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피드백
#콘텐츠
안암을 기획할 때 한 가지 음식으로 시작한단 결정은 기존 경험의 연속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계의 강점화에 가깝다. 안암은 자본의 한계가 크다. 인적자본, 물적 자본은커녕 나라는 사람 1인이 시스템인 가게에서 음식콘텐츠는 많을 수가 없다. 억지로 많게 늘린다고 해서 퀄리티를 높일 순 없기에, 1가지 음식에 집중하고, 제한한다. 콘텐츠를 단일화한다는 건 나 같은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소규모 바이럴에서 강점을 가지는데, 경험의 공감과 공유에 한 가지 콘텐츠로 집중되어 카테고리를 인지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며, 이 경험이 쌓이면 안국에서 국밥-> 안암 국밥이라는 결론을 만들기에 적합해질 수 있다.
음식의 장점은 재구매의 사이클이 짧다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 재생산이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하여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알게 되는 구조를 꽤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하여 마케팅 자본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적합하지만, 그게 콘텐츠화 될만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대도 제한된 자본으로 마케팅을 할 땐 소리 지르듯 하는 게 아니라, 신뢰하는 친구가 자기가 아는 정보를 이야기해주듯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안암"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그 신뢰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팬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케팅의 규모는 물량을 받아낼 수 있을 때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별 다른 콘텐츠 기획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현재까진 흥미롭게도 손님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은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대중적이라는 말의 보수성
안암의 음식은 "국밥"한가지다. 사람들은 "국밥"을 인지하고, 음식의 결을 상상한다. 이렇게 대중적인 음식은 만드는 사람에게 매우 까다롭다. 각자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그 음식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 그 모든 기준에 부합할 수 없기 때문에 음식은 필요 요소이면서 동시에 기호이다. 그 기호라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대중적인 음식인 국밥은 지역별로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할 만큼 개별적인 기준이 있거나, 국밥충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의 서민 음식이기도 하다. 그 말인즉슨, 안암의 손님들이 가진 기준은 다양하고 또 다양하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이런 걸 먹을 수 있다니" 하시고, 어떤 분들은 "이런 걸 먹어야 한다니"하신다.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것은 다양하고 확고한 기준을 각기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보수성을 지닌다. 뭐, 가끔 국밥이 당긴다 싶어 지나가다 들어오신 분들이 원했던 맛이 아니라 실망하고 나가시는거야 이해지만, 그렇대도 잘못 만든 음식까진 아니지 않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저도 선지국이나 내장탕 엄청 좋아해요 여러분.
#플랫폼 서비스
내가 안암이라는 음식점을 바라보는 기준은 플랫폼이다. 3학년 때 플랫폼 서비스 관련 강의를 수강하면서 지금 가치관을 정립했는데,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점은 오프라인 서비스 플랫폼이며, 서비스 형태, 방식에 따라 카테고리를 정하거나 하는 모든 것은 모바일로 사용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형태가 가진 노하우를 가게 운영에 사용할 순 없을까? 하는 것에서 가져온 3가지 중요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디자인/콘텐츠/피드백이다.
디자인의 개념에서 로고/인테리어/기타 소품들의 결을 맞추는 것은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준다는 것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떤 카테고리를 진입하냐에 따라 필요하기도, 필요 없기도 하지만 무의식이 인식을 하게 한다는 것에서 매우 중요하게 느낀다. 콘텐츠는 앞서 설명했듯 음식을 기본으로 하지만, 내가 공간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은 의자에 앉아서부터 문을 나갈 때까지 모든 경험의 총체이다. 내가 생각하는"음식이 맛있었는가"는 내가 의자에 앉아 기대를 하고, 음식을 받고 설명을 들으며, 그 과정에서 설명에 적합한 음식인지 즐기다가 계산을 하고 문 밖에 나가기까지 과정에서 느낀 감정이 "음식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내가 식사시간에 어떤 가치를 구매했는가겠지만, 결국 체험 자체의 과정이 음식을 맛있게도, 맛없게도 만든다. 그리고 소비자는 느낌을 주변인들에게 전달하지, 정확한 음식의 맛을 전달하진 않는다. 물론 그 음식의 맛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도 내 몫이지만, 이 음식점을 손님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나의 정의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경험적 요소이길 바라면서 기획하고 있다.
그렇기에 손님들의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몇몇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되도록 손님들의 긍정적 경험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 의자
그 과정에서 이야기하는 게 의자다. 우리 가게 의자는 약간 높은 편이다. 사실 이 기준조차 상대적이지만, 이 의자에 적합한 상체 길이를 가진 사람들만 우리 음식을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꾸준히 묻고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테스트로 회전형 상하조절 바 체어를 가져다 놨는데, 나는 사실 편한지 모르겠지만 180이 넘는 남성들이나 구두를 신은 여성분들은 좀 더 선호하는 게 느껴진다. 하여 전부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1월 초에 재입고된다는 소식에 아뿔싸 하는 중이다.
#이쑤시개
이쑤시개 역시 많이 요구하시는데, 개인적으로 타인이 이쑤시는 모습을 보면서 식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 가게에 이쑤시개가 들어올 일은 없지만, 혹시 다른 방법을 찾는다면 대체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남 신경 안 쓰고 코 팽 풀고 하시는 분들이 꼭 이쑤시개 찾는 느낌은 기분 탓인 거지?
#재료비
두 달 새 재료 원가가 15% 올랐다. 자주 찾는 재료에 금액을 더 붙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이는 로그인 정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이래서 어플들을 그렇게 만드나 싶은 생각까지 갈 정도로 참 심하다 싶게 오른다.
오픈하고 두 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15%면, 허허. 인건비 공과금 월세 다 오르는데 나는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당혹스럽기가....
#반가운 날
우리 가게를 좋아하시는 분이 왕창 들러주신 날이 있는데, 그 이후로도 그런 분들이 자주 빈번히 들러주신다.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는가 싶은 마음이 들어, 그분들이 굳이 수고롭게 우리 가게를 자주 찾아주신단 느낌이 들어 옛날 예절들이 생각난다. 별 고 없지요? 하고 묻는 느낌. 그 일상이 소중하도록 마음을 잘 잡아야겠다. 익숙한 얼굴이라고 대충 대하지 말되,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붙지도 않을 수 있도록. 중심이 많이 중요하다 싶다.
#사람
직원을 뽑기 시작한 지 2달. 주변 가게들은 영업일수를 줄여야 할 정도로 구인난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찌어찌 버티고 있고, 우리 아르바이트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악착같이 하루 판매량을 맞추고자 7시에 출근하고, 주 6일의 오픈 기간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지금도 혼자 할 수 있는 량의 최대치까지 올라왔고, 어쩌다 보니 생산과 공급 외에 다른 작업을 하기가 힘들다. 매주 월요일 다른 업무를 봐야 하는데 쉬는 날만 되면 몸살이 와서 침대 밖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사람이라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런 것. 이제 내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진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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