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후룩쥔장 Dec 31. 2018

무지개 다리에서

우리집 냥이 몽이 이야기_4

우리집에서 바닥이 가장 따뜻한 곳, 주방 냉장고 앞에 앉아 몽이를 생각한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던 몽이가 제일 좋아하던 장소다.
몽이는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 냉장고 앞 바닥에 배를 깔고 늘어지게 자곤 했다.


 성묘가 되고 늙은 고양이가 되어 무지개 다리를 건널때까지 우리와 함께 오손도손 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몽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주 새끼때부터 키워서인지 몽이는 고양이라기보다는 강아지에 가까운 '개냥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도 좋아하며 따랐고 우리 가족과 함께 있을때면 항상 발 밑을 졸졸 따라다녔다.

집 옆 창고에서 일하고 있으면 따라 들어와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고 책상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장난치기 바빴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옷장 문을 열면 빛의 속도로 뛰어들어가 옷 사이로 숨곤 했고, 침대밑에서 눈만 빼꼼 내민채 앞발을 뻗어 앉아있던 우리를 건드리고 숨곤 했다. 

천방지축 뛰놀다가도 영화를 틀어주면 얌전히 식빵자세로 보던 녀석. 



아직도 무는 버릇은 여전해서 조금 놀아주면 흥분하여 할퀴거나 손발을 물어 밤이면 몽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을 닫고 자야했다. 하지만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닫힌 방문 앞에서 일어나라며 방문을 긁어대는 통에 알람이 따로 필요 없었다. 제일 먼저 일어나는 내게 다가와 갸르릉거리는 녀석을 안고 쓰다듬어 준 후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언제나 아침을 나와 함께 하던 몽이.

식사준비를 할 때마다 주방 싱크대 위로 올라와 냄새를 맡고 저가 좋아하는 기름에 지진 음식이나 계란을 보면 순식간에 코를 벌름거리며 입을 대 결국 한소리 듣고 주방에서 쫓겨나곤 했다. 사료만 먹던 고양이라 생선이나 고기를 줘도 먹질 않았고 오히려 빵이나 과자, 계란 후라이를 너무 좋아했던 특이한 녀석이었다.

작은 아이는 내가 다른 음식을 주면 질색을 했지만, 너무 먹고 싶어하는 모습에 나는 몰래 식빵이나 계란을 몽이에게 주곤 했다. 


 어느 늦가을,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당에 길고양이가 어슬렁거렸다.

워낙 마을에 고양이가 많고 우리집 마당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놈들이라 군데군데 똥무덤을 만들어놓기에 그날도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쫓아내려 달려나갔다.

마당에 있는 고양이는 아직 어린 새끼 고양이로 같은 줄 무늬를 한 어미를 몇번 본 적이 있었다. 최근 몸을 푼 모양으로 서너 마리의 새끼고양이들이 몰려다니는 걸 봤었는데 그 중 한놈이었다. 그런데 왠일로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이 새끼고양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 똥을 싸놓으려는가 싶어 큰소리를 내며 다가간 나를 힘없는 눈을 들어 겨우 쳐다봤다. 평소답지 않게 큰 눈은 반도 떠지지 않은 상태였고 촛점도 없었다. 어디가 아픈것 같아 안스러운 마음에 몽이 사료 그릇과 물을 가까이 놓아주며 먹으라고 했지만 녀석은 외면한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만져보려 하자 그제서야 저쪽으로 달아나더니 그마저도 몇걸음 가지 않아 다시 웅크린 채 끙끙거렸다. 그렇게 몇번을 쫓아다니다 내가 멀리서 바라만 보자 이 고양이는 작은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미를 찾아 데려다주면 될까 싶어 평소 사료를 주고 길고양이들을 돌봐주시는 옆집 아저씨께 여쭤봤다.

"아저씨, 얘가 너무 아픈거 같은데 얘 어미 고양이가 어디 있을까요? 뭘 잘못 먹은거 같은데 병원에 데려가야 할까요? 너무 안스러워서요."

내가 가리킨 곳의 새끼 고양이를 본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얘네들은 병도 잘 걸리고 죽기도 잘 죽어요. 우리가 병원에 일일이 다 데려가 줄 수도 없고, 지 어미도 아주 새끼때만 돌봐주지 그 담부터는 안 봐. 각자 알아서 크는 거지. 얘네 세계가 그래요. 안스러워도 어쩔수 없지."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오히려 내집 마당에서 죽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만 들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가 죽은 새끼고양이를 보는 일은 없어야했다.

