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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11.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6-2. 가오픈

가오픈 기간 동안 상권은 내 예상대로인지, 타겟의 방문 빈도가 높은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이나 가격에 대한 문제에서 예상 범주 안인지 등을 확인한다. 


9월 1일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약 9일간 가오픈을 진행하면서 생겼던 문제들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평일 매출의 다각화 

인지도 낮음

식자재

구인



내가 자리 잡은 안국엔 다양한 상점들이 존재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명확한 연령대가 드나드는 동네는 아니다. 통계상으론 20대 초반의 상주, 구매 등이 이뤄지는데 이는 근처에 유명한 상점(오브젝트, 노티드, 소금집, 레이어드 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서 국밥집의 경우 주 타겟이 20대 초반일 순 없고 20대 중후반-30대, 멀리는 40대까지 보고 있다 보니 완벽하게 매칭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평일 매출은 근처 상권의 직장인들에게 집중되는데, 근처의 회사로는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현대 본사 등이 있으며 현대 본사의 경우 주변 상권 매출을 대부분 일으킨다. 하여 오래 장사를 하시던 분들은 현대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쪽의 선택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9월 8일 점심에 웨이팅이 생겼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의해 가오픈 기간 재료를 많이 준비하지 않았던 나는 12시 40분경 주문을 끊어야 했다. 

그 시간 이후로 돌아가신 분들만 30명 정도.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쓰라린 상황이었지만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그런 일도 생긴다. 가오픈 기간이라 조금 부족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지만 그럼에도 빈 걸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

그렇게 몰린 이유를 찾아보니 그간 방문하셨던 손님들 중 누군가 현대 커뮤니티에 우리 가게에 대한 글을 올렸던 모양이었다. 그날 현대 사람들만 40명 정도 본 것 같다.


첫 번째 웨이팅에 들뜨지도 못하고 재료 소진에 당황스러워하며 저녁 장사 준비에 몰입했고, 끼니(사실 가오픈하고 제대로 먹은 적 없다.)는 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전날 점심에 뵈었던 어떤 손님들은 가게를 들어오자마자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요리사들이 할 법한 질문과 피드백을 남겨놓고 가셨다. 그래서 아, 어느 업장(식당)에서 새로 생긴 곳 밥 한번 먹어보자 해서 왔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질문 중 한가지는 원래 한식하시는 분 아니시죠?? 였다. 얼마나 뜨끔하던지.
아하....

아직도 이거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 많다. 솔직히 좀 놀라웠다. 3.7만 정도의 팔로워를 가진 분들이면 이 정도 파장을 낼 수 있구나, 어쩐지 질문의 내용이 특이하긴 하다 싶었다만. 아무튼 덕분에 혼자 정리해내기 버거운 시간들을 견뎌내며 결론 낸 건 모든 상황을 혼자서 정리하긴 불가능하다는 판단.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요식업계의 현재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점심시간에 찾아올 손님들에게 썩 편치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건 가게를 운영하고 지속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같이 일할 동료를 구해야만 한다.





가오픈 기간 동안 꾸준히 매출은 늘고 있다. 드문 드문 재방문 고객도 보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가게를 노출시켜주려 노력하는 동료들의 노력 또한 눈에 띈다. 첫 주 금요일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고, 첫 번째 목표였던 30그릇을 판매하는 것을 이뤄냈다. 30그릇의 기준은 혼자 쳐낼 수 있는 량을 기준으로 했던 건데, 그래서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긴장이 되었다. 이제부턴 혼자 하기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이야기였지만, 시간은 어느새 주말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야경 좋은 동네입니다.

가볍게 생각해보면 평일보단 주말 매출이 더 잘 나올 것 같았다. 돈 쓰러 오는 동네잖은가? 커플끼리 손잡고 돌아다니기 이만큼 좋은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동네다. 실제로 매출도 오르고 있었고, 첫 번째 주말은 많은 미지수를 가지고 있었다. 해서 토요일 아침은 꽤나 이르게 출근해 만반의 준비를 마쳐두었다. 

하지만 잊은 게 있었는데, 그 커플들 웬만하면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인지도가 없는 가게는 주말에 선택받기 쉽지 않다. 보통 이 동네를 가면 이래야지, 저래야지 계획을 짜두고, 점심은 뭘 먹고 저녁은 뭘 먹을 건지 스케줄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준비를 끝내고서야 문득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니 아, 그 중요한 시간을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밥 먹진 않잖아? 싶은 거다. 


예상대로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고, 또 예상외로 저녁시간엔 손님들이 많았다. 일요일은 점심에 사람이 많고 저녁엔 사람이 없었고, 그 이틀을 겪으면서 참 알쏭달쏭한 순간이 많이 느껴졌다. 다이나믹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그렇게 벌써 열흘째 가오픈. 과연 이번 주말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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