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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Aug 27.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5-5. 나는 인테리어를 끝마치기로 했다.

가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리고 상권을 확인하겠다고 여기저기 부동산을 알아보러 다니던 때, 그러다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와 비교를 해보면 기분이 희한하다. 아, 이건 내가 비유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기분이 희한하다.
인테리어의 끝이 다가올수록, 장사를 시작할 날이 가까워질수록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현타가 온다. 이 기분, 장사 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알까? 


타일작업


목공이 끝난 후 도장과 타일작업이 진행되었다. 타일은 목 작업으로 뼈대를 갖춘 바 테이블의 무게감을 만들기 위해서 진행되었다. 가게의 이름인 안암(安岩) 은 바위를 뜻하므로, 이름이 가진 느낌을 구현하는 컬러감을 가지고 있었다. 목 작업 이후 목재 사이의 틈을 채우는 작업과, 타일을 놓고 타일 틈을 메지로 채우는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후 바닥 색의 도색 역시 이루어졌다. 


바닥 색
단 한 번도 컴플레인을 건 적 없었던 내가 처음으로 컴플레인을 걸었던 부분이 바로 이 바닥 색이었는데, 사실 처음에 이런 색 조합을 사용할 거다 했을 때 의아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생각이 있겠거니 싶은 마음이 들어서 별 말 안 했었다. 그런데 도장 후 방문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선지 색이 아닌가. 
와 이거 큰일이다, 국밥집이긴 한데 선짓국 팔 거 아닌데 싶어 수정이 가능한지 물었고, 에폭시 색 수정에 대한 고민을 하다 조명을 달고 그래도 안 되겠으면 바꾸자는 말에 기다려보기로 했다.

겨 안겨
대뜸 도장 전날 설 대표님이 들고 온 겨, 방문하신 분들은 금방 찾을 수 있는 포인트.
우리 가게는 구석구석에 설 대표님 특유의 "똘끼"라고 설명되는 포인트들이 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구석구석에 숨겨놓은 포인트들을 찾아보는 것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소소한 재미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며칠 후 확인한 바닥 색은 다행히도 붉은색이 가라앉고 아이보리색이 올라왔으며, 특별한 색인만큼 오묘한 맛이 있어 정이 들어 버렸다. 이 색의 바닥에서 내가 뭔가 할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을 뒤로하고, 이 색 너무 좋은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발색이 달라진다. 에폭시 특유의 성질이라는데,

조명 라인을 체크하는 설 대표님

방문하시게 될 분들은 금방 눈치채겠지만 가게의 조명은 비교적 특별한 편이다. 살리고 싶은 곳과 살리지 않아야 할 곳을 구분해서 조명을 쓰고, 비워야 할 곳을 비우기도 했다. 한옥 특유의 장점은 살리되, 식사에 불편하지 않은 정도를 잘 정리했다. 후져 보였던 기둥은 목재로 마무리해서 위에서 빛이 내려오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원래 어떤 모양이었던지 생각해보면 참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이쯤에서 한번 공유해본다.


둘이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7월 15일 계약. 26일 공사 시작까지 10일간의 텀을 메꿀 만큼 기다림이 의미가 있었는가. 이 사진이 답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나한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바 테이블 하나만 만들어 주면 장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내가 예상외의 금액과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낸 이 가게는 이 사람이 내게 보여준 진심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실행해버린 부족한 내게, 나를 돕는 사람들은 참 많은 능력과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십 번 봤던 스케줄 정리. 공정을 마무리한 날 마지막으로 몰래 찍어둔 사진. 

고민하는 동안 결정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서, 그 과정에서 받았던 심한 스트레스를 나눠 가져 줬던 사람의 능력은 나를 혼자 해내는 것보다 덜 힘들게 해 줬고, 이런 일들을 계기로 나의 가게는 나의 역량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다시금 깨달았다. 


3주간의 공사 기간을 함께 지내면서 많은 모습을 보여줬던 설 대표에 대한 다른 내용을 공유하긴 어렵지만, 내가 가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고맙고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3주간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조경 실장님의 조경 능력 역시 기록해두고 싶지만, 붉은색을 열심히 조절하는 아이폰의 능력 덕분에 썩 올리기 좋지 않은 사진이 되었다. 조경 실장님이신 장미 실장님 역시 내가 기억해야 할 고마운 분 중 한 분이다.  장실장(거꾸로해도 장실장)님의 조경실력은 방문 후 확인해보시라.  


정리가 덜 된 가게가 예쁠 수 있다. 내 가게라서 그런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으니 이제 한시름 덜었을 것 같은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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