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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24.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6-4. 가오픈


#1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3일 목요일. 

여유 있게 재료 준비를 마치고선 글을 한자 쓸 수 있을 정도로 오늘은 한가한 편. 

어제 밖에 보이던 수많은 사람들은 신기루같이 느껴질 만큼 오늘 거리는 매우 한산하다. 

직장인 손님들이 기대되는 요일인데 길엔 직장인이 하나도 없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성격이 주말과 흡사하다.

아, 추석 연휴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2

어제는 오늘 장사 준비와 주방 페인트 칠을 위해 출근을 했다. 페인트칠을 위해 핸디코트, 젯소, 페인트, 바니쉬 등을 발라야 했고, 경험이 있던 지인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해결했다. (이따 한번 더 발라야 한다.)

시멘트 색이던 벽은 하얀색으로 바뀌고, 조금이나마 주방 같은 색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바닥은 엉망이지만, 그건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고치기로. 


#3


우리 가게 문은 좀 특이한 편이다.  투명하여 개방성이 있고 밖에서 안이 잘 보이게 설계되어 좋지만, 좌우의 길이가 같지 않다. 계단이 있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문의 크기를 규정짓기 어려워져서 이런 형태의 디자인을 가지게 되었는데, 해서 문을 열면 밖으로 작은 폭의 문이 튀어 나간다. 나는 만족하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꾸 문에 부딪힌다. 곤란하기 짝이 없다. 어떤 형태로 구분 지어둬야 할지 고민 중이다. 


#4

사람이 정말 안 뽑힌다. 최저임금은 잔뜩 올라갔는데 그보다 더 주지 않으면 사람이 안 뽑힌다. 다른 게 난처한 게 아니라 얼마를 줘야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조차 감이 안 잡히는 게 문제. 아르바이트를 쓰든 정직원을 구하든 어느 방향이든 사람이 필요한 상태인데 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5

추석 연휴 동안 재료 원가 계산을 다시 해봤다. 예상치보다 얼마나 높게 나왔는지가 중요했고, 역시나 김치는 내 예상대로 기준치를 훌쩍 넘어버렸다. 반찬으로 김치 하나 주면서 그게 맞는 건가 싶긴 하지만, 현재 국밥에 사용하는 고기 양이 양인만큼 원가는 쉬이 낮아지질 않는다. 확실히 김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6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가 않다. 역시나 가게 계정은 설득력을 만들기도, 콘텐츠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일단 나 스스로가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계정 조차 요즘엔 포스팅의 개념이 아니라 스토리 업로드가 많다 보니, 방문자의 음식에 관한 포스팅 량을 늘리는 게 쉽지가 않다. 


#7

주말 매출도 딱히 기대는 안된다. 이제야 추석이 지나고 나서 매출이 떨어지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나만해도 여기저기 선물하고 한답시고 돈을 많이 썼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쉬는 김에 주말까지 쉬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으니 곧 국밥의 계절이 시작된다. 그때는 뭐 좀 기대해봐도 되려나. 


#8

평점 5점을 유지하던 안암의 네이버 리뷰가 깨지고야 말았다. 5점 유지가 가봐야 얼마나 가겠는가 싶었지만 아슬아슬 깨지지 않는 걸 보면서 나름 재미가 있었는데....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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