이는 충동을 없애고 결과적으로 그에 대해 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