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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r 10. 2022

프로젝트 안암(安岩)

#07-2 이유

린(Lean)

  안암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기조는 반년째 같다. 타겟을 좁혀야 하므로 단일화된 컨텐츠를 같은 방향으로 재생산하여 노출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해서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 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여간다. 그리고 아이템을 확장시키는 역량을 발휘하여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확장시킨다. 간결하고, 명료하며, 인지가 쉽도록. 그리고 제일 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이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일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중 마음에 들어해주시는 분들이 선호하는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보완해나가는 것.

 

안국과 북촌, 그리고 정독 사이의 안암입니다.
   때로 손님들 중 왜 굳이 그 많은 장소 중에 안국/북촌을 골랐는가에 대해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하루를 사용하는 방식에 안암이라는 음식점이 스며든다면 그 경험을 회상하는 것에 긍정적인 감정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이다. 해서, 그저 회사 앞에 있는 음식점이 아니라, 집 앞에 있는 음식점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설레는 날이나 기분 좋은 약속이 많을만한 장소를 선택하여 그 사람의 하루에 안암이 들어가는 것. 주변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 미술관과 고궁, 좋은 날씨에 드러나는 걷고 싶은 기분들이 연속적으로 안암에서의 경험까지 기분 좋은 감정으로 기억하게 해 준다면, 그게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들이 이어져서 안암은 안국과 북촌, 그리고 삼청 사이에 자리 잡게 되었다.


나는 음식점을 소비자 경험을 중점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안암이라는 음식점에 식사를 한다는  가지 목적을 가지고 들어오지만, 선택을 하게  원인은 다양하고,  경험의 결론 또한 다양하다. 그렇기에 파인 다이닝이라고 불리는 레스토랑들은 손님이 우리의 공간에 발을 닿는 순간부터 나설 때까지 느낄 감정과 경험을 유추하여  경험이 긍정적 이도록 설계한다. 우리는  과정을 좋은 서비스라 받아들이고, 공간과 서비스에 대한 호감은 음식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며,  경험은  레스토랑의 이후 발자취에 대한 궁금증이 된다.  나는 그 가치가 국밥집에서 느끼기에 과한 것이라고 생각치 않으므로, 긍정적 경험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한다.

피사 계심도, 그리고 너비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메뉴를 한 가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와 목적이 흐릿해진다.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목표로 하는 가치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긴 어려워지고 나면 더욱 그렇다. 그렇대도 언젠가 우리는 매 순간 너비와 깊이 중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너비를 고민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사람들이 왜 우리 가게를 찾는가?인데, 브랜드의 콘텐츠 단일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이미지를 목표로 작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작게나마 모으기 시작한 코어 벨류와, 고부가가치의 제품 판매를 위한 방향성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제품을 명확하고 제대로 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과, 다양한 메뉴를 가진 레스토랑의 브랜드 콘셉트는 과정을 위한 선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획하는 입장에서 깊이와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너비에 대한 고민은 무게추의 위치만 다를 뿐 균형을 매 순간 고민해야 맞는 것 같다. 아마도 시기가 다를 뿐,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급여를 주는 입장

스스로를 고용했다. 급여를 못 받아도 신고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내 커리어 대부분은 급여를 받는 입장인 고용인으로 지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테다.

그렇게 꿈꿨던 직원이 생기고, 고용주가 되어 본 입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보험과 세금은 놀랍기 그지없다.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이게? 싶은 정도의 고용비를 지출하게 된다. 고용주의 4대 보험료를 포함한 금액과 퇴직금, 식대를 포함한 내용을 지급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높은 부가가치의 아이템을 꿈꾸게 된다. 1-2인의 직원이 더 생겼다는 것 만으로 몇백 수준의 고정비가 늘어나고, 그 값을 미루지 않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사장과 준법정신을 지키는 일은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너무 당연한 일이기에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고,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던 고용인 시절의 나에게 상처받았을지 모르는 선배들과 사장님들께 이제는 동료로서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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