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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19.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6-3. 가오픈


#1.

9월 1일 첫 장사를 시작으로 현재 9월 19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뒀지만 금요일부터 이미 연휴 시작인 듯하다. 추석 연휴 중 3일을 쉬기로 했고, 해서 9월 중 남은 영업일수는 7일.

원가 계산도 다시 잡아야 하고 재료 결제나 기타 회계처리도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혼자 일하는 건 정말 0부터 100까지 전부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인데, 그렇기에 지금은 일단 어제 오신 손님이 오늘 다시 오셔도 같은 맛을 드실 수 있도록 퀄리티 관리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2

오시는 손님들이 가게를 인지하는 방식을 거의 매번 묻고 있다. 하다못해 점심식사시간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손님은 현대 직원으로(명찰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 직원들에게 확인해도 대부분 알게 된 이유가 다르다.

고무적인 건 오셨던 손님 중 한 분이 새로운 손님들을 모셔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음식에 대해 불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보단 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3

우리 가게는 역시나 검색에 취약한 상태다. 망고플레이트, 뽈레, 네이버 등 기타 플랫폼에서 상호만 검색했을 때 찾을 수 있는 가게가 아니다. 상호를 결정하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역시나 검색 알고리즘에 취약한 편. 



#4

우리 어머니 연령대의 부부와 아들, 혹은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온 부자 등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맛있는 집을 찾아 부모님을 모셔오는 경우, 혹은 동네에서 지나가다 들르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 됐든 가게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 중 하나는 내 가게가 어떤 가족의 저녁을 만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 가족끼리 가볍게 먹은 식사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싶은 마음에 약간의 뭉클함을 느끼기도 한다. 



#4-1

추석이 다가오자 명확하게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다. 매번 돼지국밥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지만 국밥에 대한 프라이드와 기준이 있는 어른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 심심하면 심심한 대로, 규정지어진 음식이 아니면 아닌 대로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입에 맞아하는 어머니 연령대의 분들을 뵙게 되면 참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4-2

방문 주신 분들 중 일부는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가신다. 기억에 남는 말로는 사장님 곧 부자 되실 것 같아요, 혹은 실력이 있으시네요, 같은 말 등이 있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 게 꽤 오랜 시간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창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어느 시점부턴 이게 내 음식이 아니라는 것으로부터 한계가 생기기 시작한다. 한데 이제 이 음식이 내 자존감이자 얼굴이다 보니 손님들이 남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게 느껴진다. 하여 그런 말씀을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더 웃어 보이게 된다. 직원과 사장의 입장은 그렇게나 다르고, 그래서 사장의 주인의식 강조는 모순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5

가오픈 첫 주에 김치를 꺼내놓지 않고 있다가 김치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국밥엔 김치라는 사실엔 변화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김치 원가가 높은 편이라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좀 많다. 8가지 정도의 김치를 테스트해봤지만 역시 비싼 김치가 맛있긴 하다. 익어도 안 익어도 맛있는 편.



#6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구인에 관련된 선배들의 협조 전화. 나도 사람 필요한데.... 




#7

약 16일 정도의 영업일 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가게를 구경했고, 꽤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고 가셨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재방문율은 현재까지 15% 정도. 하루에 몇 분 정도는 재방문이 있다.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8

백신을 맞고 3일 정도 지나서 몸에 몸살 기운이 있었다. 혼자라서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쉴 날이 다가와선지 백신 후유증인지 알 수 없게 시름시름이었다. 체한 건가 싶어 소화제도 먹고, 몸살기인가 싶어 타이레놀도 먹어보고, 기운이 없는 건가 싶어 밥도 먹어봤지만 나아지질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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