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린다.
사람이 없다. 살아있는 것이 없다.
성한 몸으로 걸어가는 이 없다.
기억을 더듬는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 얼굴이다.
범람
설탕이 녹는다.
파란 찻잔을 기억한다.
큰 리본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는 어떤 색이었던가.
나누어 가진 미소를 기억한다.
서랍을 열어 가지런히 정리된 옷가지를 꺼내 든다.
선명한 보라색이다.
범람
보라색 셔츠다.
3년 전인가, 아니 5년 전이다.
범람
서랍을 열어 가지런히 정리된 옷가지를 꺼내 든다.
입지 않는 옷을 챙겨 수거함에 넣는다.
큰 리본을 메어 본다.
설탕을 넣지 않는다. 잔이 식어간다.
말간 얼굴을 앞에 두고는 미소를 띠어 본다.
익숙치 않다.
너는 묻는다.
나는 답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서서 기억을 더듬는다.
범람
파란 찻잔에 묻어난 짙은 립스틱 자욱을 본다.
설탕이 녹는다.
성한 것이 없다. 살아있는 것이 없다.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