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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04.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6-1. 가오픈

가오픈 5일째. 그 사이 글을 쓸 여력이 없어 중간 과정을 전부 건너뛴 채로 진행을 한다. 

현재 오픈 준비 및 서비스, 모든 과정을 혼자 하고 있는 나는 피로를 풀지 못해 피곤이 잔뜩 쌓여있다. 

공사 전 목표는 18일이었지만 완공 시점이 20일까지 밀려 바로 장사를 시작하긴 어려웠고 재료 수급의 문제로 인해 바로 장사를 하기도 어려운 시점이었다. 

8월 31일을 목표로 했다.

하여 변경된 가오픈 날짜는 8월 31일. 길을 가던 사람들은 뻥 뚫린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고, 국밥이라는 글자에 의아해하곤 했다. 혼자 재료를 준비해보고, 기물들을 정비하며 서비스 동선을 짜고 재료 정리와 필요한 것들을 수급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31일이 되었지만 바로 오픈을 할 순 없었다. 


31일 당일 날씨는 매우 흐렸고 비가 잔뜩 왔다. 그래서 경험 상 적은 인원이 방문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주일 전에 시켰던 수저와 젓가락이 택배 단계에서 진행이 되질 않았고, 기다리다 가오픈 전날 연락을 해보니 재고가 없어서 보내지 않았다는 게 아닌가. 일주일 동안 붙들고 있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니. 덕분에 나의 오픈 일정엔 문제가 생겼고, 우산 쓰고 방문해주셨던 10분 남짓의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당일 저녁 샘플로 가지고 있던 젓가락을 사용해서 문이나 열어보자 싶은 마음에 저녁 장사를 시작했고, 이내 몇 분의 손님들이 들어오셨다. 



첫 번째 서비스는 익숙지 않은 동선과 서비스 환경으로 보통은 엉망진창이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위해서 가오픈 기간을 잡고, 손님들의 피드백을 확인하며 음식의 디테일한 방향을 잡는다. 이 과정을 현재 4일째, 혼자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상황에 맞지 않는 기물들과 동선을 조금씩 수정해가며, 국물의 맛과 음식의 방향성을 조절해가며 확인하게 된다. 



안암(安岩)에서 시작한 국밥


가오픈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음"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살짝 이해했다.

회사원이라면 대부분 돈을 지불하고 음식점에서 밥을 사 먹는다. 돌이켜보니 나 또한 전에 어떤 회사에서 근무할 때 몇 안 되는 주변 음식점에서 일주일을 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고, 금액이 어떤지 의아한 음식들이 잔뜩 있는 환경에 대한, 그리고 오래된 음식점들이 자연스레 포기시키는 서비스 등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여야 했었다. 아니,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사 먹는 밥인데 이렇게 모든 조건을 포기해야만 하는 게 맞는 건가?

아침나절 항상 떠있는 무지개

그래서 나는 이 가게로 그 어쩔 수 없음을 해소해보기로 했다.  그냥 국밥인데, 조금 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어떨까. 고민해보기로 했다. 내 경험이 담긴 모든 순간을 모아 이 공간에 투영시킬 수 있다면, 좀 더 나다운 공간이 된다면 사람들에게 이질적이고 특별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나같이 다이닝 하던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국밥집은 이렇습니다. 하고, 주장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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