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들어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낯설게 채색된 이야기들이 하루에도 수 천번의 말을 건넨다.
방향성을 잃은 아이처럼 두서없이 던져지는 의문들로부터 달아난다.
이야기들로부터 달아난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 위해 더 깊숙이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 날은 부러 눈을 부릅뜨고는 천장 끝을 바라본다.
커튼 너머의 달빛은 여전하다. 벽면으로 은은하게 월광이 반사될 때면 처음의 그것을 마주하듯 낯선 설레임에 사로잡힌다. 생각을 덜궈낸다. 호흡을 가다듬고 기척을 숨긴다. 흡사 타인의 공간에 침범한 양 나의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저 멀찍이 달아나 몸을 숨기고는 숙면을 청한다.
얽메여 오는 것들은 집요하고 짓궂다.
오차의 범위가 줄어든 질문들을 두고 물러서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잔재하는 언어들을 분해하고 조립하다가는 힘을 주어 선을 긋는다.
이러한 일들에도 설렁한 농담을 보태여 나아가는 일이 더이상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다.
나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마주하듯 시선으로부터 달아난다.
달아나고 달아난다.
분열마저 가증스럽게 현실로부터 달아난다.
그러다 참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면 제일 먼저 포기한 것들부터 떠올리고야 만다.
아니, 애초에 정의된 단어는 왜 포기여야만 했을까.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몸뚱이를 발견한다.
깨질듯이 머리가 아프다. 호흡이 가쁘다.
아득히 잠으로 들어선다.
시야엔 여전히 지난 밤의 잔재들이 서성인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묻어놓은 감정을 애써 들추어 본다.
비웃기라도 하듯 무심하게 스미는 감정들을 구태여 거부하지 않는다.
가볍게 몸을 덜구어 낸다.
무엇하나 수정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입가로 번지는 미소를 두고 나는 진중함을 야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