학교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 마당을 살피는데 나무밑에 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아픈 몸을 끌고 어디로 갔을까? 몹시 신경이 쓰였지만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그 새끼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형제 자매로 보였던 몇몇 또래 고양이들도 점차 한 두마리씩 사라졌다. 워낙 동네에 고양이들이 많았고 어떤 고양이 배가 유난히 쳐졌다 싶으면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새끼들과 함께 돌아오는 일도 많아 더이상 그 새끼 고양이 일은 신경쓰지 않았다. 딸아이와 나는 그저 회색 줄무늬 고양이, 호피무늬 고양이, 눈이 작은 고양이, 수염이 긴 고양이등으로 구분했을 뿐 정확히 누가 어미고 누가 새끼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료 잘 먹고 똥 잘 싸고 잘 놀던 몽이가 사라진 그 새끼 고양이와 같은 증상을 보인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이었다. 전날까지 밖으로 쏘다니며 잘 뛰어놀다 들어온 몽이가 아침이 됐는데도 늘어지게 잠만 잤다. 

사료도 반이나 남겼고 만사 귀찮다는 듯 제 집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했다. 

"얘도 늙어가나 봐. 갑자기 잠 많아지는 거 보니. "

우리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전날 밖에 나가 놀다 조폭 고양이 만난 거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나갈 생각을 왜 안하지?"

현관문을 열어줘도 바라만 볼 뿐 이내 뒤돌아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리는 몽이를 보며 남편과 나는 의아해했다.

그날 외출했다 돌아왔지만 여전히 몽이는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집에서 꺼내어 안아들자 귀찮다는 듯이 '끙' 소리를 내며 펄쩍 뛰어내린채 나를 등지고 웅크리고 앉았다. 요즘 추워진 날씨에 저도 추워 그런가 싶어 오랜만에 온수매트에 이불까지 덮어주고 옆에 뉘인채 함께 잠이 들었다. 


함께 자는 날이면 항상 새벽에 깨어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고 있는 우리 발가락을 깨물고 머리카락을 물며 놀자고 하던 놈이 한밤중 깨어 찾아보니 어느샌가 침대에서 내려가 자기 집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스킨쉽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쫓겨나면 쫓겨났지 먼저 내려갈 녀석이 아닌데 별일이다 싶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사료도, 물도 줄지를 않았다. 몽이는 일체의 음식을 거부했다. 

심상치 않았다. 우리가 만지는 것도 싫어했다. 자꾸만 구석으로 혼자 들어가 있거나 또 슬슬 힘없이 걸어나와 웅크리고 있거나 했다. 물이라도 먹으면 좋으련만 물도 잠시 바라만 볼뿐 입을 가져다 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끙끙 앓는 소리가 날때도 있어 몸을 주물러 봤다. 배쪽을 만지자 신음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배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병원을 데려가야 하나 고민하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여러 고양이병들을 찾아보고 증상을 검색하다 몽이와 비슷한 증상의 글들을 찾았다. 증상이 몽이와 똑같았다. 같은 증상의 경험담들을 보면서 암담해졌다. 몽이가 걸린 병은 '복막염'인 듯했다. 

고양이에게는 불치병이라는 복막염이 틀림없었다. 대부분의 글들이 복막염 진단을 받은 고양이는 2주를 넘기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병원에 가봐야 소용없다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한다면 병원에서 안락사를 시켜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미 몽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듯 했다.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늘어지기만 했다. 

직감적으로 곧 죽을거라는 걸 알았다. 믿을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직은 힘이 없어보일 뿐이지만, 곧 구토를 할 것이고 설사를 할 것이며 고통스러워할 거라는 걸. 

그제서야 일이주 전부터 배가 좀 이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위에 올라간 몽이를 보는데 어느순간부터 꼬리부분의 배가 늘어져보였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는 그저 몽이가 수컷이고 생식기가 커지면서 배도 늘어지는 건줄만 알았다. 그리고 그 늘어지는 배가 점점 앞쪽으로 커지면서 얘도 이렇게 나이들어 가나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지금 몽이가 힘들어하는건 복수가 찼기 때문인거다.

정말 늘어지게 잘땐 네 발을 옆으로 하고 비스듬이 옆으로 누워 자는데 몽이는 어제부터 계속 엎드려만 있으려 했다. 조금만 들어올리면 끙 소리를 내며 다시 전투자세로 웅크리고 고통스러워했다. 배가 아픈게 틀림없었다. 


