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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Aug 25.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5-4. 나는 그곳을 나무로 짓기로 했다.


인테리어의 골격, 목공


비교용 기존 현장 사진

설 대표님은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목공 때는 꼭 현장에 나와 계세요. 목공 때는 저도 어디 안 가니까. 


 목공에 대한 이야기는 창업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선배들이 많이 이야기하곤 했다. 물론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보단, 목공 비용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하는 내용이다. 

어째서 목공 일정에 현장에 나와있어야 하는진 알 수 없었다. 혼자서 창업 준비를 해야 하다 보니 서류 작업, 지출비용정리, 가게에 필요한 사소한 도구들까지 다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신뢰하는 사람이기에 그러라면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것일 뿐, 애초에 현장기록을 많이 남겨두려고 노력했던 입장에서 필요한 것 외엔 딱히 이유를 찾지 못했다. 


굳이 내가 나와있으면 작업자들만 불편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했지만 음료수라도 사들고 얼굴 비추는 편이 좋다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덕분에 목공 해주시는 분들과 안면을 트고 목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예산안에서 가능한 디자인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강조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정리해나갔다. 




POINT.#1


라운드가 있는 벽이 생겼다. 주방과의 공간 분리를 위한 벽의 작업에 디자인이 들어간 것인데, 그중에 있어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거칠게 표현한 반대편 부분이었다. 인테리어 대표님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기에 나는 알 수 없었던 디자인의 디테일들이 표현되기 시작했고, 그런 포인트들을 기반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은 나중에 다른 포인트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그 포인트 외에도 손님과 직원 사이의 동선을 계산한 디자인이라는 것 역시 도드라지는 공간이다. 



R값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의 구현에서도 수정이 여러번 생겼다. 내부 구조와 기둥을 따라서 수정되고 변경되었다.



POINT.#2


내부에서 한옥의 지붕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일부 감싸기 시작했다. 대표님의 말에 따르면 전부 보여준다고 해서 예쁜 게 아니기 때문에 보여주고자 하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을 구분하여 디자인한다고 했다. 한옥을 개/보수하여 현재의 형태를 가지게 된 이곳은(상단 사진 참조) 밤고구마 색으로 칠해진 H 빔과 튀는 색을 가진 기둥이 있었는데, 그에 따라 현장의 색과 숨길 부분이 만들어졌다. 장점이라고 보이는 부분은 강조하고, 정신없게 보이는 부분은 숨긴다는 기준을 두고 목재공사가 이루어졌다. 





목공 현장은 변수가 많았다. 다른 공정에서 필요한 확인과 목공에서 필요한 확인 작업은 차이가 있었다.

도장이나 타일, 설비 등의 공정의 경우 시작 전에 미리 확인하고 결정한 후 진행을 하고, 변수가 많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는 편이지만 목공은 현장 상태에 따라 세밀한 부분의 변경이 필요했다. 작은 디테일의 변경은 다른 작업의 상태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었고, 예상과 달랐던 부분의 변경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게 느껴졌다. 모든 결정은 설 대표님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애초에 같이 일하기로 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이야기를 마쳤고, 현장에 결정권자는 여럿이여선 안된다고 생각하여 되도록 서포터 역할을 충실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요구했겠지만 딱히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중간중간 변경과정이 있어 공정이 하루 길어지긴 했지만, 뚝딱 정리되었다.


목공으로 골격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인테리어를 결정짓는 목공 작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설 대표님이 목공 땐 가급적 현장에 붙어있으라고 했던 건 무슨 이유였을지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이래서 나와있으라고 했구나, 싶은 마음도 언뜻 들었다. 파트너를 잘 골라서였는지, 처음인 인테리어 현장에서 배우는 게 꽤나 많았다. 모두가 그렇지만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만족하는 편이다. 




아직은 구성만 확인할 수 있다고. 



여담이지만, 우리 아버지는 목수였다. 당시만 해도 아버지가 하시는 일에 대해 알기 어려웠지만, 현장에서 작업하는 반장님을 보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내심 이런 일을 했던 아버지에 대한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랬기에 목공 정 현장을 구경했던 일은 참 고마운 일이었고, 개인적으론 아버지를 회상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장은 일주일 남짓의 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목공 현장을 정리하고 이제 그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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