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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an 01. 2019

에필로그

우리집 냥이 몽이 이야기

몽이가 떠난지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는 '일상'이 주는 위안으로 살아가고 있다.


 몽이가 떠난 크리스마스, 몽이를 땅에 묻고 돌아선 하늘은 금새 흐려 뭐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가슴 속 뻥 뚫린 구멍을 감당하기 힘들어 우리 가족은 그날 남은 하루를 분주하게 보냈다.

몽이가 쓰던 장난감, 담요, 쿠션까지 한데 모아 마당에서 모두 태웠다. 

몽이를 위해 나무로 만들어주었던 이층집도 창고로 옮겨졌다.

마지막 가기 전까지 힘들었던 흔적들, 손수건과 토사물이 묻은 물 수건, 휴지통까지 모두 빨고 버리고 비웠다.


허한 속을 달래기 위해 냉장고 재료를 총동원해 파스타를 만들고 해물을 찌고 케익을 먹었다.

내친 김에 그동안 벼르던 김장김치를 다지고 두부를 짜내 데친 숙주와 볶은 돼지고기를 넣고 만둣속을 만들었다. 밀가루로 만두피를 밀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었다.


제주 이사온 이후로 연결하지 않은 텔레비전 대신 아이패드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유쾌한 예능들을 불러모아 다시보기를 했다. 라디오 스타를 보며 낄낄댔고 런닝맨을 보며 웃었으며 전참시에 집중했다.

한바탕 집안 대청소를 하고 배를 채운 후에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하루, 다시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눕자 정막이 찾아왔다.

항상 곁에 있던 몽이의 빈 자리를 느끼며 옆에 누운 아이는 이내 훌쩍거렸다. 

"몽이가 보고 싶어."

"엄마도 그래."

아이를 안고 토닥이며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시간'의 힘으로 치유를 받고,

몽이와의 '추억'으로 위로를 받으며,

매일의 '일상'에 기대어 서로를 의지했다.


몽이가 좋아했던 냉장고 앞에 앉아 글을 쓰며 몽이를 추억하고

아침과 저녁으로 마당 한켠 몽이가 묻힌 자리를 보며 인사를 나눈다. 

모두가 아는 말, 너무나 흔한 말, 하지만 언제나 진리인 말, '시간이 약'이 되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무 소리없는 방문에서 느끼는 몽이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문을 열면 문 앞에서 두 앞발을 모으고 기지개를 켜던 몽이의 그림자를 지우고

잠못드는 깊은 밤 항상 내곁에서 얌전히 누워있던 몽이를 기억 저편으로 밀어내고

그 부드러운 털, 아플때조차도 한없이 부드러웠던 몽이의 그 털의 감촉을 손끝으로 느끼며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


며칠전,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이 쌓인 날에는 딸아이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어 몽이가 잠든 옆에 놓아주었다.

"엄마. 눈사람이 여기 있어서 몽이가 안 외로울거 같애."

"그래. 우리 몽이 안 외로울거야. 우리가 매일 같이 있잖아. "

제주도답게 내린 눈이 오래 쌓여있지 않고 녹기 시작했다.

그래도 눈사람은 오래도록 몽이 곁을 지켰다.



"엄마, 밤에 몽이 꿈 궜어. 몽이가 꿈엔 어른 고양이가 됐어. 우리 몽이가 아닌줄 알았는데 몽이였어. 진짜 많이 컸더라. "

"그래? 몽이 큰 모습도 예뻤겠다. 왜 엄마 꿈엔 안 나오지?"

"엄마보다 나를 더 좋아하니까. 오늘밤 꿈에도 또 나왔으면 좋겠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좀 틀어 줘. "

"엄마, 여기 게임에선 캐릭터가 죽어도 죽어도 또 나오나봐. 몽이도 이 게임처럼 다시 우리집에 오면 좋겠다."


이렇게 일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몽이를 추억한다.

몽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에게 소환되어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우리 기억속의 몽이는 언제나 웃고 있는 '행복한 고양이'다. 


영원히 기억할께.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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