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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Oct 04. 2020

미나리 마파 순두부

소비꾼의 집밥 21

요리왕 비룡을 본 적 있다면 황금 볶음밥과 환상의 마파두부를 잊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순두부찌개도 아니고 그냥 마파두부도 아니다.



꼬맹이 시절 저게 대체 무슨 맛이길래 저 사람들은 저런 표정을 지을까 싶어 궁금해했던 환상의 마파두부.

마침 속이 후끈거리는 느낌이 당기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난 김에 해 먹기로 했다.

상상만 했던 마파두부를 하려고 재료를 사 왔지만, 두부를 안 사 왔다.



출처: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81500&memberNo=15741969


두부가 없으면 어쩔 겁니까.


그래서 순두부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순두부는 집에 있었다.

조리시간 35분

미나리 등장


싱긋-

재료

돈민찌(앞다리 사용)

순두부

미나리

대파

마늘

생강

굴소스

흑설탕

화자오

마자오

건고추

산초유

두반장

그리고 땅콩버터.


살찌우는데 한계는 없다.








Warning

언제나 그랬지만 정해진 레시피를 보고 만든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정통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참고 바랍니다.






파 기름 내고, 고기 볶음을 만들어서 물 붓고 끓이면 끝이다.


순두부는 일반 두부에 비해 수분이 많다.

다른 재료를 전처리하기 전에 소금을 뿌려둔다.

사용할 때쯤이면 꽤 알맞게 수분이 빠져있다.

이걸 삼투압 현상이라고 한다.


미나리는 숨이 죽었길래 찬물에 담가 두었다.

사용할 때쯤 알맞게 파릇파릇해진다.

이건 앗차거 현상이라고 한다.

미안하다.


민찌는 한팩을 사서 여러 개로 나눠 얼려 두었다.

사용하기 엄청 좋은 것 같다.




파기름-돼지고기-두반장과 양념 순이다.





만화처럼 슈 루루 룹 하고 먹을 수 있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이번 경우처럼 민찌를 볶아서 사용하는 경우엔 살짝 얼렸다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수분이 빨리 빠지고 좀 더 삼투압이 빨리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확실하진 않다.


산초유를 처음 써 봤는데 향이 정말 좋다. 쓸 수 있으면 마무리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없어도 사실 상관은 없다. 화자오 마자오 둘 다 있으니까.


라드(돼지기름)를 먼저 낼 지 고민을 좀 했는데, 향채를 볶은 기름에 사용하는 게 확실히 향이 다양해진다.

잡내도 잡아주는 것 같다.


두반장은 대만산이었는데, 염도랑 대두 함유량이 높은 걸로 구매했다. 그리고 이금기가 아닌 것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는데,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도 이거 살 것 같다.


땅콩버터, 흑설탕, 굴소스는 돼지고기 수분이 다 날아간 다음에 첨가한다. 살짝 끓여 특유의 향을 살짝 날린 다음 물을 부어 끓여주면 살짝 뭉근한 페이스트처럼 된다. 그때가 순두부를 넣어야 될 타이밍이다.


물을 빼고 나서 단단해진 순두부도 순두부다. 섞을 때 뭉개지기 쉬우므로 가급적 주걱은 사용하지 않고 섞는다. 어떻게 섞냐면 앞뒤로 흔들면서 휙휙 뒤집어 주면 된다. 온도가 떨어지므로 끓어올랐을 때 순두부를 넣자.



진짜로 엄청 맛있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이번엔 미나린가.

얼마 전에 삼겹살 먹을 때 먹고 남았다. 근데 맛있던데?



해 먹으려면 얼마 정도 필요한가?

순두부 1200원 정도, 민찌 400g 4000원 좀 안 했던 것 같은데 절반 정도 썼고...

사실 이건 주재료보다 부재료들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인 거지, 있다면 돈 쓰는 음식은 아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나?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안 먹지도 않는다. 훠궈를 먹으면 매운맛은 빼고 화 한 맛만 느끼고 싶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해 먹는 거다. 밖에 나가면 엄청 맵지 않으면 그 맛을 느끼기 어렵다.

집에 있는 재료도 써야 되고.



땅콩버터를 넣었다. 마파두부에.

그렇다. 전에 선배가 된장찌개 끓일 때 땅콩버터 넣으면 맛있다 그랬는데 엄청 괜찮다.

그래서 가끔 콩 들어간 음식엔 사용하기도 한다. 고소한 맛을 더 올려준다. 이 음식과 꽤 잘 맞는다.



두부가 아니고 순두부도 괜찮나?

원래는 튀겨서 하려고 했었다. 모양도 그렇고 여러모로 그게 좋을 것 같아서. 마침 두부도 안 사 왔는데 생각해보니 마파두부 편에서 마파두부 먹을 때 거의 씹지 않고 삼키던 모습이 생각나서 그냥 순두부로 해볼까 싶었다.

돈민찌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잘 넘어간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엄청 맛있다.



어우 어떻게 설명해야 되냐.
마... 마이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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