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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전진, 완전한 추모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짧게/좀더 읽기

by 망나니 찰리

별점은 ★★★★★(10/10)


개봉/2016년

감독/저스틴 린

출연/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소피아 부텔라, 사이먼 페그, 존조, 안톤 옐친, 조 샐다나, 칼 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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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 카액션에서 액션으로의 업종변경 그리고 저스틴 린


그리고 스타트렉 비욘드 좀더 읽기

트레키는 두 사람을 잃었다. 그 두 사람은 오리지널 TV 및 영화 시리즈의 스팍을 연기한 레너드 니모이(1931~2015)와 새로운 스타트렉 프랜차이즈의 체코프 역(役)을 맡은 안톤 옐친(1989~2016)이다. 쌍발 엔진을 모두 잃고 추락하는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이번 스타트렉 영화는 신/구세대의 중요한 인물들을 떠나보내며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이 모든 상실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전진이었고, 이 모든 이별에 대한 완전한 추모였다.

'스타트렉 비욘드'(이하 비욘드)는 전작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마지막 장면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칸의 복수를 막아낸 커크 일행은 엔터프라이즈호 본연의 임무인 탐험과 조사를 위해 머나먼 우주에서 항해 중이다. 스타플릿의 주요 정박지이자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인공행성(스페이스 콜로니) 요크타운에 머물던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은 외딴 행성에 추락한 우주선으로부터 구조 요청 신호를 받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미지의 우주로 향한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체불명의 적이었고, 커크를 비롯한 승무원들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게 된다.

스타투(two)렉에서 스타트렉으로

시리즈 재활 전문가 J.J. 에이브람스 감독에 의해 부활한 스타트렉 시리즈는 트레키들에겐 애증의 존재였다. 그들에게 쌍제이 감독은 아스라히 사라져간 옛 추억 취급을 받던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되살려낸 은인이면서, 동시에 클래식의 정체성 대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SF 모험활극 블록버스터를 갖다 놓고는 스타트렉이라고 우기는 전범이었다. 특히 쌍제이가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의 첫 작품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연출을 맡으면서 불만은 더 깊어졌다. 골수 트레키 왈 "맙소사, 내 성스러운 스타트렉에 제다이가 묻었다고!"


전작들은 커크와 스팍의 스타투(two)렉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갈등과 케미와 (브로맨스와) 활약으로 영화는 발단-전개-절정-결착의 전 과정을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종의 버디무비였던 셈이다. 우후라가 화날만도 하다. 하지만 본래 스타트렉의 주인공은 엔터프라이즈호이고, 초인적인 능력은 없지만 각자의 역할과 검증된 전문 지식을 갖춘 승무원들이다.


이번 비욘드에서는 전작에서 실종됐었던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각의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그 모든 결과물들이 퍼즐조각처럼 짜맞춰지는 순간의 짜릿함은 스타투렉이 아닌 스타트렉의 영역이다. 비욘드에서 카메라는 주요 승무원의 활약상을 번갈아 비춘다. 자칫 각자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나열해 어수선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 선택지였음에도(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이랬다) 불구하고 연출과 각본은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낸다. 이야기의 무게중심은 유지하면서, 마치 계주 경기처럼 팀원들이 바톤을 이어받아 이야기를 착착 전개시킨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팀 조합과 케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기화되는 조연도, 뭐든지 해결해주는 주연도 없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이어갈 뿐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반성해라.

문자 그대로 정신없는 액션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액션 만큼은 확실히 검증된 저스틴 린 감독이지만, 비욘드의 액션은 의외로 아쉽다. 특히 근접/근거리 전투신이 그러한데, 너무 정신없다. 몇몇 신(특히 야간/실내)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본 슈프리머시'에서 신들린 핸드헬드 액션을 선보인 이후 개나고동이나 흔들어대던 아류 액션을 보는 느낌이다.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맥스'에서 보여준 바 있는 '흔들림없이 완벽한 액션'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전작 스타트렉 다크니스에 비해서도 아쉬움이 남는 수준이다. 반면 우주에서의 함대함 전투신은 스케일과 연출 모두 매우 만족스럽다.


참, 스코티(사이먼 페그)의 액션신 중 하나는 '분노의 질주 7'을 오마주한 듯 하다. 물론 감독은 다르지만(7편의 감독은 제임스 완)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감독으로서의 애정이 느껴진다.


앞서 장점으로 소개한 팀플레이와 그에 따른 역할 배분은 관객에 따라 단점이 될수도 있겠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주연의 비중이 작아진다는 점은 특정 배우/캐릭터의 팬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비욘드에는 영화 '킹스맨'에서 칼날 의족 액션으로 시선을 강탈한 댄서 출신 배우 소피아 부텔라도 출연한다. 그녀가 연기한 제이라는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며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캐릭터라는 인상이었지만, 직접 보고 판단하면 되겠다. 참고로 소피아 부텔라는 그야말로 엄친딸인데, 댄서이자 배우인 그녀는 프랑스 리듬체조 국가대표를 지냈고 버클리 음대를 나온 재원이다. 마돈나의 백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머리가 크기로 유명한 [크리스 파인]과 [재커리 퀸토] 사이에서 유난히 작은 얼굴로 괴롭힘 당하는 짤방이 유명하다

단점 하나를 더 꼽자면 자막이 별로다. 어색한 직역과 말투가 많다. 역자(팀) 치킨런의 퀄리티가 높은 걸로 기억하는데, 유독 비욘드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를 추모하는 완전한 방법

고 레너드 니모이는 스타트렉의 신/구세대를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다. '미래에서 온 스팍'이라는 설정으로 전작 2편에서 활약하던 그는 새 시리즈에 정통성을 부여해주는 존재였다.


비욘드는 그의 부재를 적극적으로 세계관 속에 녹여낸다. 영리한 선택인 동시에 진정성 있는 추모다. 트레키라면, 누구나 눈가가 촉촉해질 것이다. 고인에게 전하기엔 이미 늦은지도 모르겠지만, 먼 곳에서 재회한 옛 동료들과 장수와 번영 누리시길.


그리고 다시 커크와 스팍

커크와 스팍은 과거에 묶여 있다. 커크는 자신이 태어나던 날 목숨을 버리고 용기있는 행동을 한 영웅 아버지에, 스팍은 로뮬란의 미치광이 때문에 고향 행성이 파괴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커크라는 인물의 동력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버지의 성취를 넘어서는 순간, 커크는 갈곳을 잃어버린다. 스팍은 혼혈인 자신을 내친 벌칸족을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고향을 잃은 동족의 운명과 자신에게 짐지워진 의무감에 괴로워 한다. 과거에 묶인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앞으로의 스타트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더할 나위없었다.


비욘드는 전진했다.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에 클래식의 아이덴티티를 더하며 진일보했다. 비욘드는 추모했다. 레너드 니모이를 기리고 안톤 옐친을 기억하겠다는 제작진의 진심이 온전히 전해진다. 전진은 완벽했고, 추모는 완전했다. 트레키들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이 완성됐다.


A life is like a garden. Perfect moments can be had, but not preserved, except in memory. LLAP (인생은 정원과 같다. 완벽한 순간은 있을 수 있어도 영원히 보존할 방법은 추억뿐이다. 장수와 번영이 있기를)


레너드 니모이가 트위터에 남긴 유언이다. 레너드 니모이와 안톤 옐친의 명복을 빈다. LL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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