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개봉/2016년
감독/스콧 데릭슨
출연/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 추이텔 에지오포, 매즈 미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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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름만큼 요상하지 못했다. 영화에 충실한 제목을 찾자면 '닥터 스트레이트' 정도가 적당하리라. 영화는 갈 길이 바빴고, 마블은 조급했다. 그 탓에 영화는 섬세한 감정선이나 깊이있는 인물 묘사 대신 손쉬운 설명과 '딸깍' 스위치 켜지듯 돌변하는 등장인물들로 채워졌다.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의 얼큰이, 잘생김을 연기하는 못생김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매력은 여전하다. 닥터 스티븐 스트레인지라는, 위트와 천재성과 속됨이 적절하게 배합된 캐릭터는 그에게 꼭 맞는 옷처럼 매력을 발산한다. 팔머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 간만에 본인의 얼굴로 나왔나 싶었더니 삭발을 해버린 틸다 스웬튼을 비롯해 모든 조연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인셉션'에서 영향을 받은 액션 장면은 시각적으로 큰 즐거움을 준다. 만화경 속 이미지처럼 온갖 패턴을 남기며 왜곡되는 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마법이 활개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칭찬 끝. 으아아아아.
모든 인물들의 매력은 '이진법 스위치'가 작동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화 속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한 순간을 기점으로 의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영웅으로 거듭나며, 틸다 스윈튼은 올곧은 참스승에서 노회한 리더를 차원 이동하듯 넘나든다. 팔머와의 갈등은 '그런게 있었어?' 싶을 정도로 사라진다. 사상범의 냄새를 짙게 풍기던 악당은 이진법 스위치를 켤 필요도 없을 정도로 평면적이다.
왜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 영웅으로 거듭나는지 묘사가 필요했다. 수련을 통해 익힌 마법을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하는 '마음의 흔들림'을 보여줬어야 했다. 속된 마음에 수행을 망치는 장면이라도 넣었어야 했다. 다른 모든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왜 희생하고, 왜 타락하고, 왜 집착하는지를 그려냈다면 영화는 풍성해졌을 것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모든 캐릭터에서 회상 장면을 넣으란 뜻이 아니다) 이래서야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소개된 블랙팬서의 이야기가 훨씬 더 당위가 있었다.
아이언맨 슈트와 비브라늄 방패, 공중전함 헬리캐리어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 속에서 영혼과 마법을 들고 '갑툭튀'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질적인 존재다.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도 클래스가 다른 능력을 지닌 먼치킨 캐릭터이다보니 인간사에 개입하기보다는, 작가의 대리인 즉 데우스엑스마키나로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원작 캐릭터 역시 정의로운 영웅이 아닌 게으른 균형자, 우둔한 인간을 대놓고 무시하는 괴짜 현자로 그려진다.
그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하기 위한 밸런스 조정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만 다층적인 인물이 아닌 다소 평면적인 영웅으로 성격 개조 당한 것은 조금 아쉽다. 향후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의 케미 혹은 갈등을 통해 극복 가능한 과제인만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겠지만.
마블 작품군 내에서 만족도로 비교하자면 '닥터 스트레인지'의 재미는 '토르'나 '퍼스트 어벤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초창기 마블 영화들은 생경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슈퍼히어로들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멍석을 깔기 바빴다는 변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벌써 후반기(페이즈3)에 접어들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선배들이 깔아놓은 주단 위에서는 좀 더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여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