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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Nov 13. 2023

니 얼굴 탓

반박시 니 못 생김


만약 내가 야생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존재였다면, 생태계 피라미드 밑바닥 생물로 가장 먼저 먹혀 사라지지 않았을까. 환경이나 음식에 관한 알레르기가 많아 입도 짧으니 먹이 활동도 제대로 못할 테고, 약한 체력이니 도망도 오래 못 치고 제일 먼저 잡혀 먹힐 듯. 그나마 지성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 잔머리 굴려 지금까지 살아남았달까. 나는 나를 변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종종 남편에게 한다. 그러나 남편은 불만이 많다.

 매일 저조한 컨디션에 헤롱 댈 때가 많은 아내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겠지. 스스로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 내가 체력만 받쳐줬다면 아마 세계를 정복했을 걸? 속으로 구시렁대는 나에게 남편은 건강 관리의 방법을 늘어놓으며 잔소리를 해댔다.

마침 상황을 모면할 만한 좋은 기사가 있길래 냉큼 남편에게 전송했다. ‘남편의 잘생긴 얼굴이 아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골자의 연구결과였다. 쓸모없는 연구결과라고 생각해서 영국인가 했더니 출처는 의외로 미국의 한 대학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연구를 했던, 악영향의 원인이 어찌 됐든 사실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기사를 공유하고 가볍게 피식 웃었다. 면죄부가 주어졌으니 내가 몸이 안 좋은 날은 당신 얼굴이 심히 잘생겨진 날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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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과 궁상사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일상툰입니다.

매주 월(정기) 목(부정기) 업로드하여 주 1-2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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