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Jun 01. 2024

이성이 준 달콤한 위로

오늘따라 눈이 침침하고 뒷목이 뻐근하다. 가끔 귀 안 매미가 들어앉은 것처럼 '삐이~' 소리난다. 전자기기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다. 누워 있으면 잠만 쏟아진다.


며칠을 원고 수정 작업에 매달렸지만 읽을 때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인다. 내가 쓴 글을 반복해서 읽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 줄 몰랐다. 이제는 원고만 봐도 진절머리가 난다. 그래서인지 감일을 앞두고도 원고를 대충 읽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쇄본 수정 작업에 초조한 마음만 든다. 원고를 읽을수록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우울한 하루가 될 것이다.”


'오늘의 운세'가 접신한 듯 신통방통했다. 지금 상황을 꿰뚫고 있는 듯한 예언했다. 내일은 다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의 운세'까지 찾아봤지만 내일은 더 가관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하루주위 사람들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게 된다고 해서 의아했다. 육아 휴직으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는데 무슨 말인가 싶었다. 무리 료 어플이라지 찝찝했다.


그때,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가 치킨 한 마리 시켜준대요. 학원 끝나고 가지러 오세요." 처남의 말을 듣자마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날따라 처남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장모님뜻함에 우울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치킨 먹을 생각에 금세 기분이 아졌다.


둘째 아이의 학원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장모님 댁으로 달려갔다. 장모님 댁은 이미 치킨 냄새로 가득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이 짭짤한 향을 풍기며 현관문 앞에 고이 포장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는 코카콜라가 그날따라 유난히 땡겼다. 혼자서 맥주 먹을까, 소주 먹을까 행복한 고민하며 언제 집으로 갈지 눈치만 봤다.


으로 가는 길에 운세 내용을 다시 찾아봤다.

“어떤 여인이 달콤한 위로를 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운세가 말한 달콤한 위로 바로 장모님의 치킨이라는 것을. 오늘의 운세점친 우울한 하루는 장모님의 치킨과 함께 사라졌다. 인생은 작은 것들에서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깨달음까지 주다니. 그날 육퇴 후 드라마를 보며 시경식? 동엽식 소주 한잔과 함께 치킨 한 조각 한 조각에 담긴 장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달콤한 하루를 감사함으로 마무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