병원에 가도 아무 소용이 없다면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아픈 아이를 끌고 가 검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복수를 빼낸다 해도 잠깐의 생명연장만 될 뿐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에 믿을 수도,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는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몽이의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 좋아하는 계란도 사료 옆에 놓아주고 설탕물도 타서 놓아줘봤지만 쳐다도 보지 않았다. 기운없이 있으면서도 우리가 있는 곳이면 함께 있고 싶어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 있으라며 냉장고 앞에 몽이를 데려다놓고 식사를 했다. 찌게 끓는 냄새가 역겨웠는지 갑자기 '꾸웩' 소리를 내며 구토를 했다. 먹은게 없어 노오란 위액만 나왔다.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구토가 시작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몽이가 나을거라 기대하고 있던 딸아이는 몹시 놀랐다. 

"몽이 죽을건가 봐."

"좀 더 지켜보자."


담담히 몽이의 구토물을 치우고 주방 밖으로 데려갔다. 털을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어제 아픈 후부터 몽이는 더이상 '갸르릉' 그루밍을 하지 았았다. 그 갸릉갸릉 거리던 소리가 몹시도 그리웠다. 잠시 안겨있던 몽이는 답답했는지 또 내손을 벗어나 책상 밑으로 웅크리고 엎드렸다. 그 영롱하고 맑던 눈이 반밖에 떠지지 않았다. 자꾸만 눈이 감기는가 보았다. 

몽이가 걱정돼 다가온 남편은 아마 감기일 거라고, 다시 나을거라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감기 증상도 아니고 심장병 증상도 아니었다.

"몽이 죽을 거 같애."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도꼭지 터지듯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몽이가 곧 떠난다는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하는 녀석을 보고 있는게, 딸아이한테 약한 모습을 보일수 없어 감춰왔던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이 작은 몸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서 고칠수 있다면 달려갈텐데.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평소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안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부부는 왠만해선 병원도 잘 안 간다. 아이들도 키우면서 병원은 정말 필요할 때만 갔다.

만약 갑자기 쓰러지면 연명치료는 절대 하지 말라는 친정 부모님의 말씀처럼 나 역시도 때가 되면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병원이 아닌 내가 선택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준비하리라 항상 생각해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을 대하는 내 태도는 같다. 그리고 난, 몽이도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믿고 싶다.

낯선 병원에 누워 생명을 좀더 연장하다 죽어가기보다는 함께 있었던 가족인 우리 곁에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길 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죽음이 너무나 갑작스러웠을지라도.


 몽이의 잠자리를 봐주고 침대에 누워 12시쯤 깜뿍 잠이 들었다. 방문을 긁는 소리에 퍼뜩 잠이 깼다. 앞발로 긁어대는 문소리에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방문을 열자마자 몽이가 문지방에 엎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면서도 온힘을 다해 방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뻗어버린 몽이를 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잔뜩 야윈 그야말로 가죽만 남은 털뭉치의 몽이를 안고 냉장고 앞에 눕혔다. 



그 깔끔하던 녀석이 자기를 치장할 힘이 없어 토사물이 묻은 입과 설사로 모래가 엉킨 엉덩이를 그대로 둔채 쌕쌕 힘겹게 숨을 쉬었다. 반쯤 벌린 입 사이로 병자 특유의 악취가 났다. 얼마나 깨끗하던 녀석인데, 자기도 얼마나 싫을까 싶어 물티슈로 입도 닦아주고 엉덩이도 깨끗이 닦아주었다. 복막염의 진전증세와 너무 일치했다. 구토와 함께 약간의 설사가 있었고 새벽이 밝아오면서는 피가 섞인 위액을 토했다.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고 식탁에 켜둔 초가 다 타 먼동이 터올때까지 그렇게 나와 몽이는 어둠을 밝히며 함께 있었다. 그동안 몽이가 얼마나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는지, 그동안 이 엄마가 얼마나 우리 몽이를 사랑했는지를 몽이의 마른 몸을 덮은 털을 쓰다듬으며 얘기해주었다. 

그렇게 힘이 없어 네발을 휘청이며 쓰러지면서도 몽이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다리가 풀려 몇번을 넘어지며...

