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담 Feb 13. 2019

따뜻한 관심의 시선을 거두지만 않는다면

13. 배움에 관하여-강남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오지 않았다. 내게 주어지는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겼다. 이러다보니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대학교 때는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서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는 공부만 했다.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채.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이고 나다운 건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이 떠올랐다. 한 마디로 이 책에서 언급한 실존적 독감을 앓게 된 것이다. 공허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 등 이 모든 것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때는 왜 지금에서야 이러는 건가라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고 슬퍼하기도 했다. 미리 겪었더라면 조금은 시행착오를 덜 할 수 있었을 거라는 마음에.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실존적 독감에 걸렸던 저 시절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어두움을 느끼고 대면하던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또한 나로서 살아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어떻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은지를 책을 읽고 책 속 지혜를 실행하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해답을 얻기를 기다리기보다 쏟아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 노력했던 그 때의 나에게 감사했다.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순간을 살아가다 보면 또 다시 실존적 독감에 걸리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새로운 불안함, 두려움을 마주할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거두지만 않는다면 어두움에 매몰될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calligraphy by 소담한 하루
작가의 이전글 용기내어 그냥 실패해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