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노 키즈존
노 키즈 존을 왜 안 하는 건지 의문이 있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방문해주시는 손님들 대부분이 식사에 매우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아이의 산만한 행동이 거슬리는 분들도 분명 있을테다.
업주의 입장에서 노 키즈존을 하는 이유는 다른 손님들의 방문 경험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므로 분명히 나에겐 리스크이기도 하다.
오래 걸리는 식사시간, 테이블 이곳저곳에 묻어있는 밥풀, 음식의 몇몇 재료를 빼야 제공 가능하다는 것.
오롯이 즐기고 싶은 내 식사시간을 방해하는 아이를 달래는 과정의 소란스러움.
우리 가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에, 아이들은 어떤 공간에서 마주할 땐 혐오의 대상이 되어있다.
나는 그게 건강한 사회인지 잘 모르겠다.
사회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엄마 손을 잡고 외식을 다닐 때 아이 특유의 산만함을 배려해주고, 훈육할 기회를 준 주변 어른들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것에 눈치 보고 죄책감이 드는 세상이 정말 좋은 세상일까?
10에 1-2 정도의 부모님들이 스스로 애들이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되려 사회를 배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고, 그걸 우린 이기적이라고 말하며, 그런 분들 덕분에 노 키즈존이 늘어나는 거지만 사실 대다수의 부모님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방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보낸 시간에 본인은 차갑게 식은 국밥을 먹고 있으면서 그 과정에 폐를 끼쳤을까 무척이나 미안해한다. 아이가 이것저것을 궁금해하고, 집중력이 짧고, 새로운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기에, 사회는 그 과정을 수렴하여 함께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참을성을 가지고 그 과정을 기다려줘야 하고, 그 아이는 성장해서 또 그다음 아이가 거칠 그 과정에 함께 관심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암은 정말 최선을 다해 노 키즈존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성향의 문제가 아닌 부모의 태도의 문제고, 이기적인 태도를 가진 부모님들의 방문에, 늦어지는 회전율에 하루에 열 번도 더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 공손히 인사하거나, 자기 나름의 감사인사를 전달하는 아이의 표정. 그걸 뿌듯하게 보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그렇게 대를 이은 손님들의 방문에 대한 나름의 꿈이 있다.
부모가 되었기에 죄가 되는 세상이여선 안된다. 시간이 훌쩍 지나 우리 중 누군가는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부모라는 이유로 세상에 죄송스러운 얼굴로 기억되서도 안되고, 또 아이가 그걸 기억하는 세상이여 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성장해나가는 당연한 일이 죄책감을 대물림시켜선 안된다.
사회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2-30살 밖에 되지 않은 사람 둘이 부모가 되었다는 이유로 전부 짊어지라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물론 우리는 그래 봐야 국밥집이다. 이 음식은 차별 없이, 구분 없이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고, 나는 그 시작에 있다.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다음을 꿈꿀 수 있을까? 키즈 프렌들리가 아닐지언정, 아이 역시 음식을 경험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고 싫어하는 것인지 구분할 경험을 쌓아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안암이 그 과정의 일부가 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한 노력은 해보려고 한다.
물론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지치기 때문이다. "노력하겠다"는 무던한 일상에선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 또한 몇몇 이기적인 태도에 지치고 고민하기에, 노력한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연령으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아이 역시 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