고통스러워하는 몽이를 보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이제는 엄마가 보내주겠노라, 우리 몽이 너무 아프지 말고 가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주변에서 죽음을 직접 겪은 적이 없는 내게 몽이와의 그 밤은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아마 죽음의 문턱에 놓인 사람도 그와 같지 않을까?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를바 없을듯하다. 그리고 그걸 고스란히 지켜보고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는 몹시 고통스럽다. 몽이를 보내줘야 할 사람은 나라는 책임감이 없었다면 실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딸아이도 일어나서 몽이 곁을 지켰다.

"아무래도 오늘을 못 넘길 것 같아."

놀란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새벽부터 흘렸던 눈물이 마를법도 한데 내 눈에서도 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손에 감싸쥐고 있던 손수건이 다 젖어 축축했다. 아이 앞에서 너무 슬퍼하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애써 씩씩한 척 했다. 

"몽이한테 할말 있으면 하는게 좋겠어. 엄마는 다 했는데.."


아이 앞에서 쓸데없이 오바한다고 남편이 타박을 할까보아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점점 더 가쁘게 숨을 쉬는 몽이를 그대로 집안에만 둘 수가 없어 담요에 싸 안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가?"

"몽이 바깥 바람 쐬게 해줄라고. 여기 얼마나 답답하겠어. 그동안 바깥에서 놀기 좋아하던 녀석인데."

일기예보보다 따뜻한 날이었다. 흐리던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자 따뜻한 온기가 내리쬐었다. 

담요에 싼 몽이를 안고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몽아~ 여기 몽이 좋아하던 잔디. 기억나지? 몽이가 항상 보던 물고기 친구들 볼까? 여기 친구들 다 있는거 보이지?  몽아~ 하늘 봐봐. 새소리 들리지? 우리 몽이 새들 친구 보는거 좋아했잖아. 그리고 여기, 우리 몽이가 맨날 드나들던 길. 여기 나무 밑에서 엄마 피해 도망다니고 불러도 안 오고. 저기 봐. 몽이 고양이 친구들도 있네. 이 꽃도 봐. 우리 몽이 꽃냄새 맡는 거 좋아했잖아.  몽아~ 너가 제일 자주 오던 나무. 우리 몽이 이 나무 매일 오르내렸었지? "


나는 마지막으로 몽이가 제일 자주 오르내렸던 감나무 밑에 담요에 싼 몽이를 내려놓았다. 

자꾸만 감기던 몽이의 눈이 바깥으로 나오자 좀 더 커졌다. 몽이는 커진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귀 기울여 새소리를 듣는 듯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봤다. 

깨끗한 걸 좋아했던 몽이를 위해 동백꽃을 꺽어 코 앞에 놔주었다. 깔끔한 몽이가 거칠게 내쉬는 숨에 뭍어나는 역한 입냄새 대신 향긋한 꽃냄새를 맡길 원할 것 같았다. 아이도 나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우리는 번갈아가며 눈물을 닦기 위해 자리를 떠야했다. 

남편은 멀리서 안스러운 눈을 들어 하늘을 봤다.

고통과 슬픔으로 집안으로 들어간 딸아이는 왜 몽이가 이렇게 일찍 가야하느냐며 통곡을 했다. 

한참을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몽이가 갑자기 바둥거리더니 네발을 부르르 떨었다. 지켜보던 남편이 나를 밀어내며 보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손을 휘저으며 새어나오는 울음을 손수건으로 틀어막았다.

"몽아~ 잘가. 이제 가. 그동안 고마웠어. "

눈물이 후두둑 후두둑 쉴새없이 떨어졌다. 몽이의 눈을 감기는 남편도 눈물을 훔쳤다. 



크리스마스에 쏟아지던 해가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흐린 하늘 밑에서 남편은 몽이를 묻을 마당의 흙을 깊이 팠다.

차마 종량제 봉투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릴수가 없어서 집 마당에 묻어주기로 했다.

뻣뻣하게 굳은 몽이를 안고구덩이 안에 뉘인 채 나뭇잎과 동백꽃으로 가리고 흙을 덮었다.

집으로 들어가 아이를 달래주라며 남편은 혼자 삽으로 흙을 덮었다.

거실 창문으로 지켜보던 아이를 부둥켜 안고 아무말 없이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슬픔으로 아이도 나도 심장이 아팠다. 몽이를 묻는 남편, 지켜보는 아이도, 그리고 나도 모두 가슴 한켠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렇게 몽이는 크리스마스에 우리를 떠나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안녕~ 몽!"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고양이를 행복하게 하는 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