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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빅아일랜드 여행기 - 프롤로그

6명 대가족의 하와이 빅아일랜드 9박10일 여행 이야기

by 김의진

어느 날, 아내가 이번 겨울에 하와이로 여행을 갈 수 있는지 물어왔다.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는 아이들에게 무리한 일정을 짜기 어려워서,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근무지가 바뀐 이후로는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어려워 우리 가족 완전체로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가능하다고 시간을 내고야 말겠다고 아내에게 답을 했다. 이후 조심스럽게 일정을 잡고 마침내 비행기표를 구입하면서 여행이 확정되었다.


우리 가족은 2025년 2월 현재 기준으로, 40대 중반의 나, 40대 초반의 아내, 중학교 저학년 딸,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 이렇게 모두 5명이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던 10년 전에 4명의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로는 완전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 막내가 태어난 이후에도 가족여행을 해외로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내가 함께하지 못했었다. 드디어 함께 여행을 가게 되어 큰 기대감이 생겼다. 최종적으로는 장모님도 함께하는 것으로 총 6명의 대가족이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여행이 확정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낙관주의와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나이기에, 큰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걱정이 없었다. 매사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가 참 얄미웠을 것이다. 물론, 렌트카나 숙소확정 등의 부분에서 일부 고민을 함께하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라는 사람이 큰 도움이 되거나 의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부분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이번 여행의 기본적인 틀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와이 빅아일랜드로 가는 이유다. 장모님의 가까운 친척께서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며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에 집을 구해서 렌탈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여행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집을 선뜻 빌려주셨기에 여기를 근거지 삼아, 렌트카로 여유있게 섬의 곳곳을 돌아보는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상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그나마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전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직장 관계로 나는 빅아일랜드에서만 있다가 돌아오게 되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오아후 섬으로 넘어가 몇칠의 일정을 더 보낸 후 귀국하는 것이 전체적인 일정이었다.


장기간의 여행은 당연히 큰 비용이 들어간다. 아내는 언젠가 우리 가족이 함께 제대로 여행을 가게 될 날을 오랜 기간 준비했다. 꼼꼼하고 알뜰한 아내가 일정을 잡은 첫번째 기준 역시 비행기 티켓 값이 가능한 적게 드는 날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잡은 일정이 바로, 2025년 1월 말 대규모 해외여행이 예상되는 설 연휴 성수기를 피하는 일정이었다. 예상대로 설연휴 성수기에는 비행기 티켓 값이 매우 비쌌지만, 연휴가 끝난 직후에 출발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었다.


렌트카는 아내가 오랜 기간 검색을 통해 알아본 후, 해외 렌트카 포털 사이트에서 예약하였다. 가족여행의 특성 상 식사는 아침에 숙소에서 든든하게 먹은 후 일정을 시작하고, 도시락으로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여 식사비용도 최소화 하였다. 식사는 어린 아이들이 포함된 여행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아무리 맛있는 현지식이라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우리는 장모님께서 계획해주시는대로 여행 중 틈틈이 현지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가며, 집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저녁을 차려 먹기로 하였다. 저녁식사는 다음 날 아침식사 혹은 점심 도시락과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장모님과 아내의 큰 헌신이 필요했다.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주신 장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했다.


여행을 일주일 앞둔 설 연휴 기간 중에 아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꼼꼼한 성격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눈치없는 나와 아이들은 이것저것 모두 가져가겠다고 했다가 아내에게 크게 혼나기를 반복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행을 끝내고 돌아보니 결론적으로 아내가 옳았다. 숙소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되어 있기에 많은 옷이 필요하지도 않다. 하와이 여행자들이라면 대부분 구입하게 되는 '알로하 셔츠' 또는 '알로하 치마' 등을 입고 다니다 보면 더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와이에 여행을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만드시 스노클 장비를 챙기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거 하나면 그냥 하와이의 모든 바다가 천국이 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모든 것을 준비해 준 아내 덕분에 너무나도 편안하게 여행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하는 날짜가 다가왔다. 그동안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너무 잘 인지하고 있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마지막으로 공항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가고자, 버스를 타고 가자는 아내를 설득하여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은 예약하기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인천공항 공식 발렛 서비스를 이용하면 장기주차장이 만차라도 장기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가족은 다자녀 혜택을 받아 일주차요금 50% 감면을 받을 수 있기에, 발렛서비스 이용비와 주차요금을 모두 합하여도 5명이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야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는 우리 가족은, 오후 시간에 여유있게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비록 내가 미리 공부한 것이 없어 현지 사정도 잘 모르고 여행지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큰 기대감을 안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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